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차이나타운 - 거대자본 비판한 필름느와르 걸작 영화

※ 본 포스팅은 ‘차이나타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립탐장 제이크(잭 니콜슨 분)는 LA 수자원부서의 책임자 홀리스(대럴 즈웰링 분)의 아내를 사칭하는 여성으로부터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니 뒤를 캐달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홀리스의 불륜 사실이 언론에까지 보도되자 그의 진짜 아내 에벌린(페이 더너웨이 분)이 나타나고 홀리스가 익사하면서 제이크는 사건 이면에 숨겨진 물과 토지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의 실체에 파헤칩니다.

로만 폴란스키의 1974년 작 ‘차이나타운’은 193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중절모, 패커드 자동차, 대사 중 언급되는 금주법 등 당시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소재로 가득한 필름 느와르 걸작입니다.

주인공 제이크는 닳고 닳은 성격의 사립탐정으로 야한 농담을 내뱉는 능글맞은 인물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악과 싸우는 과정에서는 타협을 모르는 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경찰들과 안면을 트고 있는 전직 경찰로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외로이 악에 맞선다는 설정은 전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크는 필름 느와르의 상징적 요소 중 하나인 권총을 휴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차이나타운’은 로버트 타운의 오리지널 각본(로버트 타운의 각본에 불만이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결말을 비롯해 상당 부분을 수정했습니다.)으로 제작되었지만 제이크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속 주인공 ‘필립 말로’를 연상시킵니다. 위험을 무릅쓴 조사 과정에서 집단 구타를 당해 정신을 잃고 깨어나는 장면조차 닮았습니다. 아직 살도 찌지 않았으며 악마적인 마스크가 돋보이는 30대 중반의 잭 니콜슨은 전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사립 탐정 제이크 역으로 출연합니다.

제이크는 조사 도중 익사할 뻔한 위기에서 구두를 잃어버리는데 발로 뛰는 직업을 지닌 그가 신발을 분실했다는 것은 또 다른 위기가 닥칠 것을 암시합니다. 이내 제이크는 코를 칼로 찢기는 부상을 입습니다. 제이크가 부상당하는 부위가 하필 코라는 점이 인상적인데 코는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자존심(‘콧대’)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흉터까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제이크가 에벌린과 동침하는 것이 코의 상처에 붙은 반창고를 떼어내는 뒤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가장 강렬한 폭력 장면인 제이크에게 코 부상을 입히는 하얀 옷을 입은 남자로 분한 것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인 것도 흥미롭습니다.

필름 느와르에 빠져서는 안 되는 팜므 파탈인 에벌린은 신비스러우면서도 부유한 유부녀입니다. 남편을 잃고 제이크와 엮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금발, 자존심, 술과 담배, 그리고 우연한 동침은 팜므 파탈의 전형적인 요소입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여배우인 페이 더너웨이가 분한 에벌린은 남편의 외도와 그 상대 여성을 숨기려 애써 제이크의 의심을 삽니다.

당시의 부유한 여성들 대부분 그렇듯이 에벌린이 부유한 이유는 아버지 노아(존 휴스턴 분)가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노아가 모든 사건의 흑막이라는 사실은 중반부에 일찌감치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거대 자본을 소유한 그는 농부뿐만 아니라 절친한 친구이자 사위까지 살해하는 비정한 인물로 근친상간이라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즉 노아는 사회악과 개인적 차원의 죄를 모두 저지른 악의 화신입니다. (로만 폴란스키가 극중에 범죄자로 직접 출연했듯이 모든 사건의 흑막 노아로 출연한 것은 역시 필름 느와르 걸작인 1941년 작 ‘말타의 매’의 감독인 존 휴스턴입니다. 길쭉한 얼굴이 인상적인 존 휴스턴은 1987년 사망했는데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늙은 악역으로 종종 등장하는 막스 폰 시도우가 존 휴스턴을 점점 닮아가는 듯합니다.)

노아가 이중적으로 죄를 짓게 된 것은 끝없는 욕망 때문입니다. 특히 돈에 대한 욕망은 노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약자를 잠식하며 끝없이 확장하고픈 욕망은 노아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본 자체의 속성입니다. ‘차이나타운’의 시간적 배경으로부터 8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본은 무한한 확장성에 기초한 왕성한 탐욕을 멈출 줄 모릅니다. 약자의 고혈을 끊임없이 빨아 유지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고발한 것입니다.

진부한 필름 느와르의 요소들을 조합해 연출된 ‘차이나타운’이 개봉된 지 4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시공간을 초월해 유효한 주제 의식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섹스, 근친상간, 살인, 폭력 등의 요소를 지녔음에도 우아한 걸작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은 단 10일 만에 완성한 제리 골드스미스의 아련하며 나긋나긋한 빼어난 배경 음악 덕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비판적 주제 의식이 매우 사실적이며 사회적이기 때문입니다.

제목 ‘차이나타운’은 결말의 공간적 배경으로 제이크가 실패를 반복하며 여자를 잃고 분루를 삼키는 징크스를 상징합니다. 차이나타운에서 애꿎은 여자는 죽고 악을 파헤치려던 주인공은 패배하며 거악은 응징을 받지 않고 건재합니다. 모든 불법이 자행되지만 정의는 힘을 쓰지 못하는 차이나타운을 제목으로 설정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백인이 지배하고 있는 LA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이 무법천지 차이나타운과 마찬가지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냅니다.

피아니스트 - 한 사내의 처절한 전쟁 생환기
유령 작가 - 구글링으로 범인잡는 엉성한 스릴러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