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프로메테우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1세기 후반 고고학자 엘리자베스(누미 라파스 분)는 인류의 기원을 탐사하기 위해 의문의 행성 LV-223으로 향하는 우주선 ‘프로메테우스호’에 탑승합니다. 탐사팀은 인류와 DNA가 동일한 ‘엔지니어’의 유적을 발견하지만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습격 및 감염되어 희생자가 속출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는 1979년 작 ‘에이리언’의 프리퀄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을 한 획 씩 제시하는 독특한 오프닝은 ‘에이리언’과 동일하며 엔드 크레딧 이후 로고를 통해 대미를 장식하는 악덕 기업 웨이랜드에 고용된 사람들이 에이리언에 희생당한다는 줄거리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형적인 것입니다.
장기 수면에서 깨어난 승무원이 한 곳에 모여 시리얼과 같은 식사를 하는 모습, 돈을 밝히는 조연 캐릭터, 감정이 결여된 안드로이드의 등장, 에이리언 감염자의 선내 출입 문제를 놓고 벌이는 갈등, 에이리언의 숙주가 된 자가 고통을 못 이겨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소연해 화염방사기로 살해하는 장면, 머리가 뽑혀 파괴된 안드로이드의 작동, 유일한 생존자의 구명정에서의 마지막 사투 등의 요소는 모두 ‘에이리언’을 계승했습니다.
‘에이리언’에서 우주선 노스트로모호의 승무원은 7명이었는데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로메테우스호의 승무원이 17명인 것 또한 의도적인 오마주로 보입니다. 제리 골드스미스의 ‘에이리언’ 테마 또한 재활용되었습니다. 가장 주된 공간적 배경인 엔지니어의 얼굴 석상이 있는 방안의 부조 중에는 에이리언의 모습이 눈에 띄며 마지막 장면은 가장 친숙한 인간형 에이리언 성체가 장식합니다.
‘에이리언2’의 요소도 눈에 띕니다. 모래 폭풍이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에이리언2’를 연상시키며 프로메테우스호는 ‘에이리언2’의 드랍십과 유사한 형태를 지녔습니다.
에이리언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출산’을 통해 공격하는 괴물인데 이에 맞서 출산의 숙명을 진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을 맡아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서사의 얼개 또한 ‘프로메테우스’에 고스란히 이식되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불임이지만 그것을 교묘하게 뒤집는 전개와 악몽과도 같은 자가 수술 장면은 압권입니다. 과거 ‘에이리언2’가 시리즈 사상 최초로 국내에 정식 개봉되었을 때 ‘임신부 관람 금지’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프로메테우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에이리언’에 잠시 등장했으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스페이스 자키’에 대한 의문을 푸는 ‘프로메테우스’이지만 ‘에이리언’의 단순한 속편이라기보다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 또한 ‘‘에이리언’의 행성과 ‘프로메테우스’의 LV-223은 다른 곳으로 보입니다.
에이리언을 창조한 엔지니어의 본격적 등장과 함께 에이리언 또한 과거 시리즈의 체스트 버스터, 페이스 허거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제시됩니다. 액체 섭취를 통한 감염이나 에이리언의 혀에 해당하는 ‘입 속의 입’이 숙주의 입에 파고드는 오럴 섹스를 연상시키는 살해 방식 등 에이리언이 다양한 방식으로 감염, 출산,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설정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결말에서 속편을 암시하는데 만일 엘리자베스가 주인공인 후일담이 제작된다면 그 속편은 엔지니어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탐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장면은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를 연상시키지만 ‘프로메테우스’는 2편의 시리즈가 공개된 B급 영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와는 격이 다른 작품입니다.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를 제외하면 의외로 SF 영화 연출과는 거리가 멀었던 리들리 스콧이 33년 전 자신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에이리언’의 세계관으로 작심하고 돌아와 화려한 영상과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IMAX의 탁 트인 화면과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3D 효과로 인해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최고의 축복입니다.
하지만 매끈한 블록버스터를 원한 다수의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으며 호러 및 고어의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친밀도에 따라 ‘프로메테우스’는 상당히 다른 작품으로 수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이리언’을 복습하고 ‘프로메테우스’를 관람하면 흥미를 배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 불을 제공한 뒤 혹독한 형벌을 받은 티탄족의 신에서 비롯된 우주선 이름을 제목으로 따온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종교적이며 철학적 소재를 다룹니다. 에이리언을 창조한 엔지니어의 모습은 안드로이드를 창조한 인간과 대비되는데 자신의 창조물 에이리언을 통제하지 못해 죽어간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안드로이드로 인해 동일한 비극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인류의 기원’을 주제로 한 SF 영화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요소도 ‘프로메테우스’의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애당초 ‘프로메테우스’의 시조격인 ‘에이리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프로메테우스’에서 인류의 기원을 외계 문명에 둔 것이나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패스밴더 분)이 후반에 힘없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컴퓨터 할(HAL) 9000을 연상시킵니다. 데이빗은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관람하고 인용하는데 극중에서 마이클 패스밴더의 머리 모양 또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과 유사하게 분장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캐릭터 중에서 가장 극적인 분장은 노역으로 분해 원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가이 피어스입니다. 주연 누미 라파스의 극중 이름은 엘리자베스인데 출세작 ‘밀레니엄’ 3부작에서 자신의 맡았던 주인공 리스베트와 비슷한 이름을 부여받은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에이리언2 - 모성과 모성의 불꽃튀는 대결
에이리언3 - 에이리언보다 무서운 죽음의 자본
에이리언4 - 잃어버린 에이리언의 도시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 너무 짧은 롤러 코스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 절제와 지연의 미학이 아쉬운 프랜차이즈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 장르적 전복을 통해 탄생한 SF 걸작
블랙 레인 - 리들리 스콧의 오리엔탈리즘 느와르
블랙 호크 다운 -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
킹덤 오브 헤븐 -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재미없는 기사담
아메리칸 갱스터 - 장르 역사에 남을 새로운 걸작
아메리칸 갱스터 - 두 번째 관람
바디 오브 라이즈 - 시적인 비주얼과 따로 노는 썰렁한 내러티브
로빈 후드 - 지나치게 꼼꼼해 지루한 가상 사극
http://twitter.com/tominodijeh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는 1979년 작 ‘에이리언’의 프리퀄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을 한 획 씩 제시하는 독특한 오프닝은 ‘에이리언’과 동일하며 엔드 크레딧 이후 로고를 통해 대미를 장식하는 악덕 기업 웨이랜드에 고용된 사람들이 에이리언에 희생당한다는 줄거리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전형적인 것입니다.
장기 수면에서 깨어난 승무원이 한 곳에 모여 시리얼과 같은 식사를 하는 모습, 돈을 밝히는 조연 캐릭터, 감정이 결여된 안드로이드의 등장, 에이리언 감염자의 선내 출입 문제를 놓고 벌이는 갈등, 에이리언의 숙주가 된 자가 고통을 못 이겨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소연해 화염방사기로 살해하는 장면, 머리가 뽑혀 파괴된 안드로이드의 작동, 유일한 생존자의 구명정에서의 마지막 사투 등의 요소는 모두 ‘에이리언’을 계승했습니다.
‘에이리언’에서 우주선 노스트로모호의 승무원은 7명이었는데 ‘프로메테우스’에서 프로메테우스호의 승무원이 17명인 것 또한 의도적인 오마주로 보입니다. 제리 골드스미스의 ‘에이리언’ 테마 또한 재활용되었습니다. 가장 주된 공간적 배경인 엔지니어의 얼굴 석상이 있는 방안의 부조 중에는 에이리언의 모습이 눈에 띄며 마지막 장면은 가장 친숙한 인간형 에이리언 성체가 장식합니다.
‘에이리언2’의 요소도 눈에 띕니다. 모래 폭풍이 서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에이리언2’를 연상시키며 프로메테우스호는 ‘에이리언2’의 드랍십과 유사한 형태를 지녔습니다.
에이리언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출산’을 통해 공격하는 괴물인데 이에 맞서 출산의 숙명을 진 강인한 여성이 주인공을 맡아 에이리언과 사투를 벌이는 서사의 얼개 또한 ‘프로메테우스’에 고스란히 이식되었습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불임이지만 그것을 교묘하게 뒤집는 전개와 악몽과도 같은 자가 수술 장면은 압권입니다. 과거 ‘에이리언2’가 시리즈 사상 최초로 국내에 정식 개봉되었을 때 ‘임신부 관람 금지’라는 문구를 내세웠는데 ‘프로메테우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에이리언’에 잠시 등장했으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스페이스 자키’에 대한 의문을 푸는 ‘프로메테우스’이지만 ‘에이리언’의 단순한 속편이라기보다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적 배경 또한 ‘‘에이리언’의 행성과 ‘프로메테우스’의 LV-223은 다른 곳으로 보입니다.
에이리언을 창조한 엔지니어의 본격적 등장과 함께 에이리언 또한 과거 시리즈의 체스트 버스터, 페이스 허거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제시됩니다. 액체 섭취를 통한 감염이나 에이리언의 혀에 해당하는 ‘입 속의 입’이 숙주의 입에 파고드는 오럴 섹스를 연상시키는 살해 방식 등 에이리언이 다양한 방식으로 감염, 출산,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설정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결말에서 속편을 암시하는데 만일 엘리자베스가 주인공인 후일담이 제작된다면 그 속편은 엔지니어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모여 탐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장면은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를 연상시키지만 ‘프로메테우스’는 2편의 시리즈가 공개된 B급 영화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와는 격이 다른 작품입니다.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를 제외하면 의외로 SF 영화 연출과는 거리가 멀었던 리들리 스콧이 33년 전 자신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긴 ‘에이리언’의 세계관으로 작심하고 돌아와 화려한 영상과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IMAX의 탁 트인 화면과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3D 효과로 인해 ‘프로메테우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최고의 축복입니다.
하지만 매끈한 블록버스터를 원한 다수의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액션 장면이 많지 않으며 호러 및 고어의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에 대한 친밀도에 따라 ‘프로메테우스’는 상당히 다른 작품으로 수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에이리언’을 복습하고 ‘프로메테우스’를 관람하면 흥미를 배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 불을 제공한 뒤 혹독한 형벌을 받은 티탄족의 신에서 비롯된 우주선 이름을 제목으로 따온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종교적이며 철학적 소재를 다룹니다. 에이리언을 창조한 엔지니어의 모습은 안드로이드를 창조한 인간과 대비되는데 자신의 창조물 에이리언을 통제하지 못해 죽어간 엔지니어와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안드로이드로 인해 동일한 비극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인류의 기원’을 주제로 한 SF 영화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요소도 ‘프로메테우스’의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애당초 ‘프로메테우스’의 시조격인 ‘에이리언’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프로메테우스’에서 인류의 기원을 외계 문명에 둔 것이나 안드로이드 데이빗(마이클 패스밴더 분)이 후반에 힘없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컴퓨터 할(HAL) 9000을 연상시킵니다. 데이빗은 걸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관람하고 인용하는데 극중에서 마이클 패스밴더의 머리 모양 또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과 유사하게 분장했습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캐릭터 중에서 가장 극적인 분장은 노역으로 분해 원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가이 피어스입니다. 주연 누미 라파스의 극중 이름은 엘리자베스인데 출세작 ‘밀레니엄’ 3부작에서 자신의 맡았던 주인공 리스베트와 비슷한 이름을 부여받은 것은 우연이 아닌 듯합니다.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에이리언2 - 모성과 모성의 불꽃튀는 대결
에이리언3 - 에이리언보다 무서운 죽음의 자본
에이리언4 - 잃어버린 에이리언의 도시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 너무 짧은 롤러 코스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 절제와 지연의 미학이 아쉬운 프랜차이즈
에이리언 - 여전히 유효한 걸작 SF 호러
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 장르적 전복을 통해 탄생한 SF 걸작
블랙 레인 - 리들리 스콧의 오리엔탈리즘 느와르
블랙 호크 다운 -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
킹덤 오브 헤븐 -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만 재미없는 기사담
아메리칸 갱스터 - 장르 역사에 남을 새로운 걸작
아메리칸 갱스터 - 두 번째 관람
바디 오브 라이즈 - 시적인 비주얼과 따로 노는 썰렁한 내러티브
로빈 후드 - 지나치게 꼼꼼해 지루한 가상 사극
http://twitter.com/tominodijeh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