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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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던트 - 아내 죽음 앞두고 복원되는 가족 영화

※ 본 포스팅은 ‘디센던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에 거주하며 가문의 토지를 관리하는 변호사 맷 킹(조지 클루니 분)은 아내 앨리스(패트리샤 헤이스티 분)가 모터보트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생명유지 장치마저 떼어낼 상황에 처합니다. 맷은 장녀 알렉스(쉐일린 우들리 분)로부터 아내가 사고 전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원작 소설을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영화화한 ‘디센던트’는 죽음을 앞둔 아내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년 남성이 가정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성찰하고 두 딸과의 관계를 복원하며 아내의 불륜 상대를 나름대로 용서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2004년 작 ‘사이드웨이’처럼 ‘디센던트’ 역시 강렬한 개성이 돋보이는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성인용 블랙 코미디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얼마든지 영화적으로 매끈하게 포장할 수 있지만 알렉산더 페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듯이 끈적거리고 찌질한 삶의 풍경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부자이면서도 도시락을 준비해 출근할 정도로 돈을 아끼는 변호사 맷은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후 곧바로 사실 확인을 위해 우스꽝스런 포즈로 친척집을 향해 달리는 인간적인 인물입니다. 두 딸의 양육을 전업주부 아내에 전적으로 맡겼지만 아내의 사고 이후 사춘기의 두 딸을 어찌하면 좋을지 전전긍긍하는 중년 가장 맷은 조지 클루니의 호연에 의해 생생하게 제시됩니다. 아내와 두 딸에게는 약점 투성이의 가장이지만 아내의 불륜 상대자의 가정을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자신을 나무라는 장인에게도 끝내 아내의 불륜을 알리지 않는 속 깊은 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맷의 두 딸 역시 개성이 두드러집니다. 장녀 알렉스는 기숙학교에 지내며 음주 등 말썽을 부리지만 둔한 아버지와 달리 사안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직관을 지녔습니다. 차녀 스코티(아마라 밀러 분)는 사춘기에 갓 진입한 철없는 소녀로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합니다.

알렉스의 남자 친구 시드(닉 크라우스 분)는 맷의 가족을 졸졸 따라다는 눈치 없는 인물이지만 아버지의 사고사라는 아픔을 겪은 바 있으며 결말에는 눈치 없던 모습에서 탈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알렉스, 스코티, 시드의 성장은 ‘디센던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알렉스는 미성년자이며, 시드는 성인으로 알렉스와 나이 차이가 있는 듯 암시되지만 실제로 알렉스 역의 쉐일린 우들리는 1991년 생으로 시드 역의 1992년생 닉 크라우스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이밖에 맷의 장인으로 다혈질인 스캇(로버트 포스터 분)도 등장 분량은 많지 않지만 인상적입니다.

서사도 흥미롭습니다. ‘디센던트’를 지지하는 가장 큰 사건은 죽음을 앞둔 아내의 불륜이며 작은 사건은 맷이 킹 가문의 거대한 토지의 매각 여부인데 두 사건은 영화 후반부에 아내의 불륜 상대자이며 부동산 업자인 브라이언 스피어(매튜 릴라드 분)로 압축되어 접점을 이룹니다.

맷의 성 ‘킹[King]’은 맷이 속한 가문의 하와이에서의 위치를 상징하는데 하와이 왕족의 후손인 맷의 내적 갈등과 자식 및 사촌과의 갈등을 다루기에 제목이 ‘후손’을 의미하는 ‘디센던트[descendant]’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의외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공간적 배경으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하와이의 지역성을 강조하는 아름다운 풍경의 영상과 나긋나긋하면서도 우울한 전통 음악이 삽입되는 것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두 번에 걸쳐 중요한 장면에서 제시되는 물도 인상적입니다. 맷이 수영장에서 알렉스에게 앨리스의 죽음을 알리자 알렉스는 물 속으로 들어가 오열하는데 이 장면은 결말에서 맷, 알렉스, 스코티가 화장을 마친 앨리스의 재를 바다에 뿌리는 허무한 장면으로 연결됩니다. 두 장면 모두 수중 촬영되어 물 속에서의 시점으로 제시됩니다. 물이 죽음을 상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연출로 보입니다.

‘디센던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어머니를 잃은 맷의 가족 세 사람은 권태롭게 TV를 시청하며 음식을 나눠먹습니다. 아내는 죽었지만 가정은 복원되었으며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일깨우는 결말입니다.

사이드웨이 - 샛길로 빠진 중년 남자의 여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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