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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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백 페이지 - 시대의 정수를 위해 분투한 청년들 영화

※ 본 포스팅은 ‘마이 백 페이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69년 야스다 사건 이후 전공투가 내리막에 접어들자 젊은 기자 사와다(츠마부키 사토시 분)는 좌익 운동의 부활을 취재하고픈 열망에 사로잡혀 극렬 소수파인 ‘적방파’의 리더 우메야마와 가까워집니다. 우메야마는 동료들을 조종해 자위대 기지에 잠입해 무기를 탈취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2011년 작 ‘마이 백 페이지’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일본에서 전공투의 쇠퇴기에 진정한 저널리즘을 꿈꾸는 신참 기자와 과격 행동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픈 젊은 좌익 운동가의 분투와 좌절을 묘사합니다. 영화평론가 가와모토 사부로가 1988년 출간한 자전적 체험담 ‘마이 백 페이지 어느 60년대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으로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연출작 중 실화에 기초한 최초의 작품입니다.

자신의 뒷이야기, 즉 후일담을 의미하는 제목 ‘My Back Page’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사와다는 원작자 가와모토 사부로이며 사와다가 재직 중인 잡지 ‘주간 도우토’는 ‘주간 아사히’를 모델로 한 것으로 가와모토 사부로가 아사히신문사에 재직했던 시기의 사건을 묘사합니다.

극중에서 사와다가 베트남전을 비판하는 CCR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을 함께 부르며 우메야마와 교감하는 것 또한 실제 있었던 일이며 극중에서 우메야마가 이끈 조직 ‘적방군(赤邦軍)’은 1971년 아사카 자위관 살해사건을 자행한 ‘적위군(赤衛軍)’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사와다와 우메야마는 외형적으로는 유사한 목적을 추구하지만 내면을 뜯어보면 분명한 차이점을 지닌 인물들입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한 좌익 운동에 대한 선망과 열정을 지닌 2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규정하면 공명심에 불타는 인물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메야마와 달리 사와다는 좋게 말하면 순수하며 나쁘게 말하면 나약합니다. 사와다는 원칙에 충실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적인 인물입니다.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이들과 좌익 운동에 나선 투사들의 주변을 겉도는 자신의 한계에 고뇌하기도 합니다.

반면 가타기리라는 본명을 숨기고 가명을 사용하는 우메야마는 공개 논쟁에서 불리해지자 학우를 ‘적’으로 규정합니다. ‘변혁’을 앞세워 돈을 밝히며 여자를 탐하고 동료들이 목숨을 건 총기 탈취 임무를 수행 중임에도 태연자약하게 만화책을 읽으며 외식을 하는 우메야마는 결코 고뇌하지 않으며 감정 이입이 어려운 비인간적인 인물입니다.

결말에서 우메야마는 동료들을 팔아넘기며 그의 재판 과정은 자막으로만 제시됩니다. 반면 사와다는 신문사를 퇴직한 이후 영화평론가로서 새 삶을 살게 되는 후일담까지 등장합니다. 극중에서 영화 ‘잃어버린 전주곡’과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인용하며 ‘울 줄 아는 남자가 멋지다’고 언급되는데 결말을 장식하는 ‘우는 남자’가 사와다라는 점은 진정한 1인 주연은 사와다이며 우메야마는 사실은 조연에 그쳤음을 입증합니다.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은 결말에서 사와다가 우는 장면을 삽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고심 끝에 결정했는데 츠마부키 사토시는 롱 테이크로 처리된 우는 장면을 한 번의 테이크에 소화했다고 씨네토크에서 밝혔습니다.) 신문사 해직이 결정된 후 사와다는 자신이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며 반성하는데 사와다의 진정한 삶은 신문기자로서의 실패를 거친 그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이 백 페이지’는 롱 테이크가 많고 카메라 워킹이 정적이기에 141분의 러닝 타임은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 도중 대사 사이의 여백이 많아 간격이 넓어 사실적이지만 뒤집어보면 영화적 압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일본 현대사와 전공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정수에 도달하기 위해 분투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청춘영화라는 점에서 ‘마이 백 페이지’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간간이 코미디 코드도 삽입되어 있습니다. 역시 마츠야마 켄이치가 출연했으며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상실의 시대’에 비해 재현도나 주제 의식 모두 우월합니다. ‘상실의 시대’를 연출한 트란 안 훙이 일본인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초창기 컬러 TV를 시청하는 듯한 선명도가 떨어지는 영상은 시대 분위기 재현에 일조합니다.

끝내 실패한 일본의 전공투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학생 운동이 두 번에 걸쳐 독재 정권을 종식시키는 성과를 거둔 바 있는데 이를 주된 소재로 한 상업 영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아쉽습니다. 최근 정치적, 사회적 소재의 영화들이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성공하는 추세인 만큼 20세기 학생 운동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상업 영화가 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마이 백 페이지’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김혜리 기자 씨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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