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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독재정권을 타도하라! 영화

제3차 세계대전 이후 바이러스 창궐 등의 혼란을 수습해 집권한 독재자 서틀러(존 허트 분)의 철권통치가 행해지자 브이(휴고 위빙 분)라는 이름의 가면 쓴 남성이 정부에 홀로 저항해 법원을 폭파합니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젊은 여성 이비(나탈리 포트만 분)는 비밀경찰 ‘핑거맨’에게 성폭행당할 위기에서 구해준 브이와 인연을 맺습니다.

데이비드 로이드와 알란 무어의 DC 코믹스의 그래픽 노블을 제임스 맥테이그 감독이 영화화한 2005년 작 ‘브이 포 벤데타’는 1명의 영웅이 독재정권에 저항해 민중 봉기를 주도한다는 내용의 SF 스릴러입니다. 극중의 독재자 아담 서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 아돌프 히틀러와 이름이 유사하며 서틀러 정권을 상징하는 표식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닮았습니다. 혼란이 휩쓴 근 미래의 영국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2006년 작 ‘칠드런 오브 맨’을 연상시키는데 마치 시간 순으로 ‘칠드런 오브 맨’이 전편이고 ‘브이 포 벤데타’가 후속편 같기도 합니다.

개봉 당시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마케팅을 위해 강조해 마치 ‘매트릭스’의 아류작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독재 정치 비판에 은유적이었으며 철학적 주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인 ‘매트릭스’에 비해 ‘브이 포 벤데타’는 매우 직접적으로 독재 정치를 비판하며 철학적인 주제에는 무관심합니다. 즉 ‘브이 포 벤데타’가 ‘매트릭스’에 비해 보다 현실적인 작품이라는 의미입니다. ‘매트릭스’가 액션의 비중이 매우 컸다면 ‘브이 포 벤데타’에서 액션은 비중이 작습니다. 따라서 ‘브이 포 벤데타’를 ‘매트릭스’의 아류작 혹은 연장선상에 위치한 영화로 평가절하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여배우로서는 부담스런 삭발을 감행한 나탈리 포트만도 놀랍지만 133분의 러닝 타임 내내 맨 얼굴을 단 한 번도 드러내지 않는 타이틀 롤 브이 역의 휴고 위빙의 연기도 놀랍습니다.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표정 연기가 불가능하지만 휴고 위빙은 고갯짓과 손짓을 비롯한 몸짓과 중후한 발성의 목소리 연기를 통해 표정 연기가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잊게 합니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강한 정치적 신념을 지닌 기괴한 주인공을 연기 핸디캡을 극복하며 훌륭히 형상화합니다.

근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브이 포 벤데타’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무수히 등장합니다. 야간 통행금지는 박정희 군사 정권을, 물고문(극중에서는 브이에 의한 자작극임이 밝혀지지만 서틀러 정권에 의해 브이가 당했던 모진 고문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안하면 물고문 역시 서틀러 정권의 산물임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은 전두환 군사 정권을 연상시킵니다. 극중에 제시되는 국민들을 무차별 검거해 감금하는 수용소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수용소를 모티브로 한 듯하지만 자국민 상대 수용소라는 점에서 전두환 군사 정권의 삼청교육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박정희 및 전두환 군사 정권을 연상시키는 요소는 약과입니다. 대다수의 설정은 ‘브이 포 벤데타’의 개봉으로부터 2년 뒤 대통령 선거 승리로 탄생한 한국의 이명박 정권을 정확히 예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정부는 언론을 장악해 조작된 정보만을 반복 보도하고 국가 안보만을 강조합니다. 민간인을 사찰해 작성된 동향 보고서에 독재자는 일희일비합니다. 극중에서 버터로 대변되듯 독재자는 호의호식하지만 국민들은 가난합니다. 거물 성직자는 성적으로 타락했습니다. 반정부 인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탄압은 인권을 짓밟으며 공포심을 조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자는 생쥐처럼 지하 벙커에 들어앉아 국민들에 철권을 휘두릅니다. 참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과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신통할 뿐입니다. 법원과 의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온 국민의 지지를 받는 테러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 역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사법부와 입법부가 무의미해진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주제 의식은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브이의 대사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독재정권은 단지 독재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독재자를 뒷받침하는 측근을 비롯한 일당들은 물론 독재를 묵인하는 국민 전체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브이 포 벤데타’의 ‘브이(V)’는 브이가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독방 번호 5번(로마숫자 ‘V’)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승리(Victory)’나 혹은 ‘투표(Vote)’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영화 포스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브이의 상징인 붉은 색 원 안의 V자는 한국의 선거에 사용되는 붉은색 기표 도장과도 닮았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승리를 위한 투표의 날, 그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2/04/11 10:17 #

    개봉 당시는 한물간 운동권 영화 취급을 받았던걸 생각하면 참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후 정발된 원작 만화를 보고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듯. (영화는 그나마도 원작보다는 액션이 많은 거였더군요.;;;)
  • 노을지는언덕 2012/04/13 10:55 #

    총선 혹은 대선
  • 시민 2012/05/02 19:48 # 삭제

    영화 볼 당시에는 몰랐는데 남 얘기가 아니네요. 워쇼스키 감독이 의식하고 썼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네요.
    좋은 리뷰들 많이 보았습니다. 혹시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라는 영화를 아시는지요?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영화인데 이 영화도 디제님의 리뷰를 보고 싶네요.
  • 디제 2012/05/02 22:50 #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는 아쉽게도 극장에서 보지 못했고 제가 dvd도 소장하고 있지 않아 연이 닿지 않은 작품이군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고 보게 된다면 부족한 글이나마 블로그에 올리겠습니다.
  • 푸른역사 2012/05/08 07:20 # 삭제

    03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시위에서 전경이 방패로 시위에 참가한 트럭의 유리를 깨고 거기탄 기사마저도 방패로찍어버리는 잔인한 진압장면이..같이 떠오르네요..이명박정권의 탄생을 예꼬한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한국현실을 반영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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