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편과 무관하게 한글 자막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의역과 축약이 지나치게 심해 비약에 가까운 번역이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무역연합과의 협상을 위해 파견된 콰이곤 진(리암 니슨 분)과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 분)이 ‘협상은 짧게 끝날 것이다’는 요지의 대사를 무역연합 측의 공격을 전후해 주고받는데 이를 ‘(무역연합은) 약삭빠르다’라는 번역하는 등 지나치게 의역했습니다.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 분)을 경호하는 파나카(휴 콰시 분)의 직위인 ‘Captain’을 ‘부관’이라고 번역했다 ‘선장’이라고 번역하는 어이없는 실수도 보입니다. 동일한 인물, 동일한 직위를 의미하는 단어를 장면마다 다르게 번역한 것입니다. ‘스타워즈’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범하지 않았을 기초적인 잘못입니다.
가장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극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자자 빙크스(아흐메드 베스트 분)의 대사를 유행어와 사투리, 혀 짧은 발음으로 뒤섞어 번역을 했다는 점입니다. 자자 빙크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뭥미’라는 자막이 제시되더니 이후의 대사에서는 충청도와 전라도 사투리를 뒤섞은 혀 짧은 발음으로 번역됩니다. 자자 빙크스의 영어가 불완전한 것이지만 굳이 유행어와 사투리까지 동원해 한 술 더 떠 오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애당초 자자는 오리지널 3부작에 등장했으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 등장하지 않는 겁쟁이 츄바카와 현지 원주민 이워크, 그리고 등장하지만 비중이 적은 수다스런 C3PO의 역할을 홀로 떠맡는 코믹 캐릭터이지만 인종차별을 연상시키기에 짜증스러우며 억지스러운 캐릭터인 것이 사실입니다. 존재만으로도 짜증스러운 자자가 어처구니없는 한글 자막으로 인해 더욱 짜증스럽습니다.
따라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 3D’의 의의는 기존의 스타워즈 팬들을 위한 동창회라는 점 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회하는 양날 광선검의 다스 몰(레이 파크 분)의 위용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긴 합니다.
매 장면마다 나탈리 포트만이 여왕으로 등장하는지 아니면 시녀로 위장하는지,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의 어머니조차 구분하지 못했다는 여왕의 대역인 키이라 나이틀리를 구분하는 재미나 의회 장면에서 E.T.와 츄바카의 우키족의 등장을 찾는 재미도 색다릅니다. 공화국 의회 의장 발로룸 역으로 테렌스 스탬프가 출연한 것도 눈에 띕니다. 1999년 개봉 당시와 마찬가지로 엔드 크레딧의 마지막은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가 장식하며 내년을 기약합니다. 내년에 개봉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역습’에서는 3D 효과가 부디 개선되기를 기대합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 두 번째 감상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 세 번째 감상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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