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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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 - 영리함 지나쳐 오히려 진부하다 영화

불우한 가정환경에 시달리는 고교생 앤드류(데인 드한 분)는 자신을 이해하는 사촌 맷(알렉스 러셀 분), 학생회장에 출마한 스티브(마이클 B. 조던 분)와 함께 우연히 발견한 지하 동굴 속 의문의 물체에 접근한 뒤 초능력을 얻게 됩니다. 맷과 스티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앤드류는 초능력을 악용하기 시작합니다.

조쉬 트랭크 감독의 ‘크로니클’은 익숙한 연출 기법과 익숙한 소재를 결합합니다. 캠코더를 항상 휴대하는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은 ‘블레어 윗치’와 ‘클로버필드’에서 이미 활용된 방식으로 더 이상 참신하지 않은 연출 기법입니다. 시점이 극단적으로 좁혀지는 만큼 관객의 답답함이 가중되어 호러적 성격을 지녔다는 점도 계승했습니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떨어지고 번개를 맞아도 멀쩡히 작동하는, 비현실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캠코더의 시점이 유지됩니다. 도시를 뒤흔든 괴수의 등장으로 인해 무수한 인명이 희생되는 사태가 반복되는 와중에도 캠코더만큼은 멀쩡했던 ‘클로버필드’의 약점까지 고스란히 물려받은 셈입니다. 주인공의 초능력 덕분에 카메라 앵글이 다소 자유로워졌으며 세 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 시각적 답답함이 약간 상쇄된다는 측면에서는 ‘클로버필드’보다 다소 개선되었기는 합니다.

초능력을 발견한 뒤 원칙을 가지고 절제를 통해 선하게 활용해야 할지 아니면 사욕을 채우며 악하게 활용해야 하는 것인지 내적으로 갈등하는 주인공이 등장해 주변 인물을 비롯한 사회 전반과의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나 드라마 ‘스몰빌’을 떠올리게 합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초능력을 통해 열등감을 해소하고자 폭주하는 10대 소년과 그를 막으려는 친구간의 대결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결말의 공간적 배경 티벳은 ‘배트맨 비긴즈’를 연상시키며 선한 주인공이 수련을 위해 홀로 떠나는 것은 ‘고독의 요새’에 칩거하며 클라크 켄트가 슈퍼맨으로 다시 태어난 ‘슈퍼맨’을 연상시킵니다.

따라서 ‘크로니클’은 익숙한 연출 기법과 익숙한 서사를 결합시킨 첫 번째 시도를 한 영화입니다. 이를 참신하다면 참신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올 것이 나왔구나’하는 진부한 감상과 함께 극장을 나서는 관객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캠코더를 활용하는 극단적인 1인칭 시점은 중요한 몇몇 장면이나 설정에 대해서도 눙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편의적인 연출 방식입니다. 초능력을 부여한 의문의 물체에 대한 설명은 에필로그에서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속편으로 미루며 중요한 캐릭터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역시 자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리함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감독이 저예산의 한계와 상상력 빈곤을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편의적으로 활용되는 기교로 인해 오히려 속이 빤히 보입니다.

‘크로니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누구나 휴대전화를 통해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유튜브와 블로그에 올려 만인과 공유할 수 있는 반면 CCTV로 인해 감시받을 수 있는 시대임을 제시한 것입니다. 영화 본편에서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지는 않으나 만인이 만인을 상호 감시하는 ‘빅 브라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일깨웁니다. 장래 희망이 정치인으로 학생회장에 출마한 낙천적이며 서글서글한 흑인 남학생 스티브는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연상시킵니다.

‘연대기’를 의미하는 ‘크로니클[Chronicle]’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세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순서대로 빠짐없이 캠코더로 기록한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출 기법 상의 선배격인 ‘클로버필드’처럼 본편과 완전히 무관한 제목은 아니지만 스케일이 작은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제목임에는 분명합니다. 제작이 확정된 속편에서는 거창한 제목에 걸맞은 영화가 될지 주목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2/03/21 22:35 #

    소재나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게 없었지만 요리 솜씨가 요즘 입맛에 맞았다는 게 주효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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