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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 ‘승부사’ 최동원에 바치는 헌사 영화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은 한국 프로야구를 주름잡은 최고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이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사직 야구장에서 벌인 1987년 5월 16일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맞대결을 영화화했습니다.

‘퍼펙트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적절한 캐스팅과 두 주연 배우의 연기입니다. 롯데 최동원으로 분한 조승우와 해태 선동열로 분한 양동근의 연기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실존 인물들의 전성기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외모는 닮지 않았지만 조승우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바탕으로 자존심 넘치는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해 마치 진짜 최동원이 살아 돌아온 듯합니다. 최동원의 독특한 투구 폼 또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동원보다 훨씬 흉내 내기 매우 어려운 선동열의 투구 폼을 양동근이 매우 흡사하게 되살려냈다는 점입니다. 마운드에 올라가며 어깨와 목을 으쓱하는 선동열 특유의 몸짓까지 생생하게 재현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퍼펙트 게임’은 두 명의 전설이 라이벌이자 동시에 선후배 관계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다양한 일화들을 촘촘하게 배치해 세 번째 맞대결에 이르는 길을 닦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인 두 투수의 맞대결 경기를 비롯한 각본과 연출에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했다’는 오프닝 자막이 암시하듯 ‘퍼펙트 게임’은 실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기보다 웃음과 감동을 주기 위해 실제 사건 및 상황을 윤색했습니다.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1987년 5월 16일 당시 낮 경기를 야간 경기로 변경한 것이나 득점 상황 및 순서를 바꾼 것, 가상 인물인 해태 박만수(마동석 분)와 롯데 강현수(이해우 분)를 배치(두 사람의 이름은 SK 이만수 감독과 두산 김현수를 연상시킵니다.)한 것 등은 영화적 허용으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개최된 1981년 대륙간컵 대회의 야구장 분위기가 지나치게 현대적이어서 고증에 어긋난 것이나 초반 등장하는 잠실 야구장의 관중석 CG가 엉성한 것 등은 지나친다 해도 두 투수의 맞대결 경기를 중계하는 캐스터가 해태의 8회초 공격을 ‘8회말’이라 언급하는 잘못된 대사는 상업 영화라면 범하지 말아야 할 옥에 티입니다.

‘웃음’을 주기 위해 롯데 성기영 감독이나 롯데 김용철(조진웅 분), 해태 김일권을 희화한 것은 다소 지나칩니다. 늘씬한 호남이었던 김용철을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이기적인 뚱보로, 작고 날렵했던 도루왕 김일권을 거구의 사나이로 바꿔 화장실 유머를 맡긴 것은 억지스럽습니다. 조진웅은 차라리 KIA 나지완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해태 김응룡 감독으로 분한 손병호는 카리스마를 발휘하려 노력하지만 ‘코끼리’로 불린 김응룡 감독의 거구와 강한 카리스마를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페펙트 게임’의 가장 큰 약점은 클라이맥스 경기의 연출에 있습니다. 50여 분 가까운 경기 장면은 호흡이 깁니다. 실제 경기가 5시간에 육박하는 15회 연장전까지 갔다 해도 영화에서는 보다 압축해 전체 128분의 러닝 타임을 115분 안팎으로 줄이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효과음과 음악에 묻혀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도 약점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아닌데 두 투수를 헹가래치는 장면과 같이 감동을 강요하는 신파에 가까운 연출이 아쉽습니다. 보다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나았겠지만 관객의 감정보다 앞서 인위적 감동을 자아내려 합니다. 중반까지 웃음으로 승부하다 결말에서 감동의 눈물을 주겠다는 한국 영화 특유의 천편일률적 서사 구조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퍼펙트 게임’은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매우 극적인 스포츠의 매력을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성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야구팬이라면 ‘퍼펙트 게임’은 ‘승부사’로 불린 고 최동원의 인간적 매력을 충실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관람할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선동열과의 맞대결을 선언하는 장면의 대사와 연출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조승우의 연기력은 전율을 일으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각인됩니다. ‘퍼펙트 게임’은 두 투수의 대결을 묘사하지만 실제 최동원과 선동열의 비중은 7:3 정도로 최동원에 많이 할애되었습니다. 천재로 묘사되는 선동열에게는 관객의 감정 이입이 어렵지만 노력파로 묘사되는 최동원에는 충분히 이입이 가능하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두 주인공의 비중 차이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 차이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최동원이 지난 9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는 점과 ‘퍼펙트 게임’의 배급을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합니다. 따라서 ‘퍼펙트 게임’은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는 아쉽지만 최동원에 바치는 헌사로 남을 것입니다.

‘퍼펙트 게임’ 조승우, 양동근 무대 인사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티거사랑 2011/12/21 10:39 #

    김용철, 김일권씨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으리라고 믿고 싶네요

    아무튼 기대됩니다
  • 현자 삼장 2012/03/02 17:27 # 삭제

    저는 영화 재미있게 봤습니다^^.
    연기력을 떠나 추억의 향수를 느낄수 있게 보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을정도 실제 경기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이런 투수가 있다는것 이런 경기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영화라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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