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에 제시되는 한 장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실화를 바탕으로 존 힐콧 감독이 영화화한 ‘로우리스’는 제목 그대로 무법자(Lawless) 3형제와 연방 수사관의 대립을 축으로 하는 갱 영화입니다. 3형제의 리더 격인 포레스트 역의 톰 하디의 육중한 카리스마는 영화 전반을 장악하며 포레스트에 맞서는 악역 레이크스는 비열한 차별주의자로 등장합니다.
극중 화자는 3형제의 막내 잭(샤이어 라보프 분)입니다. 마음이 여려 두 형의 밀주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던 풋내기 잭은 제멋대로 거액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한 명의 갱이자 한 사람의 남자로 성장합니다.
존 힐콧 감독의 전작 ‘더 로드’가 진한 부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면 ‘로우리스’는 진한 형제애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부모가 사망한 잭에게 포레스트의 존재는 아버지와도 같으니 ‘로우리스’의 주제의식은 ‘더 로드’와 상당히 유사하며 궁극적으로는 가족애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로드’와 ‘로우리스’ 모두 묵직하고 황량한 흑백 톤의 영상을 앞세우는 영화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톰 하디, 샤이어 라보프, 가이 피어스 외에 게리 올드만이 출연하는데 비중이 적어 카메오에 가까우며 본두란 3형제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최근 게리 올드만은 선역으로 출연하는 일이 잦지만 ‘로우리스’에서 시카고 타이프라이터를 난사하는 광기 어린 모습은 ‘레옹’의 악역 시절을 연상시킵니다.
폭력과 고어의 강도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액션 자체가 잘 짜여진 인상은 아닙니다. 물론 블록버스터의 스케일과도 거리가 있습니다. 에필로그를 비롯해 유머러스한 장면이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진지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성인용 영화입니다. 최근 제작이 드문 갱 영화이지만 호화 캐스팅에 비하면 완성도는 다소 아쉽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과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남자들로만 가득한 마초 영화에서 양념과 같은 로맨스를 담당합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예상외로 상당한 수준의 노출을 선보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인상적인 것은 잭의 절친한 친구이자 장애인인 크리켓 역의 데인 드한입니다. ‘크로니클’에서 우연히 입수한 초능력을 주체하지 못해 자기 과시욕에 불타오르다 악역으로 돌변하는 고교생 앤드류로 분했던 데인 드한은 ‘로우리스’에서는 순박하며 동정심을 자아내는 청년으로 등장합니다. ‘크로니클’과 ‘로우리스’의 연기 폭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신경질적이며 가녀린 이미지의 금발의 미남이라는 점에서 ‘길버트 그레이프’나 ‘토탈 이클립스’의 외모 전성기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연상시킵니다.
더 로드 - 진한 부성애, 소년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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