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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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IMAX - ‘어머니’ 업보와 싸우는 본드 영화

※ 본 포스팅은 ‘007 스카이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의문의 살인자로부터 나토 요원들의 신상 탈환에 실패하고 MI6 동료들을 잃은 007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는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신상이 노출된 나토 요원들의 희생으로 폐쇄 위기에 놓인 MI6의 수장 M(주디 덴치 분)은 자신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전 MI6 요원 실바(하비에르 바르뎀 분)에게 위협당합니다.

‘아메리칸 뷰티’와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감독 샘 멘데스가 오락 영화의 대명사인 007 시리즈 탄생 50주년 기념작 ‘스카이폴’의 연출을 맡게 되었을 때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품 정장, 멋진 차, 미녀와의 하룻밤, 첨단 무기, 악당 척살, 정의 실현, 조국 수호, 권선징악이라는 007 시리즈가 자랑하는 뭇 남성들의 로망에 샘 멘데스 특유의 인간관계에 대한 집요한 고찰까지 더해지면서 ‘스카이폴’은 탄생했습니다.

아델이 부른 ‘스카이폴’의 동명의 테마와 함께 제시되는 독특한 오프닝 영상에서 용, 무덤, 거울 등 본편의 요소들이 암시되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시리즈 최초의 IMAX 영화인 ‘스카이폴’의 영상은 탁 트여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복잡한 대도시에서 한적한 산악 지역으로 철도를 통해 연결되는 터키 액션 이후 ‘스카이폴’은 샘 멘데스 영화답게 인간관계에 집요하게 집착합니다. 왜 M은 007을 총애하는지, 왜 007은 위험천만한 현장 임무에 천착하는지, 그리고 실바는 왜 M과 MI6를 파멸로 몰려 하는지 촘촘하게 그물처럼 개연성을 부과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탄탄한 각본과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확실한 개성으로 구체화합니다.

샘 멘데스와 ‘로드 투 퍼디션’을 통해 이미 인연을 맺은 바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중반까지 MI6의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는 신 캐릭터 말로리로 분한 랄프 파인즈가 한 배에 탄 것이 이채롭습니다. 왜냐하면 2000년대 중반 피어스 브로스넌 이후 새로운 007을 물색할 때 랄프 파인즈가 물망에 오르내렸던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 주디 덴치와 하비에르 바르뎀은 강렬한 카리스마 맞대결을 펼치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에서 비현실적인 주인공을 연기해 아쉬움을 남겼던 벤 위쇼는 매니악한 이미지의 젊은 Q로 시리즈에 새롭게 참여합니다.

‘스카이폴’은 극중에서 여러 차례 강조하는 바와 같이 ‘구관이 명관’이 주제 의식입니다. 컴퓨터 앞에서 벌이는 첨단 디지털 전쟁 속에서도 현장에서 총칼을 들고 싸워야하는 요원들이 필요하기에 007은 영원하다는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는 주인공 본드는 물론 청문회에 출석한 M의 발언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따라서 흰머리와 흰 수염을 숨기지 않아 늙고 지친 기색이 역력해 위기가 강조되는 007은 물론 주름이 자글거리는 노파인 M 또한 퇴물이 아니라 필수적 존재라는 점을 각인시킵니다.

시리즈 사상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1964년 작 ‘골드 핑거’에 등장해 본드 카의 대명사로 각인된 애스턴 마틴 DB5가 출현하는 장면에서 007의 메인 테마가 삽입됩니다. 위기의 순간 애스턴 마틴 DB5가 고색창연하게 머신 건을 발사해 악당들을 퇴치하는 액션 장면 또한 ‘옛것’을 강조하는 주제의식과 맥락을 함께 합니다. ‘옛것’을 강조하는 주제의식을 통해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007은 여전히 ‘현역’임을 각인시킵니다.

하지만 ‘스카이폴’은 ‘옛것’만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공대를 갓 졸업한 듯한 새파란 청년으로 물갈이 된 Q가 ‘007 골든 아이’에 등장했던 ‘볼펜 폭탄은 필요 없다’고 언급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입니다. ‘스카이폴’의 본드는 덕분에 신무기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습니다. 역대 007의 상징과도 같은 월터 권총을 지급받고도 단순한 소품 정도로 여기며 집착하지 않는 대범한 본드의 모습 또한 새롭습니다. 본드가 자신을 노리는 저격자를 먼저 쏘는 듯한 시리즈 특유의 오프닝은 결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무엇보다 ‘스카이폴’이 시리즈의 새로운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1995년 작 ‘골든 아이’ 이후 ‘퀀텀 오브 솔러스’까지 6편의 시리즈에서 M을 맡아온 주디 덴치를 과감히 퇴장시킨다는 점입니다. 청문회장에서 죽은 남편을 언급하며 외로운 처지임을 드러낸 M은 결말에서 비장한 최후를 맞이하고 새로운 M에게 바통을 넘겨줍니다. 샘 멘데스 특유의 비극성은 오락 영화의 효시라 할 수 있는 007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M은 죽기 전 본드와 모자 관계를 연상시키는 끈끈한 사이로 발전합니다. 본드는 M을 ‘엄마(Mom)’라 부르는 것처럼 들리며 M은 고아였던 본드를 거둬들여 아들처럼 아꼈음을 털어놓습니다. 본드는 친부모의 무덤이 있는 스코틀랜드에서 실바 일당과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혈투를 벌이는데 관리인 킨케이드(알버트 피니 분)까지 등장해, 부모와 자식이라는 3인의 유사 가족 관계까지 형성합니다. 본드는 어머니와 같은 M의 업보와 싸우며 M을 지키려 합니다. 제목 ‘스카이폴(Skyfall)’은 본드 집안의 저택 이름이지만 어머니와 같은 M의 죽음으로 본드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낀다는 점에서 중의적인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M의 집요한 의지는 영국 국기가 등에 새겨진 불독 인형을 통해 아들과 같은 007에게 대물림됩니다. 불독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수상 처칠을 연상시키기도 해 MI6의 적, 즉 영국의 적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007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의 상징과도 같은 소품입니다.

하지만 ‘스카이폴’에서 아쉬움은 남습니다. 샘 멘데스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구축에 집중하면서 기존의 007 전작들과 같은 가벼운 오락 영화와 액션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지루하게 수용될 수 있습니다.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 연이어 등장했던 전 세계적 조직 ‘퀀텀’에 대해서는 일말의 언급조차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본드 걸 세버린(베레니스 말로히 분)의 비중이 미미하며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러합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노트북 PC는 제작사 콜롬비아 픽처스를 소유한 소니의 바이오이며 스폰서로 참여한 하이네켄 맥주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007 카지노 로얄 - 새로운 본드의 탄생
007 퀀텀 오브 솔러스 - 살이 찢기는 생생한 액션, 터프한 블록버스터

[사진] 007 제임스 본드 50주년 특별전

로드 투 퍼디션 - 아버지와 아들과
레볼루셔너리 로드 - 미국 중산층 가정의 비극적 자기 붕괴
어웨이 위 고 - 비슷하면서도 다른 샘 멘데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2/10/29 15: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0/29 16: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럿찌 2012/10/30 03:21 # 삭제

    잘보고갑니다.. 아는게 많으신분같다했더니 기자시네요..ㅎㅎ 옛것이 좋다고 그리 말해놓고 자기 옛집을 쾅!!!! 폭발시켜버리는 007.. 그러면서 난 원래 이집이 싫었어-_- 하는 대범함이 인상적이엇어요,,,
  • 잠본이 2012/11/03 17:18 #

    애초에 크레이그 본드는 신무기하고는 인연이 없었으니 이제와서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말이죠...
    그렇다곤 해도 역대 Q를 디스하는듯한 신Q의 발언은 참 골때리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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