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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 - 조커와 존 블레이크의 스쿨버스 영화

※ 본 포스팅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전작인 ‘다크 나이트’와 비교하면 흥미롭게도 공통적인 도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스쿨버스입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스쿨버스는 동료들을 살해하고 홀로 이득을 챙긴 조커의 잔혹성을 입증하는 서두의 마지막 도구로 활용됩니다. 조커가 탑승한 가짜 스쿨버스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진짜 스쿨버스들 사이에 끼어 도주하는 장면은 조커의 유머 감각과 장난기를 상징합니다. 조커가 하비 덴트가 입원하고 있던 병원을 폭파시킨 후 고담 시민들과 함께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스쿨버스는 다시 한번 활용된 바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과 순진무구함을 상징하는 스쿨버스를 조커는 역설적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스쿨버스가 등장합니다. 배트맨이 핵폭발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 존 블레이크가 고아원의 학생들을 탈출시키는데 활용됩니다. 존 블레이크는 고아들을 이끌고 스쿨버스에 탑승해 다리를 건너 고담 시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테러리스트인 베인 일당에 협조하는 셈이 되어버린 군인들의 답답한 처신으로 인해 다리를 건너지 못합니다. 배트맨이 실패할 경우 핵폭발로 인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존 블레이크는 학생들을 스쿨버스에 다시 탑승시키며 공권력의 무기력함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스쿨버스를 둘러싼 다리의 대치 장면은 다리 폭파를 제외하면 특별한 액션 장면이 없음에도 상당 시간이 할애되는데 그만큼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이 중시여긴 장면이라는 의미입니다. 스쿨버스는 결과적으로 형사 존 블레이크를 슈퍼 히어로 로빈으로 변모시키는 촉매제가 됩니다. 에필로그에서 브루스 웨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집이 고아원이 되자 고아들이 탑승한 스쿨버스는 고아원이 된 웨인 가문의 전 저택에 도착합니다.

따라서 스쿨버스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의 악행의 상징으로 역설적으로 활용된 반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존 블레이크의 실낱같은 희망과 좌절에 이은 재탄생, 그리고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역 베인은 ‘다크 나이트’의 조커에 비하면 우직하며 유머 감각이 결여된 인물로 보이지만 인간적인 측면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탈리아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차치해도 그가 증권거래소를 습격한 뒤 탈출하며 오토바이용 헬멧을 들어준 직원에게 ‘고맙다[Thank you]’고 인사하는 장면이나 풋볼 경기장을 폭파시키고 점거하기 직전 미국 국가를 부르는 소년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너무나 예쁜 목소리군[What a lovely, lovely voice]’이라고 독백하는 대사는 베인도 나름 유머 감각을 지닌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특히 풋볼 경기장 장면의 독백에서 베인의 굵고 기묘하게 변조된 목소리는 소년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베인이 고담 시민들을 볼모로 잡으며 혁명을 선언하는 장소가 풋볼 경기장이라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아메리칸 풋볼은 개척 시대의 향수를 일깨우는 미국인의 상징이며 지극히 미국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베인은 미국토를 상징하는 풋볼 경기장의 필드를 폭파시켜 쑥대밭으로 만든 뒤 관중, 즉 고담 시민들 앞에 등장해 혁명을 선언합니다. 미국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겠다는 의도를 압축한 장면입니다. 사족이지만 고담 시 풋볼 팀의 상대 팀이 슈퍼맨의 무대가 되는 메트로폴리스의 팀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그에 앞서 베인이 증권거래소를 습격해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당연히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월가의 증권거래소를 연상시키며 경찰과 베인 일당의 최후의 대결을 벌이기 직전 찢겨진 성조기가 나부끼는 장면은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는 미국의 현주소를 상징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IMAX로 세 번째 관람하며 어둠의 기사와 작별했습니다. 2005년 ‘배트맨 비긴즈’ 이래 7년 동안 이어진 3편의 시리즈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사라졌습니다. 당분간 ‘다크 나이트’ 삼부작과 같은 슈퍼 히어로 영화는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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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잠본이 2012/07/30 18:19 #

    닭나잇에서 너무 전복적인 쇼를 많이 보여주다보니 여기선 반대로 정통적인 무언가를 추구한 부분이 많은데 그게 식상하다는 사람도 꽤 되는듯 합니다.
    시카고에 가깝게 그려지던 고담시가 너무 대놓고 뉴욕스럽게 된것도 좀 미묘;;
  • 夢影 2012/07/30 23:05 #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주제의 표현이라는 면에서는 정말 일관성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아쉽습니다! 이게 끝이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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