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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 돋보인 심리 묘사, 아쉬운 캐스팅 영화

‘국민 시인’으로 불릴 정도로 명망 있는 문학가이지만 가끔 찾아오는 문하생 지우(김무열 분)를 제외하면 외롭게 홀로 사는 적요(박해일 분)의 집에 살림을 돕겠다며 여고생 은교(김고은 분)가 아르바이트를 자청합니다. 적요는 은교의 젊음과 매력에 빠져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것을 가정한 소재로 한 소설 ‘은교’를 집필하지만 공개를 꺼린 채 묵혀둡니다.

박범신의 원작 소설을 정지우 감독이 각색 및 연출을 담당한 ‘은교’는 노년 남성과 젊은 남성, 그리고 여고생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묘사합니다. 미성년 소녀와 성인 남성의 금기시되는 사랑을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영화화된 바 있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를, 외롭게 살던 노년의 소설가가 아름다운 젊은 여성에 첫눈에 반해 갈등이 형성되는 줄거리는 ‘은하철도 999’의 제28화 ‘아지랑이별의 문호’를 떠올리게 합니다.

‘은교’의 두 주인공의 이름은 의도적인 작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이틀 롤 은교는 ‘은밀한 교류’, ‘은밀한 교감’, 더 나아가 적요와 지우가 은교와 꿈꾸는 ‘은밀한 성교’, 즉 ‘은밀한 섹스’를 의미하며 적요는 은교가 찾아오기 전까지 유지된 ‘적막과 고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적막과 고요 속에 살던 적요는 은교로 인해 은밀한 성교를 꿈꾸게 된 것입니다.

개봉 전부터 ‘은교’는 노출과 섹스 장면의 수위로 인해 화제가 되었고 실제 영화 속에서 은교 역을 맡은 김고은의 노출 수위는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에 할애된 장면이 양적으로 짧은 편이며 영화는 세 사람의 갈등 구조와 심리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입니다. 따라서 노출과 섹스 장면에만 기대할 경우 ‘은교’는 실망스러운 영화가 될 것입니다.

애당초 적요와 지우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를 넘어 초반의 소위 ‘러브샷’ 장면이 말해주듯 동성애와도 같은 감정으로 얽힌 사이입니다. 지우는 적요를 아버지와 같다고 말하며 두 사람은 일상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밝힐 수 없는 추악한 비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공유하던 안온한 일상은 은교의 등장으로 깨지기 시작합니다. 젊은 여자를 탐하려는 남자의 본능, 혹은 롤리타 콤플렉스가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은교와 지우는 결국 ‘외로움’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섹스에 도달하지만 실제로 가장 외로운 것은 문학상 시상식에서 ‘늙음은 내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다’라고 인용하며 섹스에서 소외되는 적요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그는 이름부터 외로움을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늙음에서 비롯된 엄청난 나이 차이로 인해 적요는 은교에 더 이상 다가지지 못하고 구경꾼으로 전락합니다. 처녀를 탐한 자가 비싼 대가를 치르며 황순원의 소설 ‘독 짓는 늙은이’를 연상시키는 결말은 씁쓸한 해피 엔딩과 같습니다.

‘은교’는 캐스팅이 극과 극을 달린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이틀 롤 은교 역의 김고은은 최근 대세인 인공미로 가득한 판에 박은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개성이 두드러집니다. 새하얀 살결과 쭉 뻗은 팔다리, 그리고 쌍꺼풀이 없는 보이시한 마스크는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최종병기 활’에 함께 출연했던 두 남자 배우 중 김무열은 무난하지만 70대 노인을 맡은 박해일은 미스 캐스팅입니다. 적요가 검버섯이 가득한 피부와 늘어진 뱃살을 드러내는 오프닝은 30대 중반의 박해일의 70대 노역 분장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합니다. 중반부 적요의 상상 장면에서 젊은 시절이 등장하기에 박해일을 캐스팅한 것으로 보이지만 분장만으로는 상쇄할 수 없는 ‘이승과 저승의 차이’와도 같은 위화감을 박해일은 극복하지 못합니다. ‘모던보이’에서의 인연을 바탕으로 정지우 감독이 다시 주연을 맡긴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마디로 젊은이가 노인을 어설프게 흉내 내는 듯한 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해일보다 티켓 파워는 떨어지며 최근 자서전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지만 신성일과 같이 적요의 실제 나이 대와 비슷한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나았을 것입니다. 젊은 시절을 재현하는데 CG 등 특수 효과에 공을 들여야 했겠지만 그랬다면 적요의 젊은 시절은 더욱 아련함을 자아냈을 것이며 ‘은교’는 훨씬 자연스러운 작품이 되었을 것입니다.

적요와 지우를 둘러싼 문단의 이면이 양념처럼 제시되는 등 두 남성 인물들의 삶은 세세히 묘사하지만 정작 타이틀 롤 은교의 사생활에는 두 남자를 만난 후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인지 묘사하지 않은 것도 아쉽습니다. 신비스러운 미소녀로 남겨두고 싶었던 의도일 수도 있지만 국어수업을 비롯한 학교생활이나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해 구체적인 묘사가 있었다면 보다 생생한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랑니 - 사랑은 뫼비우스의 띠
모던보이 - 인상적인 비주얼, 진부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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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즈라더 2012/05/02 20:19 #

    아마 나이든 배우를 젊게 보이는 CG를 쓰려면..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갔을 거에요.
  • 노타입 2012/05/04 07:03 #

    제 생각이지만 젊은 배우를 쓴것은 관객의 거부감을 완화시키려는 안전장치가 아닌가 싶네요. 실제 70대의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훨씬 불편했을것 같구요. 그런면에서 영화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못봐서 그냥 추측으로만 해보는 소리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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