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위험한 관계 - 허진호에 어울리지 않는 배신극 영화

1931년 중국 상하이 최고의 바람둥이 셰이판(장동건 분)은 먼 친척 뚜펀위(장쯔이 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은행재벌 모지에위(장백지 분)와 내기를 합니다. 셰이판은 뚜펀위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면 모지에위를 차지하겠다며 내기의 승리를 자신합니다.

1782년 작으로 프랑스 귀족의 문란한 사생활을 묘사한 피에르 쇼더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으로 변주된 바 있습니다. 글렌 클로스와 존 말코비치 주연,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1988년 작 ‘위험한 관계’는 물론 가깝게는 배용준, 전도연 주연, 이재용 감독의 2003년 작 ‘스캔들’은 널리 알려진 영화입니다.

여러 차례 영화화되어 너무나 유명한 원작 소설을 굳이 허진호 감독이 리메이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호우시절’에 이르기까지 허진호 감독은 유명 소설을 영화화하기보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승부한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관계’는 무난한 오락 영화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장동건과 중국의 스타들이 출연해 연기 대결을 펼치고 화려한 의상과 세트에서 비롯된 고급스런 영상이 눈을 즐겁게 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스릴러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만큼 서두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은 매우 빠르게 전개되어 속도감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평범한 남녀의 섬세한 심리와 애틋한 사랑을 묘사하던 허진호 감독의 장점은 ‘위험한 관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미 리메이크된 영화들이 앞세우는 클라이맥스의 반전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셰이판을 파멸로 몰아가는 모지에위의 선택의 동기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모지에위를 단순한 팜므 파탈로 설정해 관객의 감정 이입의 폭을 제한한 각본의 한계가 문제입니다.

클라이맥스부터 속도감이 떨어져 긴장감이 부족해지는 것 또한 약점입니다. 셰이판이 뚜펀위의 마음을 얻으면서부터는 평범한 멜로 영화에 그칩니다. 모든 사건이 종결된 뒤 두 여자의 후일담을 자세하게 나열하는 것은 사족입니다. 항일 운동을 강조하며 민중을 계몽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최근 중화권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중화 민족주의적 정서에 편승해 중화권 관객에 호소하려는 영화의 분위기 또한 씁쓸합니다.

18세 이상 관람가이며 소재는 섹스를 다루고 있지만 노출 장면이나 베드신은 사실상 없습니다. 여성의 뒷모습 노출 장면이 서두에 있지만 주연급 중에는 노출 장면이 없습니다.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의 조합에서 노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과감한 노출이나 베드신 없이 섹스를 소재로 한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리였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캐릭터로 분한 장쯔이와 장백지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장동건의 연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중국어 대사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가장 미묘한 감정 변화를 표출해야 하는 셰이판으로 분한 장동건의 연기는 천편일률적인 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베이베이 역의 왕혁근의 캐스팅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브 플롯의 주인공으로서 결과적으로 메인 플롯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청순한 매력의 소녀가 베이베이인데 왕혁근은 청순하기는 하지만 매력이 부족하며 연기도 부자연스럽습니다.

결과적으로 작위적인 배신에 의존하는 이국취향의 시대물 ‘위험한 관계’는 소박한 캐릭터를 앞세워 미묘하고 섬세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강조하는 허진호 감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담담함과 절제의 미학
봄날은 간다 -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외출 - 전형적인 허진호 식 멜러
행복 - 사랑의 잔인함
호우시절 - 90년대 학번에 바치는 허진호 판 ‘비포 선셋’
중국영화제로 다시 관람한 ‘호우시절’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