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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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 남자대표팀은 관광하러 갔나? 영화

1991년 2월 남북체육회담의 결과 4월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 ‘코리아’를 구성해 파견할 것을 합의합니다. 여자 탁구대표팀의 남측 에이스 현정화(하지원 분)는 북측 에이스 리분희(배두나 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등 단일팀 내부에는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문현성 감독의 영화 ‘코리아’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단일팀으로 파견된 탁구대표팀이 갈등을 극복하고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현정화, 리분희, 유순복 등의 남북한 탁구선수들과 당시 북측 인사로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조남풍 등의 이름은 실명이 사용되었으며 중국 여자 탁구대표팀의 에이스 덩야핑은 덩야령으로 이름을 살짝 바꾸어 놓았습니다.

영화 ‘코리아’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의 실제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코리아’에서는 중국과의 여자단체전 결승전에서 단식 4경기에 2:2로 맞선 가운데 현정화 - 리분희 복식조가 중국에 승리하며 우승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1991년 당시 실제 결승전에서는 현정화 - 리분희 복식조는 세 번째 경기에서 중국에 패했으며 게임 스코어 2:2에서 유순복이 가오준에 마지막 단식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지은 바 있습니다. 즉 남북단일팀의 상징과도 같은 현정화 - 리분희 복식조의 승리로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영화 속 허구에 불과합니다.

당시 에이스 현정화에 이은 남측의 두 번째 선수는 홍차옥인데 ‘코리아’의 오프닝의 신문 기사에서는 홍차옥의 이름을 찾을 수 있지만 정작 홍차옥은 ‘코리아’에 등장하지 않으며 그녀의 위치를 대신하는 것은 최연정(최윤영 분)이라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대중을 상대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야 하는 상업 영화가 반드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코리아’에서는 사실과 허구의 간극이 상당합니다. 극중에서 주인공인 현정화와 리분희의 갈등과 화해는 인상적으로 묘사하지만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부여받는 최연정과 북측 남자탁구 선수 최경섭(이종석 분)의 사랑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최연정은 최경섭을 보자마자 소위 ‘들이대는’데 한달 남짓 함께 지낸 뒤에는 미래를 전혀 기약할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저렇게 들이댈까 싶을 정도로 지나칩니다. 아마도 1980년대 후반부터 화제가 된 탁구 스타 안재형과 중국 대표팀 자오즈민의 사랑을 ‘코리아’에서는 남북한으로 치환해 시트콤 스타일의 사랑으로 웃음과 눈물을 안기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매우 과장되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차라리 알 듯 말 듯 현실적으로 로맨스를 다뤘다면 두 사람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더욱 진한 감동을 자아냈을 것입니다.

‘코리아’는 ‘전반 웃음 + 후반 감동’이라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 구조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후반 감동’ = ‘신파’라는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남측 선수들이 빗속에서 무릎 꿇고 울며 간청하는 장면이나 한반도를 모티브로 한 코리아팀의 깃발을 놓고 이은일 코치(박철민 분)가 일장 연설하는 장면은 주제의식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일본 신파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애당초 부담 없는, 만화와도 같은 오락 영화를 추구했겠지만 치열한 소재를 가볍고도 감정적으로 다루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보다 간접적이며 세련된 전개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술한 장면들을 과감히 압축하거나 들어냈다면 127분의 러닝 타임 또한 10여 분 정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연출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남자 선수들 또한 남북단일팀의 구성원으로 영화에 등장하지만 정작 그들은 무엇을 위해 지바에 온 것인지 영화에서는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극중에서의 대사 그대로 ‘관광’하러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남녀 선수 모두 개인전은 물론 혼합복식까지 경기가 이루어졌는데 영화를 위해 세세한 사실은 쳐낸다고 해도 남자단체전을 비롯해 남자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삽입하기는커녕 대사로도 처리하지 않은 것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남자대표팀은 스웨덴에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되었는데 ‘코리아’에서 남자 선수들은 탁구는 안 치고 양주 마시고 야한 잡지 읽고 연애나 하는 것으로만 묘사됩니다.

디테일에도 의문은 남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의 편파 편정이나 리분희의 기절과 같은 장면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현정화와 리분희가 경기 도중 한참이나 대화를 주고받는 연출은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중국 여자 선수들이 탁구 치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허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매우 어색합니다. 코리아팀이 우승을 통해 받은 금메달에는 오륜 마크가 선명한데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아닌 ITTF(국제탁구연맹)의 주관 대회의 메달에 오륜 마크를 사용한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나막신 2012/05/21 19:32 #

    상당히 예리하신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남 대표팀은 뭐하나~ 생각하며 봤거든요^^
    하지만 사실을 강조하기보다 통일의 의미를 강조하기위해 사실을 뛰어넘어 극화시킨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이 영화의 테마니까요~ 디테일을 좀 살렸더라면 더 감동이 더해졌을텐데 하는 아쉬움 역시.. 있습니다.
  • 시엔 2012/05/21 22:52 #

    2주전에 의정부CGV서 이거 봤는데 별로 였어요 -ㅁ-; 결말이 예측할 수 있는 거였고..... 스포츠영화의 한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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