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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 가볍고 매끈한 것이 장점이자 약점 영화

※ 본 포스팅은 ‘도둑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마카오의 카지노에 숨겨진 거액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해 다국적으로 구성된 10명의 전문절도범의 좌충우돌을 묘사합니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영화는 크게 3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째, 한국에서의 문화재 절도를 통해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절도 수법을 소개하며 둘째, 마카오에서의 ‘태양의 눈물’ 절도의 준비 과정과 시행까지 그려지고 셋째, 부산을 배경으로 둘러싼 절도범들과 갱, 그리고 경찰의 사투를 묘사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분절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며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세 번째 에피소드로 연결되는 부분은 이음매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관객이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고 속도감을 유지하며 몰아붙인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세 번째 에피소드의 부산의 와이어 액션 장면은 매우 강렬해 일품입니다.

무려 10명의 절도범이 타이틀 롤인만큼 ‘도둑들’의 호화 캐스팅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캐스팅이 화려하며 전문절도범이 한 팀을 이뤄 등장한다는 점에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팀의 결속력이 뛰어나 배신자가 없었던 ‘오션스’의 주인공들과 달리 ‘도둑들’의 주인공들은 한 팀을 이뤘어도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신을 일삼습니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 작품 전체를 관통한 바 있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홉스식 세계관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동료에 대해 배신을 일삼으며 이합집산을 거듭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한 믿음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예니콜(전지현 분)에 대한 굳건한 짝사랑을 과시하는 잠파노(김수현 분)나 초로의 첸(임달화 분)과 씹던껌(김해숙 분) 커플의 최후, 그리고 한때 어긋났던 마카오박(김윤석 분)과 팹시(김혜수 분) 커플이 장식하는 결말까지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사랑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드러냅니다. 아마도 ‘도둑들’이 소수 관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매니악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여름 성수기에 다수의 관객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블록 버스터에 가깝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짜’의 생명을 건 절박함이나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 대한 천착에 가까운 탐구에 비해 ‘도둑들’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매끈한 오락 영화입니다. 즉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의 범죄 스릴러에 ‘전우치’의 코믹 액션이 결합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숫자가 매우 많으며 대부분의 배우들은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를 반복해서 연기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신을 스타덤에 올린 휴대 전화 CF를 연상시키는 이름 예니콜 역의 전지현입니다. 사실 전지현은 영화배우라기보다 CF 전문 배우로서 현실로부터 두 발이 붕 떠 브라운관에 유리된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도둑들’에서는 CF를 통해 구축한 예쁜 이미지와 달리 욕설을 쉽게 입에 올리는 경박하며 사실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연기력에 의문이 있는 전지현을 위해 최동훈 감독이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니콜은 연상의 여성이자 선배인 팹시와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미묘한 갈등 관계를 연출하는데 전지현과 김혜수 두 배우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결 구도입니다.

이정재가 분한 뽀빠이와 김윤석이 분한 마카오박의 갈등 관계 또한 비슷한데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자 라이벌이며 연적의 요소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마카오박은 나머지 9명의 절도범들은 물론이고 갱들과도 갈등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뽀빠이와의 갈등 관계에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뽀빠이는 앤드류(오달수 분)와 개그 콤비를 이루는 영화 후반에 더욱 빛이 납니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수현을 캐스팅한 것은 10대 여학생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림수로 보이는데 결과는 무난합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극중에서 가장 어린 여성 캐릭터로 등장하는 전지현조차 서른이 훌쩍 넘어 나이를 감추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김수현과 같이 20대 초중반의 여배우가 등장해 균형을 맞췄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나머지 9명의 절도범들과는 목적이 다르지만 자신의 목적을 끝내 달성하는 줄리 역의 이신제도 인상적입니다.

다국적 캐스팅으로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광둥어까지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었으며 아시아 각지에서 촬영되어 ‘도둑들’은 그야말로 국제적인 영화입니다.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카지노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는 20세기 후반 홍콩 느와르의 향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차장 총격전을 홍콩 느와르의 주역이었던 임달화에게 할애한 것을 보면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을 통해 홍콩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일본인 행세를 하는 임달화의 일본어 대사 구사는 매우 어색해 낙제점입니다.

전우치 - 기대 못 미쳐 ‘형사2’ 보는 듯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Uglycat 2012/07/26 09:47 #

    막판까지 예측을 허락지 않은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 동사서독 2012/07/26 10:53 #

    호텔지배인과 김수현과의 예상치못했던 장면은 참 깨알 같은 웃음을 주더군요. 미션임파서블4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은데 흔하디흔한 '미인계' 장면을 뒤집는 그 씬에서 특히 여성분들의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 무니 2012/07/26 12:11 #

    김수현은 최근의 미친 인기를 얻기 전에 캐스팅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마케팅 관계자가 해품달을 보며 대박났다고 좋아했다고.....
  • 메이 2012/07/27 03:44 #

    매끈하단 표현이 정말 딱 어울리는 영화였어요. ^^
  • 시엔 2012/08/01 22:30 #

    어제 봤는데 김윤석이 대단해 보였어요... 그전에 봤던 얌마 도완득 할 때랑 느낌이 다르게 보이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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