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콘텐츠뷰/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멜랑콜리아 - 라스 폰 트리에의 미니멀리즘 종말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멜랑콜리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니 클레어(샬롯 갱스부르 분)와 형부 존(키퍼 서덜랜드 분)에게 초호화 결혼식을 부탁한 저스틴(커스틴 던스트 분)은 밤을 새우는 결혼식 도중에 우울증이 도져 신랑 마이클(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과 삐거덕거립니다. 저스틴은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 하나가 사라져 지구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챕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2011년 작 ‘멜랑콜리아’는 자매를 중심으로 한 부유한 가족이 결혼식과 종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2개의 장으로 나눠 묘사하는 초현실적 SF 영화입니다. ‘멜랑콜리아’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라스 폰 트리에는 1990년대의 SF 블록버스터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을 비웃기라도 하듯 언론과 대중이라는 종말 영화의 전형적 요소들을 배제한 채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종말을 포착합니다. 물론 ‘멜랑콜리아’의 결말은 ‘딥 임팩트’, ‘아마겟돈’과는 차별화됩니다.

핸드 헬드와 점프 컷으로 불안을 가중시키는 라스 폰 트리에 특유의 연출 기법은 여전한데 참혹한 종말은 물론 그에 앞서 제시되는, 흥겨워야할 인륜대사 결혼식조차도 신경질적이며 염세적으로 묘사합니다. 골프 코스 18홀을 지닌 대저택에서 치러지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기나긴 결혼식 장면을 통해 부르주아의 과시욕과 속물주의를 비판합니다.

따라서 라스 폰 트리에의 연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멜랑콜리아’는 짜증스럽고 지루하며 불편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36분의 러닝 타임은 단순한 서사와 오프닝부터 암시되는 결말을 감안하면 다소 긴 것이 사실입니다. 15분 정도는 러닝 타임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목 ‘멜랑콜리아(Melancholia)’는 우울증과 동시에 극중에서 지구를 향해 육박해오는 별의 이름을 의미합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1부의 주인공 저스틴이 2부에서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별, 즉 ‘멜랑콜리아’가 지구로 향하자 오히려 우울증에서 벗어나며 의연해집니다. 염세주의자가 염세적 상황에서 도리어 강해지는 것입니다. 커스틴 던스트의 제멋대로이면서도 주관이 뚜렷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합니다. 반면 이성적인 클레어는 종말이 닥치자 이성을 상실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못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상황의 변화에 따라 두 주인공의 성격이 극적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인상적입니다.

두 주인공 외에 주변 인물들 또한 개성이 강렬합니다. 클레어의 남편 존은 자상하고 섬세한 인물이지만 거부이면서도 수전노와 같은 성격을 지녔습니다. 종말을 앞두고 낙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먼저 나약함과 위선이라는 밑바닥을 드러냅니다. ‘남성보다 강한 것이 여성’이라는 속설을 입증하는 인물입니다.

등장 장면은 많지 않지만 딸의 결혼식장에서 축사로 결혼제도를 저주하는 이혼한 어머니 개비(샬롯 램플링 분)와 승진을 사탕발림으로 앞세워 결혼식장에서도 업무를 재촉하는 저스틴의 고용주 잭(스텔란 스카스가드 분)은 라스 폰 트리에 특유의 블랙 유머적 인물입니다. 저스틴이 남편 마이클과의 첫날밤은 거부해놓고 잭이 동반한 신입 사원 팀(브래디 코벳 분)과 충동적으로 섹스하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습니다. 이처럼 뒤틀린 인간의 본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심리 묘사 또한 라스 폰 트리에 영화를 즐기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근본적인 서사의 줄기와는 거리가 먼 듯한 1부의 결혼식 장면은 군상극에 가까우며 종말과 함께 사라질 인간의 다채로운 본성이 무엇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되새기게 합니다. 존 허트와 유도 키에르까지 가세한 캐스팅은 상당히 화려합니다.

스틸 컷에 가까운 느린 속도의 오프닝은 영상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우주적이며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는 ‘트리 오브 라이프’와 유사합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서사를 압축한 것이지만 정작 본편과는 디테일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멜랑콜리아’를 재관람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오프닝입니다. 오프닝과 달리 본편의 영상은 심심한 편이지만 평소 노출을 꺼린 커스틴 던스트의 과감한 헤어 누드 장면은 달빛을 받는 여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우며 신화적입니다.

도그빌 - 가학과 피학, 위선과 폭력, 그리고 권력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