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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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 정치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영화

※ 본 포스팅은 ‘킹메이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펜실베니아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 분)의 홍보담당 팀장 스티븐(라이언 고슬링 분)은 라이벌 후보 진영의 홍보담당자인 톰(폴 지아매티 분)의 스카우트 유혹을 받지만 뿌리칩니다. 스티븐은 선거사무소의 인턴 몰리(에반 레이첼 우드 분)와 동침하다 모리스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카이사르가 로마 원로원에서 암살당한 3월 15일을 의미하는 원제 ‘The Ides Of March’의 국내 개봉명 ‘킹메이커’는 보 윌리먼의 희곡 ‘Farragut North’를 조지 클루니가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섹스 스캔들을 비롯해 정치권력을 둘러싼 추악한 이면을 다루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 겸 주연작 ‘앱솔루트 파워’를 연상시킵니다. ‘킹메이커’의 전반부는 차분한 드라마에 가깝지만 주인공 스티븐의 실수와 섹스 스캔들이 겹쳐지며 중반 이후부터는 묵직하며 서늘한 정치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성격이 강화됩니다.

‘킹메이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즉, 홉스식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스티븐은 이상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권력욕과 출세욕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스티븐의 상관 폴(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은 유능한 부하직원에 대한 경계심을 의리로 포장합니다. 스티븐과 폴을 고용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 모리스는 진보적인 원칙주의자이며 가족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권을 위해 타협을 불사하며 섹스 스캔들을 벌이고 뒤덮기에 급급합니다. 상대 후보 진영의 홍보담당자 톰은 스티븐과 폴을 이간질해 이득을 취하려 합니다. 특종에 눈먼 기자 아이다(마리사 토메이 분)는 우정을 가장해 폴에 접근합니다. ‘킹메이커’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음흉하며 타인을 이용해 출세를 도모하는 영악한 기회주의자들입니다.

거짓만이 유일한 진실이며 같은 편 진영 내부에서도 먹고 먹히는 치열한 먹이사슬과 같은 더러운 정치판에서 희생되는 것은 정치판에 갓 입문한 젊은 여성입니다. 그녀의 희생 이후에도 새로운 여성 인턴이 등장하는 것은 피를 먹고 사는 권력의 더러운 속성이 야기하는 비극의 반복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정치판에는 선한 사람이 없으며 단지 약자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드라이브’에서 그랬듯이 라이언 고슬링은 무표정 속에 분노, 실망, 욕망 등 많은 감정을 함축한 미묘한 연기를 통해 복잡한 내면을 지닌 주인공 스티븐을 완성합니다. 참으로 하드보일드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감독 겸 조연을 맡은 조지 클루니는 자신에게 많은 장면을 할애하지는 않지만 능수능란한 연기를 통해 중후하며 매력적인 거물 정치인을 형상화합니다. 수단 정부의 학살에 항의해 미국 주재 수단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조니 클루니의 실제 모습과 그가 분한 진보적 정치인 모리스의 모습은 동일인물처럼 겹쳐집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과 폴 지아매티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홍보담당자 간의 대결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스티븐은 치열한 권모술수의 투쟁 속에서 생존하며 모리스 또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어 백악관까지 넘보는 결말은 일견 해피 엔딩처럼 보이지만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유권자, 즉 국민이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극적인 결말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겉으로는 매끈하고 멋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정치판 이면의 속성을 새삼 일깨우는 결말입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중에서 그대로 등장하며 TV 토론과 유세, 네거티브 광고, 역선택 투표와 같은 선거전의 다양한 모습이 사실적으로 제시되는데 실질적으로 양당제에 가까운 한국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정치 영화가 제작되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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