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 개봉된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원작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1974년 존 르 카레가 발표한 첩보 소설입니다. 냉전을 배경으로 영국 정보부 ‘서커스’ 내부의 소련 스파이 ‘두더지’를 색출하는 줄거리로, 주인공 스마일리가 입수한 기밀문서와 그의 기억, 그리고 관련 인물의 진술에 대부분 의존하기에 전반적으로 매우 정적(靜的)입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적이지만 등장인물의 숫자가 매우 많으며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기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서사는 매우 복잡합니다. 따라서 영화 개봉에 앞서 소설을 먼저 접했다면 한 번에 모든 등장인물들을 구분하고 서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아니 일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숫자를 줄이고 곁가지 에피소드는 쳐내며 압축된 각본을 내놓는데 성공한 영화가 놀랍습니다.
127분의 한정된 러닝 타임에 구애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돋보였는데 분량의 제한이 없는 소설은 심리 묘사가 더욱 탁월합니다. 이를테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전 수행의 순간에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잠재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아내나 연인에 대한 사념에 빠지는 심리 묘사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존 르 카레가 첩보원 경력을 지닌 만큼 냉전 시대의 첩보전이라는 전문 영역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어서 매력적입니다.
큰 틀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소설은 영화에 비해 등장인물들 간의 애증 관계를 보다 깊이 파고듭니다. 스마일리와 앤, 빌의 삼각관계와 빌과 짐의 동성애 관계, 그리고 리키와 이리냐의 관계는 보다 상세히 묘사되며 영화에서는 동성 연인과 동거 중으로 암시된 피터는 이성애자이며 카밀라라는 여성과 동거합니다. 상관과 부하인 스마일리와 피터는 각각 아내 앤의 불륜과 애인 카밀라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고뇌한다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세부 설정의 차이는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컨트롤의 밀명을 받은 짐이 투입된 두더지 색출 작전의 공간적 배경은 소설에서는 체코의 교외 숲 속이지만 영화에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입니다. 소설에서는 대규모의 위장 군사 작전으로 짐을 체포하는 과정이 은폐되지만 영화에서는 은폐 과정 없이 시내 한복판 카페에서 총격이 벌어집니다. 리키가 이리냐를 만나는 도시도 소설에서는 홍콩이지만 영화에서는 이스탄불로 바뀌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두더지 색출 작전에 투입되었으나 실패해 부상을 입고 영국에 돌아와 교사로 재직 중인 짐의 이야기를 서두에 배치했지만 영화에서는 짐이 작전 실패로 인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처럼 시사한 뒤 중반에서 생존한 것으로 반전시킨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리키의 연인 이리냐는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보고서를 회상하며 처형당했다고 확신하지만 영화에서는 소련으로 끌려온 짐 앞에서 살해당합니다.
소설에서는 빌이 두더지라는 사실을 간파한 짐이 빌의 목을 꺾어 살해하지만 영화에서는 짐이 빌을 소총으로 저격해 살해합니다. 짐과 빌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한 소설이 영화보다 직접적이며 육체적인 반면 영화는 소설보다 간접적인 대신 극적인 연출을 선택한 셈입니다.
짐과 빌의 첩보원으로서의 능력과 개성에 대해 영화보다는 소설이 역시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특히 빌의 탁월한 능력은 곳곳에서 언급되며 앤과의 불륜은 물론 스마일리와의 라이벌 관계도 부각되기에 소설이 영화보다 빌이 두더지라는 사실을 추측하기 쉽습니다. 영화에서는 불분명했던 빌의 포섭 이유도 소설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세히 언급됩니다.
영화에서는 앤이 스마일리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암시되지만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바람난 앤을 만나기 위해 시골로 향합니다. 떠난 줄 알았던 여인이 집으로 돌아오는 해피 엔딩은 스마일리의 부하 피터의 몫입니다. 퍼시 일당을 몰아낸 스마일리가 서커스의 수장에 오르는 결말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임시로 서커스를 청소하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신경질적인 컨트롤, 출세지향적인 퍼시, 덩치 큰 로이, 경박한 토비, 어머니와도 같은 코니 등의 인물들은 영화의 캐스팅과 배우의 연기가 적절했음을 입증하며 남녀 모두에게 강렬한 매력을 풍기는 빌로 중년의 매력남 콜린 퍼스를 캐스팅한 것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주인공 스마일리는 땅딸막하며 평범한 인물로 묘사되어 영화에서 스마일리로 분한 훤칠하며 지적인 게리 올드만과는 크게 다릅니다. 1979년 영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에서 스마일리로 분한 알렉 기네스가 완전히 합치하지는 않으나 원작 소설의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듯합니다.
스마일리와 소련 KGB의 수장 카를라의 대결을 묘사한 3부작 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첫 번째 작품에 해당되는데 후속작인 ‘오너러블 스쿨보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묵직한 아날로그 첩보 스릴러
두 번째 관람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http://twitter.com/tominodijeh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적이지만 등장인물의 숫자가 매우 많으며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기에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서사는 매우 복잡합니다. 따라서 영화 개봉에 앞서 소설을 먼저 접했다면 한 번에 모든 등장인물들을 구분하고 서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즉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아니 일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숫자를 줄이고 곁가지 에피소드는 쳐내며 압축된 각본을 내놓는데 성공한 영화가 놀랍습니다.
127분의 한정된 러닝 타임에 구애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돋보였는데 분량의 제한이 없는 소설은 심리 묘사가 더욱 탁월합니다. 이를테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작전 수행의 순간에 지나친 긴장으로 인해 잠재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아내나 연인에 대한 사념에 빠지는 심리 묘사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존 르 카레가 첩보원 경력을 지닌 만큼 냉전 시대의 첩보전이라는 전문 영역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어서 매력적입니다.
큰 틀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소설은 영화에 비해 등장인물들 간의 애증 관계를 보다 깊이 파고듭니다. 스마일리와 앤, 빌의 삼각관계와 빌과 짐의 동성애 관계, 그리고 리키와 이리냐의 관계는 보다 상세히 묘사되며 영화에서는 동성 연인과 동거 중으로 암시된 피터는 이성애자이며 카밀라라는 여성과 동거합니다. 상관과 부하인 스마일리와 피터는 각각 아내 앤의 불륜과 애인 카밀라에 대한 의심으로 인해 고뇌한다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세부 설정의 차이는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컨트롤의 밀명을 받은 짐이 투입된 두더지 색출 작전의 공간적 배경은 소설에서는 체코의 교외 숲 속이지만 영화에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내입니다. 소설에서는 대규모의 위장 군사 작전으로 짐을 체포하는 과정이 은폐되지만 영화에서는 은폐 과정 없이 시내 한복판 카페에서 총격이 벌어집니다. 리키가 이리냐를 만나는 도시도 소설에서는 홍콩이지만 영화에서는 이스탄불로 바뀌었습니다.
소설에서는 두더지 색출 작전에 투입되었으나 실패해 부상을 입고 영국에 돌아와 교사로 재직 중인 짐의 이야기를 서두에 배치했지만 영화에서는 짐이 작전 실패로 인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처럼 시사한 뒤 중반에서 생존한 것으로 반전시킨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리키의 연인 이리냐는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보고서를 회상하며 처형당했다고 확신하지만 영화에서는 소련으로 끌려온 짐 앞에서 살해당합니다.
소설에서는 빌이 두더지라는 사실을 간파한 짐이 빌의 목을 꺾어 살해하지만 영화에서는 짐이 빌을 소총으로 저격해 살해합니다. 짐과 빌의 특수한 관계를 반영한 소설이 영화보다 직접적이며 육체적인 반면 영화는 소설보다 간접적인 대신 극적인 연출을 선택한 셈입니다.
짐과 빌의 첩보원으로서의 능력과 개성에 대해 영화보다는 소설이 역시 많은 분량을 할애합니다. 특히 빌의 탁월한 능력은 곳곳에서 언급되며 앤과의 불륜은 물론 스마일리와의 라이벌 관계도 부각되기에 소설이 영화보다 빌이 두더지라는 사실을 추측하기 쉽습니다. 영화에서는 불분명했던 빌의 포섭 이유도 소설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세히 언급됩니다.
영화에서는 앤이 스마일리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암시되지만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바람난 앤을 만나기 위해 시골로 향합니다. 떠난 줄 알았던 여인이 집으로 돌아오는 해피 엔딩은 스마일리의 부하 피터의 몫입니다. 퍼시 일당을 몰아낸 스마일리가 서커스의 수장에 오르는 결말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스마일리가 임시로 서커스를 청소하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신경질적인 컨트롤, 출세지향적인 퍼시, 덩치 큰 로이, 경박한 토비, 어머니와도 같은 코니 등의 인물들은 영화의 캐스팅과 배우의 연기가 적절했음을 입증하며 남녀 모두에게 강렬한 매력을 풍기는 빌로 중년의 매력남 콜린 퍼스를 캐스팅한 것은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주인공 스마일리는 땅딸막하며 평범한 인물로 묘사되어 영화에서 스마일리로 분한 훤칠하며 지적인 게리 올드만과는 크게 다릅니다. 1979년 영국에서 제작된 드라마에서 스마일리로 분한 알렉 기네스가 완전히 합치하지는 않으나 원작 소설의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듯합니다.
스마일리와 소련 KGB의 수장 카를라의 대결을 묘사한 3부작 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첫 번째 작품에 해당되는데 후속작인 ‘오너러블 스쿨보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 묵직한 아날로그 첩보 스릴러
두 번째 관람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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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존르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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