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나이트폴 - 이것저것 짜깁기한 헐거운 스릴러 영화

5년 전 아내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찰 강력반 임정충 반장(임달화 분)은 유명 피아니스트 서한림(왕민덕 분)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20년 전 서한림의 양딸 서의설(문영산 분)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된 후 갓 출소한 왕원양(장가휘 분)을 지목합니다. 왕원양은 서의설과 꼭 닮은 여동생 서설(문영산 분)을 스토킹합니다.

주현량 감독의 ‘나이트폴’은 젊은 여성의 살해 사건과 20년 뒤 그녀의 양아버지의 살해 사건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형사와 용의자 간의 추격전을 묘사하는 스릴러입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세 명의 남성 캐릭터인 임 반장과 왕원양, 그리고 서한림은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임 반장과 서한림은 딸에 대한 집착이 심하며 임 반장과 왕원양은 아내, 혹은 연인을 타살로 인해 잃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입니다.

아내의 자살에 대한 트라우마는 임 반장으로 하여금 왕원양 사건을 파헤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며 궁극적으로는 왕원양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에 임 반장의 아내의 죽음이 타살일 지도 모른다는 암시에 대해 중반 이후에 전혀 진전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일 임 반장의 아내의 죽음과 왕원양 사건이 연관성을 지녔다는 식으로 복잡한 구도를 선택했다면 상당히 중층적이며 흥미진진한 스릴러가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 제목 ‘Nightfall’은 ‘해질녘’을 의미하지만 극중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린 두 남자가 악연과 공통점을 지녔으며 한밤중에 추락해 생을 마감한다는 의미의 작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야경을 지닌 도시 홍콩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영상은 인상적이지만 ‘나이트폴’은 기존의 소설과 영화에서 이것저것을 짜깁기해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스릴러입니다. 근친상간과 가정 폭력의 굴레는 걸작 느와르 ‘차이나타운’을, 장기간의 감금과 스토킹, 또한 근친상간은 ‘올드보이’를, 사랑하는 여성의 죄를 숨기기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는 설정은 영화화된 바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을, 그리고 불상을 클로즈업해 삽입해 업보를 강조한 장면이나 금속성의 푸른빛의 영상은 ‘무간도’를 연상시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형사가 등장해 사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서사는 히치콕의 영화의 전형적인 요소인데 임 반장의 부하인 여형사 구양형(사안기 분)의 집에는 히치콕의 대표작 ‘현기증’의 포스터가 걸려있어 오마주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설령 기존의 소설과 영화를 짜깁기했더라도 스릴러로서 탄탄하다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헐거우며 결말을 예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극중에서 엄청난 나이차의 자매로 등장하는 서의설과 서설이 왜 닮았는지, 그리고 서한림이 서설을 어떤 경로로 입양했는지를 수사한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지만 임 반장을 비롯한 경찰은 쉬운 길을 내버려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 한참이나 돌아갑니다. 헐거운 서사로 인해 개별 장면의 호흡이 길어 106분의 짧은 러닝 타임도 다소 지루한 편입니다. 정에 호소하는 결말도 스릴러답지 않습니다.

서두와 란타우섬 케이블카 장면을 제외하면 액션의 비중은 적습니다. 후시 녹음이 어색한 장면도 드러나며 쇼팽의 ‘녹턴’을 지나치게 자주 삽입해 남발하다시피 하는 것도 아쉽습니다.

‘나이트폴’에서 의외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극중의 시간적 배경으로부터 20년 전인 1988년을 묘사한 것입니다. 홍콩의 영국 식민지 시절 영국인 형사가 왕원양을 폭행하며 강압적인 수사를 벌이는 장면은 현재 중국에 환원된 홍콩의 처지를 역설적으로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현재보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이 나았다는 향수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나이트폴’은 중국 시장을 의식하는지 영국 식민지 시절을 강력하게 부정하고 있습니다. 악역인 가학적인 양아버지 서한림이 영어를 자주 섞어 사용하는 것 또한 영국 식민지 시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