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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 - 하루키가 파헤친 옴진리교 실체

1998년 일본에서 발행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1995년 3월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사건의 피해자들을 인터뷰했던 ‘언더그라운드’의 후속편으로 8명의 옴진리교 신자 인터뷰한 것입니다. 피해자들을 다룬 ‘언더그라운드’에 대조되도록 가해자들을 조명하기 위해, 잡지 ‘문예춘추’에 연재된 옴진리교 신자 인터뷰를 묶어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이지만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에 등장하는 8명의 인터뷰 대상자가 테러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닙니다. 테러 사건에 가담하지 않은 옴진리교의 과거 신자로 규정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8명의 인터뷰 대상자 중 6명이 남성이고 2명이 여성인데 대부분 불우한 가정환경을 지녔거나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취약하며 친구가 적고 연애 경험이 드물다는 공통점을 나이 및 성별과 무관하게 지니고 있습니다. 성격적으로는 외골수이며 옴진리교에 입문하기 전 종교 및 철학에 심취하거나 몽상가적 기질이 강하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머리말에 인용된 마크 스트랜드의 시 ‘한 노인이 자신의 죽음 속에서 깨어나다’의 구절 ‘약속된 장소에서’가 책의 제목이 되었는데 ‘약속된 장소’는 옴진리교 신자들이 언젠가 도달하리라 믿었으나 결국 도달하지 못한 이상향을 의미합니다. 요가 등의 수행을 통해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 가족을 버리고 출가했으나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숭배하는 관료적인 시스템과 테러 사건에 염증을 느끼고 옴진리교를 버리게 된 신자들이 여전히 옴진리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의외입니다.

옴진리교는 오컬트적 성향이 강한 유사 종교이며 하루키의 소설에서도 오컬트적 성향이 종종 드러나기에 그가 옴진리교 신자들을 인터뷰한 것은 평소 그의 소설을 즐겨 읽은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키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뒷받침되면서 8명의 인터뷰 대상자는 마치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데 전생에 자신은 남자였다고 주장하는 간다 미유키와 옴진리교에 출가한 2년간의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이와쿠라 하루미 등 2명의 여성의 인터뷰는 하루키 소설 속 전형적인 여자 등장인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8명의 인터뷰에 이어서는 지난 2007년 사망한 유명한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이 2번에 걸쳐 게재되었는데 다소 중구난방이라 정리가 덜 된 듯하지만 아사하라 쇼코가 옴진리교 신자들을 매료시킨 이유가 그가 지닌 서사성이라 지적한 것은 매우 독특합니다.

책 말미의 ‘후기’는 여러 사람이 등장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한 인터뷰와 대담을 하루키가 모두 정리한 결론에 해당합니다. 하루키의 장점인 깔끔함이 돋보이는 ‘후기’에서는 옴진리교를 ‘태엽 감는 새’에서도 등장했던,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자 신천지였으나 실상은 신기루에 불과했던 만주국에 비유한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신흥 종교의 힘이 약하지만 대신 기성 종교가 정치권력과 손을 잡아 그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세력이라는 점에서 역시 종교의 해악이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가 일본 사회의 병폐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난과 양극화로 인해 옴진리교와 같은 유사 종교가 나타나 반사회적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옴진리교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는커녕 번역서도 찾아보기 어려워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 언더그라운드 2’는 일독할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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