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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의 가족론 - 토미노 감독의 좌충우돌 독설 U.C. 건담(퍼스트, Z...)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된 ‘건담의 가족론’은 ‘기동전사 건담’의 애니메이션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가 이상적이라 믿는 가족론에 대해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통해 설명합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란바 랄과 하몬 커플은 실질적인 부부가 아니라 내연의 관계이지만 그들을 통해 이상적인 부부상을 담으려 노력한 것은 작품 후반 아무로가 라라를 만나 뉴타입으로 각성하는 관념적인 전개로 흘러가기 전에 현실에 뿌리를 박은 인물들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F91’에서 주인공 시북의 여동생 리즈가 실뜨기를 통해 어머니 모니카가 설계한 건담 F91의 원리를 이해한 것은 모성을 통한 문화의 전승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할머니와도 같았던 큰어머니로부터 배운 실뜨기에서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모니카의 실뜨기는 철가면으로 상징되는 폭주하는 부성의 대척점으로 상정한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토미노 감독이 로봇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주인공을 비롯한 캐릭터의 가족에 대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거짓말의 리얼리티’를 부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과거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도 가장 천시되었던 로봇물에서 어떻게든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봇을 비롯한 메카닉 설정보다 인간, 즉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의미입니다. 토미노 감독이 로봇 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한 이유는 원작 만화나 소설에 의존하지 않아 판권료 부담에서 자유로우며 로봇이 등장하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서사를 마음껏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족론은 현실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닐 수밖에 없기에 오늘날 일본의 현실에 대한 토미노 감독의 개인적 시각 또한 여실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토미노 감독은 그 시대의 유행과도 같은 대세인 ‘시대의 정의’로부터 자유로울 것을 역설합니다. 따라서 연애결혼 또한 ‘시대의 정의’에 불과해 결혼에 대한 환상을 조장, 이혼율을 높일 뿐이며 중매결혼이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중매결혼은 과거부터 검증된 결혼 방식이며 결혼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합니다.

사랑이 없는 중매결혼을 하게 되면 불행하지 않겠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가족이 편안한 휴식의 공간이라는 인식 또한 역시 불행의 씨앗이 되는 환상에 불과하며 ‘가족은 수양의 장’이기에 가족 구성원 내부의 충돌 또한 인정합니다. 즉 가정 폭력을 사실상 옹호한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 또한 ‘시대의 정의’에 불과하기에 ‘기동전사 건담’에서 브라이트가 아무로에게 그랬듯이 자식을 바로 잡기 위해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토미노 감독의 좌충우돌은 가족론을 뛰어넘어 정치 현실까지 미칩니다. 일본의 집권당 민주당이 오키나와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주장하며 집권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에 불과했다며 비판합니다. 최근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불황에 빠져 있지만 실은 여전히 풍요롭다며 장차 일본은 가난한 나라가 되어야 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독설을 퍼붓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미래상은 200 ~ 300명 정도가 농업에 기초한 자급자족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결혼 및 출산율의 감소의 원인은 일본 사회가 독신으로 살기에 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데 불황과 취업난,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경제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연애결혼 대신 중매결혼이 대안이라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은 없다는 것 또한 논리적 약점입니다. 작품 속에서 다룬 사랑은 엔터테인먼트용에 불과했다는 고백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가정 폭력을 옹호하는 논리 또한 빈약합니다.

‘건담의 가족론’의 진정한 매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독설보다는 토미노 감독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데 있습니다. 도쿄 출신이라는 이유로 오다와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며 따돌림 당했던 어린 시절을 고백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는 ‘기동전사 건담’의 템 레이의 모델이 된 부드러운 인품의 기술자로 카리스마가 없었던 것이 불만이었다고 회고합니다. 토미노 감독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강압적인 부성은 자신의 이상적인 부성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딸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일을 핑계로 아내에게 모두 맡겨 양육에 일조한 것이 전무할 정도로 무책임했다고 술회합니다. ‘기동전사 V건담’은 병적인 작품이므로 더 이상 보지 말아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하며 자신의 작품에도 예외없이 독설을 가합니다.

사후 자신의 묘 자리를 고민하던 60세 즈음에 토미노 감독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는데 아마도 1999년 작 ‘∀(턴에이)건담’의 상업적 실패 이후 2002년 작 ‘오버맨 킹 게이나’에 이르는 사이의 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외)손자에 관한 언급도 두 차례 등장하는데 스카이프를 통해 해외에 사는 손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토미노 감독은 이제는 부모가 된 소위 ‘건담 세대’에게 더 이상 픽션에 불과한 건담에 집착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자신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 환기시켜 미래를 위해 우주 과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토미노 감독은 책 말미에서 ‘애니메이션은 나의 학교였다’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밝히는 것으로 ‘건담의 가족론’을 마무리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대공 2011/12/01 10:50 #

    혹시나 했는데 역시 부친과 그런 갈등이 있었군요
  • 까미유의 귀환 2011/12/01 12:06 # 삭제

    우주엘리베이터보다 더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지금의 건담을 보니
    토미노 감독님이 가시기 전에 건담에 점 하나만 더 찍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더 간절하네요..
    샤아가 액시즈를 버리고 지구로 와 에우고에 참여하는 과정과,
    훗날 네오지온을 창설한 부분이 애니로 나오기를 몇십년째 기다리고 있는데.. 쩝..
    감독님의 독설을 애니로 보고 싶습니다~ 툴툴거리는 까미유를 돌려줘요~
  • 비타 2011/12/02 22:45 #

    선인장의 꽃이 피었다~[퍽]
  • 풍신 2011/12/01 23:37 #

    이후 아얘 고아들이 착하고 진취적인 반면, 부모 있는 애들은 은근히 패륜아들이고, 부모가 자식을 이용하거나, 강요하거나, 버리고 자기 사랑 찾는 문제 어른들이 많은 브레인 파워드를 만들죠.........킹게이너는 그나마 다른 의미에서 부녀 관계가 좋은 아나 공주를 등장시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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