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건축학개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건축사무소에 근무하는 승민(엄태웅 분)은 갑자기 나타난 대학교 1학년 시절 첫사랑 서연(한가인 분)으로부터 제주도에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승민은 15년 전 건축학개론 수업을 함께 수강했던 음대생 서연을 회상합니다.
멜로 영화와는 거리가 먼 제목인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집짓기’ 즉 ‘가옥 건축’을 통해 완성되는 첫사랑을 묘사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두 주인공은 정릉의 폐가에서 가까워지며 서연이 건축과 학생인 승민에게 했던 부탁이 ‘훗날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서연이 정릉에서 개포동의 반 지하 집으로 이사할 때 유일하게 돕는 친구 역시 승민입니다. 승민은 서연이 원하는 디자인의 집을 모형으로 제작해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려 합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집’이라는 매개물로 이어진 것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설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오해와 실수로 인해 아쉽게 끝납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뒤 30대 중반이 된 승민과 서연이 재회했을 때 새로운 집짓기를 통해 첫사랑은 복원됩니다. 이혼 뒤 병든 홀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원하는 서연의 바람은 승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서연의 갑작스런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주위에서는 승민에게 더 이상 서연의 집짓기에 간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지만 승민은 ‘내가 끝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끝에 준공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불만스러워하는 승민의 정릉집을 ‘정’, 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친구도 없이 홀로 지내는 서연의 개포동 반 지하 집을 ‘반’이라할 때 두 사람의 첫눈에 만나기로 약속한 공간인 폐가가 애당초 ‘합’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움을 푸는 진정한 ‘합’이 15년 뒤 승민과 서연이 힙을 합쳐 제주도에 완성한 집입니다.
비록 승민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고 이혼녀 서연은 홀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되어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첫눈 오는 날 서연이 폐가에 남긴 CD 플레이어와 전람회의 CD를 챙겨 놓은 승민이 15년 뒤 자신이 지은 집에 살고 있는 서연에게 보낸 결말은 첫사랑이 ‘합’에서 확인되고 완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건축학개론’의 승민 역의 엄태웅 - 이제훈과 서연 역의 한가인 - 수지의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만난 1990년대 중반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요소들 덕분에 외모의 차이가 상쇄됩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노래이자 영화의 메인 테마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비롯해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청각을 통해 1990년대 중반으로 이끌며 휴대용 CDP, 삐삐, 1기가 하드 디스크의 펜티엄 PC, 무쓰 등의 소품은 시각을 통해 1990년대로 이끕니다. 당시 젊은층을 휩쓴 GUESS와 이스트팩 등의 유행도 엿보입니다. 스무 살의 승민은 서연과의 사실상의 첫 데이트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승민 역의 이제훈이 디지털 카메라 CF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무엇보다 1990년대를 상징하는 등장인물은 승민의 절친한 친구 납뜩(조정석 분)입니다. 승민의 연애 고민을 상담해주는 동네친구 납뜩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뺀질이 재수생으로 그의 5:5 가르마와 원색의 옷이 입증하듯 1990년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캐릭터입니다. 그로 인해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풋풋한 첫사랑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세심한 연출과 신파나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며 감정을 자제하는 차분한 정서가 돋보이지만 후반부 마지막 30여 분은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전개 속도가 떨어집니다. 두 주인공의 첫사랑이 어긋나게 된 계기가 된 서연이 폭음을 한 날 밤에 과연 무슨 일이 정말로 있었던 것인지 애매하게 남겨둔 연출이 아쉽습니다. 진정 오해로 인해 어긋난 첫사랑이라는 애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으며 승민이 오해한 것이라 명시하는 친절한 연출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훈과 수지는 동갑내기로 출연하지만 열 살의 나이차로 인해 이제훈이 연상으로 보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멜로 영화와는 거리가 먼 제목인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집짓기’ 즉 ‘가옥 건축’을 통해 완성되는 첫사랑을 묘사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두 주인공은 정릉의 폐가에서 가까워지며 서연이 건축과 학생인 승민에게 했던 부탁이 ‘훗날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서연이 정릉에서 개포동의 반 지하 집으로 이사할 때 유일하게 돕는 친구 역시 승민입니다. 승민은 서연이 원하는 디자인의 집을 모형으로 제작해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려 합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집’이라는 매개물로 이어진 것입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속설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오해와 실수로 인해 아쉽게 끝납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뒤 30대 중반이 된 승민과 서연이 재회했을 때 새로운 집짓기를 통해 첫사랑은 복원됩니다. 이혼 뒤 병든 홀아버지와 함께 살 집을 원하는 서연의 바람은 승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서연의 갑작스런 설계 변경 요구로 인해 주위에서는 승민에게 더 이상 서연의 집짓기에 간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지만 승민은 ‘내가 끝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끝에 준공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불만스러워하는 승민의 정릉집을 ‘정’, 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친구도 없이 홀로 지내는 서연의 개포동 반 지하 집을 ‘반’이라할 때 두 사람의 첫눈에 만나기로 약속한 공간인 폐가가 애당초 ‘합’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움을 푸는 진정한 ‘합’이 15년 뒤 승민과 서연이 힙을 합쳐 제주도에 완성한 집입니다.
비록 승민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고 이혼녀 서연은 홀아버지와 함께 지내게 되어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첫눈 오는 날 서연이 폐가에 남긴 CD 플레이어와 전람회의 CD를 챙겨 놓은 승민이 15년 뒤 자신이 지은 집에 살고 있는 서연에게 보낸 결말은 첫사랑이 ‘합’에서 확인되고 완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실 ‘건축학개론’의 승민 역의 엄태웅 - 이제훈과 서연 역의 한가인 - 수지의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만난 1990년대 중반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요소들 덕분에 외모의 차이가 상쇄됩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노래이자 영화의 메인 테마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비롯해 015B의 ‘신인류의 사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이 청각을 통해 1990년대 중반으로 이끌며 휴대용 CDP, 삐삐, 1기가 하드 디스크의 펜티엄 PC, 무쓰 등의 소품은 시각을 통해 1990년대로 이끕니다. 당시 젊은층을 휩쓴 GUESS와 이스트팩 등의 유행도 엿보입니다. 스무 살의 승민은 서연과의 사실상의 첫 데이트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데 승민 역의 이제훈이 디지털 카메라 CF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무엇보다 1990년대를 상징하는 등장인물은 승민의 절친한 친구 납뜩(조정석 분)입니다. 승민의 연애 고민을 상담해주는 동네친구 납뜩은 공부와는 거리가 먼 뺀질이 재수생으로 그의 5:5 가르마와 원색의 옷이 입증하듯 1990년대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생생한 캐릭터입니다. 그로 인해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풋풋한 첫사랑을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세심한 연출과 신파나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며 감정을 자제하는 차분한 정서가 돋보이지만 후반부 마지막 30여 분은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전개 속도가 떨어집니다. 두 주인공의 첫사랑이 어긋나게 된 계기가 된 서연이 폭음을 한 날 밤에 과연 무슨 일이 정말로 있었던 것인지 애매하게 남겨둔 연출이 아쉽습니다. 진정 오해로 인해 어긋난 첫사랑이라는 애절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으며 승민이 오해한 것이라 명시하는 친절한 연출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훈과 수지는 동갑내기로 출연하지만 열 살의 나이차로 인해 이제훈이 연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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