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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 진보된 이데올로기의 신파 전쟁 영화 영화

한국 전쟁에 징집당해 참전한 진태(장동건 분), 진태(원빈 분) 형제의 형제애를 묘사한 강제규 감독의 2004년 작 ‘태극기 휘날리며’는 1,000만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대성공했지만 장단점을 동시에 지닌 양날의 검과 같은 전쟁 영화입니다.

우선 신파적 정서가 지나친 것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같은 민족 간에 총부리를 겨눈 한국 전쟁의 특성 상 신파적 상황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지만 형제애를 앞세우는 주제 의식과 강제규 감독 특유의 허무적 감상주의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서사의 직설적 신파 영화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48분의 긴 러닝 타임 동안 상당 부분 할애되는 전투 장면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연출 방식과 엇비슷하다는 것 또한 약점입니다. 신파 장면과 전투 장면을 모두 압축했다면 10분 이상의 러닝 타임을 줄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CG를 활용한 전투기 장면은 상당히 어색합니다.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에서 CG의 어색함은 이후 ‘괴물’, ‘전우치’ 등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 전쟁을 이처럼 큰 스케일로 구현해 비교적 성공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사지 절단이 빈번히 등장하며 사람의 살이 썩어 구더기가 끓는 장면과 같은 참혹한 장면이 나열됨에도 불구하고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은 의문입니다. 대작 한국 영화의 관람 등급 판정에 상당히 관대한 잣대가 적용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개봉 이후 7년이 지난 현재의 관점에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가장 놀라운 것은 비판적 역사의식입니다. 국군을 선으로, 인민군을 악으로 묘사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군의 포로 학대나 비무장 인민군 살해 등 광기 어린 역사의 어둠을 묘사하고 개봉 당시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보도연맹 사건을 끄집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종반 주인공 진태의 인민군 전향까지 개봉 당시에도 어느 정도 논란이 되었지만 만일 현 이명박 정부 하에서였다면 ‘태극기 휘날리며’가 원안대로 제작이 가능했을지 그리고 개봉되었어도 소위 보수 언론들이 가만히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한국 전쟁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보다 진보된 상업 영화는 딱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데올로기적 회의론이 설령 강제규 감독의 전작 ‘쉬리’부터 반복된 허무적 감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말입니다.

부모 세대로부터 아무 것도 물려받지 못한 가난한 진태는 광복 직후의 불우한 대한민국의 처지를 상징합니다. 아버지는 어릴 적 사망했으며 어머니(이영란 분)는 장애인입니다. 부성의 부재와 모성이 현실적으로 짐만 되는 상황에서 동생 진석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의 역할을 강요받습니다. 전투 장면이 상당수이며 모든 배우가 엇비슷한 군복과 더러운 안면 분장으로 특정 배우의 연기력이 두드러지기는 어렵지만 장동건의 고지전 전투 장면의 혼신의 광기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반면 원빈의 연기는 엇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어 한계를 노출합니다.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 채 화난 연기를 반복하는 것은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최근작 ‘아저씨’에서는 연기력이 다소 개선되었지만 부정확한 발성은 여전히 약점입니다. 진석이 인민군 포로 학대 장면에서 언급하는 ‘게임’이라는 단어는 1950년대 초반에 과연 사용되었을지 의문입니다. 물론 이 대사는 원빈의 잘못이 아니라 제작진의 잘못입니다.

‘쉬리’에서의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 최민식과 정극 연기에 도전한 김수로도 이채롭습니다. 개봉 이후 1년 여 만에 세상을 떠난 이은주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데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은주의 출연작 중 국내에 유일하게 블루레이로 발매된 작품입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7년의 침묵을 깬 강제규 감독의 신작 ‘마이 웨이’의 개봉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마이 웨이’는 주연, 장르, 시대적 배경의 측면에서 ‘태극기 휘날리며’와 유사점을 갖는데 전작과의 차별화 여부가 성패를 좌우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펜타토닉 2011/12/18 15:02 #

    보도연맹 논란자체는 개봉했던 당시에도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국군이 대표적으로 반발했었죠.

    이번에 나온 신작도 기대하는데 개봉도 안했는데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은 것 같더군요.
    그래도 강제규감독님 특유의 서사연출에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찾을 계획입니다 ㅎㅎ;;

    여담으로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더니 캐스팅이 굉장히 화려하네요.
    단역이지만 조윤희씨부터 안길강씨까지..
    그중에 구두닦이 친구에서 인민군 포로로 원빈과 만났던 전재형씨가 기억에 남습니다.
    영웅재중이나 조성모의 이름도 보이는게 신기하기도 하구요..(어디서 나왔지-_-)ㄷㄷㄷㄷ;;;
  • ξ 2011/12/18 15:12 #

    난 아저씨도 잔인해서 보지 않았고, 태극기 휘....도 도무지 답답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보다 말았다. 살인의 추억도 잔인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보다 말았는데....
    한국 영화는 왜 이리도 잔인하지???? 뭐든지 잔인해.. ...뭐든지....

    그거에 비하면 19금 영화가 더 좋은 거 아닌가? 사랑을 배척하고 쾌락을 금기시하는 건 아직도 우리가 조선의 잔재들을 유지하려고 용쓰는 모습 밖에 아니다. sex와 쾌락을 봐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그럼 우린 다 어디서 왔고, 매일 밤 하는 짓은 다 뭐여?

    사람 죽이는 거 좋아라 하는 놈들....밴드나 라이언이나 태극기..다 마찬가지야.
  • 퍼플 2011/12/21 10:05 #

    강제규 감독의 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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