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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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놀랍도록 치밀하고 꼼꼼한 디테일 영화

한국 시각으로 어제 오전에 거행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티스트’가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는 순간, 저는 두 번째 관람을 위해 스폰지하우스에 있었습니다. 지난 주 ‘아티스트’를 처음 관람했던 대한극장이 1.37:1의 화면비를 지키지 못하고 화면 윗부분을 잘라난 것이 재관람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던 이유도 못지않았습니다. 최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재관람했던 이유는 첫 번째 관람에서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미진했던 부분이 남았기 때문이지만 ‘아티스트’는 이해하기 쉬운 영화였기에 미진했던 부분이 남지는 않았으나 작품의 매력을 극장에서 다시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티스트’를 재관람하며 첫 번째 관람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세한 디테일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피(베레니스 레조 분)가 엑스트라에서 조연급으로 성장할 때 하녀 역을 맡은 영화의 크레딧에는 조지(장 뒤자르댕 분)의 단짝 견공 ‘어기’가 ‘아티스트’의 엔드 크레딧과 마찬가지로 ‘개[The dog]’로 제시됩니다. 조지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개와 페피는 함께 출연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어 페피는 야구 선수 ‘꼬마 베이브[Baby Babe]’로 출연하는데 극중에서 키노그래프 영화사 사장 알 짐머로 등장하는 존 굿맨이 1992년 작 ‘베이브’에서 타이틀 롤인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로 출연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오마쥬로 보입니다. 페피가 입은 줄무늬 유니폼 또한 ‘베이브’에서 존 굿맨이 입었던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연상시킵니다. 베이브 루스는 좌타자였던 반면 페피는 우타자라는 점은 다릅니다.

유성영화의 등장 및 무성영화의 몰락으로 엇갈리는 조지와 페피의 운명은 두 개의 장면에서도 암시됩니다. 유성영화의 대두로 알로부터 버림받은 조지는 영화사 계단을 내려가다, 올라오는 페피와 조우해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페피는 위에서 아래에 있는 조지를 내려다보며, 반대로 조지는 위에 있는 페피를 올려다봅니다. 하강하는 조지와 상승하는 페피의 교차하는 운명의 노골적인 복선입니다.

조지의 감독 겸 주연의 무성영화 ‘사랑의 눈물’과 페피 주연의 유성영화 ‘애교점’의 우연한 동시 개봉을 앞두고 페피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라디오 인터뷰를 합니다. 무성영화를 비웃는 듯한 페피의 언급과 조지의 불쾌함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이 등을 맞대고 있으며 그 사이에 기둥이 배치된 것은 매우 의도적인 미장센입니다. 단절된 두 사람이 정반대의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조지는 흥행에 참혹하게 실패하고 페피는 첫 주연작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사랑의 눈물’의 흥행 실패 이후 조지가 전화 통화로 파산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눈, 귀, 입을 막은 세 마리 원숭이가 등장합니다. 일본에서 유래한 세 마리 원숭이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무성영화를 고집하는 조지의 오만을 상징하기 위한 소품입니다. 세 마리 원숭이는 경매 장면에서 재등장하며 페피의 집에서 요양하던 조지가 자신의 물건을 경매에서 모두 구입한 것이 페피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각각의 원숭이가 클로즈업됩니다. 오만으로 인해 자신에 호의를 베푸는 페피와 냉엄한 현실로부터 눈과 귀를 막았던 조지를 은유합니다.

조지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충직한 운전기사 클리프턴(제임스 클롬웰 분)은 조지의 곁을 묵묵히 지킵니다. 클리프턴이 식사를 준비하며 얼마 되지 않는 음식을 조지와 나누기 위해 콩짜개 나누듯 칼로 써는 장면은 조지의 궁핍을 상징합니다. 1년 동안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조니는 결국 클리프턴을 해고합니다. 그에 앞서 조지가 페피에 분노했던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클리프턴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제시되었는데 그만큼 조지는 인간적인 고용주라는 의미입니다.

경매 이후 조지와 페피의 상황을 영화 제목으로 암시하는 것도 눈에 띕니다. 경매에서 초상화를 비롯해 애장품을 모두 팔아 치운 조지는 경매장 밖으로 나오는데 그가 차에 치일 뻔한 순간 뒤쪽의 극장의 간판에는 ‘Lonely Star’, 즉 ‘외로운 스타’라는 영화 제목이 보입니다. 조지가 한물 간 외로운 스타로 전락했다는 의미이며 차에 치일 뻔한 것은 위기에 빠진 조지의 처지를 상징합니다.

이때 페피의 출연작은 ‘수호천사(Guardian Angel)’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조지를 남몰래 지키는 수호천사라는 의미입니다. ‘수호천사’에서 페피는 길바닥에 자신의 물건을 떨어뜨리다 남자 주인공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아티스트’ 초반부에서 조지의 흥행작 ‘러시아 특급 작전’의 시사회 직후 지갑을 떨어뜨린 페피가 조지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으며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는 장면을 반복한 것입니다.

조지와 페피가 함께 뮤지컬 영화를 촬영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알은 간곡하게 한 번 더 촬영할 것을 요구하는데, ‘액션!’이라는 마지막 대사는 조지와 페피의 사랑과 필모그래피, 그리고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포맷은 바뀌었지만 영화는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약 한 세기 전 무성영화에 대한 21세기 관객의 고정관념은 아마도 유치함, 엉성함, 조잡함, 지루함 등일 것입니다. 하지만 무성영화로 제작되어 무성영화에 대한 무한한 경의를 표하는 21세기의 영화 ‘아티스트’는 익숙한 서사, 매끈한 연출, 흥겨운 음악과 춤, 귀여운 등장인물, 앙증맞은 동물, 애절한 로맨스, 해피 엔딩 등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영화에서 원하는 모든 것들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치밀하고 꼼꼼한 디테일로 무장한 놀라운 작품입니다.

아티스트 - 시원으로 회귀해 영화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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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藤崎宗原 2012/03/04 21:42 #

    아름 다웠습니다.

    감동적 이었습니다.

    충정 깊었습니다.

    사랑 했습니다.



    그래서 몇번이고 보고 싶은 영화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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