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리얼 스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직 복서 출신의 로봇 복싱 프로모터 찰리(휴 잭맨 분)는 돈이 바닥나자 아들 맥스(다코타 고요 분)의 양육권을 맥스의 이모 데브라(호프 데이비스 분) 부부에 넘겨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겨 로봇을 구입합니다. 데브라 부부의 해외여행으로 찰리는 두 달 동안 맥스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로봇 복싱에 나서게 됩니다.
숀 레비 감독의 ‘리얼 스틸’은 인간의 복싱 경기를 대체한 근 미래의 로봇 복싱을 소재로 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전면을 장식하는 것은 로봇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로봇은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소재였는데 로봇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은 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쥬가 ‘리얼 스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로봇을 조종기로 다루는 시스템은 ‘철인 28호’를, 음성으로 조종하는 시스템은 ‘자이언트 로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로봇 ‘노이지 보이’는 다분히 일본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초악남자(超惡男子)’라고 가슴과 팔에 큼지막한 한자를 새겨놓고 있습니다. 머리의 투구는 사무라이의 그것과 닮았으며 진청색의 동체 색상과 팔의 황금빛 타이포그래피는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를 연상시킵니다.
찰리의 세 번째 로봇이자 진정한 주인공 로봇의 이름은 ‘아톰’인데 일본 만화의 대명사이자 로봇 애니메이션의 원조인 테즈가 오사무의 ‘철완 아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구에 더 잘 알려진 이름인 ‘아스트로 보이’가 아니라 원제인 ‘아톰’을 사용했으며 가슴에 이름까지 새겨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맥스는 이름의 음각에 광택이 나도록 도색까지 하니 참으로 진지한 오마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종하는 이의 움직임을 아톰이 따라하는 시스템은 ‘기동무투전 G건담’의 모빌 트레이스 시스템을 닮았는데 로봇 간의 1:1 격투기라는 대결 방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주인공인 맥스가 약간의 일본어를 할 줄 알아 노이지 보이를 일본어로 잠시 조종하는 장면이나 클라이맥스에서 맥스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일본어로 ‘로봇’(ロボット)이라 씌어진 것 역시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톰에는 머리와 동체에 냉각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팬이 있어 구세대의 기체라는 설정과 더불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내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특히 아톰의 선한 두 눈이 거울을 바라보며 자의식을 갖는 듯한 고요하고도 느린 장면은 시끌벅적한 격투 장면으로 가득한 ‘리얼 스틸’에서 가장 독특하며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강 로봇 ‘제우스’와 대결을 앞두고도 아나운서는 대사를 통해 아톰이 인격을 지닌 듯하다며 관객의 상상력에 여운을 남깁니다. (아톰과 제우스의 대결에 등장하는 라운드 걸은 프리츠 랑의 SF 고전 걸작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로봇 ‘마리아’와 닮았습니다.) 대결을 마친 후 얻어맞은 자국으로 코와 입의 모양을 아톰의 얼굴에 새로 남겨 간접적으로 인격을 부여하는 것 역시 의도적입니다.
세계관을 차지하고 있는 로봇에 관해서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지대하지만 서사 구조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 그 자체입니다. 찰리의 여자친구 베일리(에반젤린 릴리 분)는 찰리와 맥스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며 모성애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소원했던 부자지간의 화해를 통한 가정의 복원은 매우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서사로 ‘챔프’, ‘오버 더 톱’과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명의 도전자가 강력한 챔피언에 승산 없는 복싱 경기를 벌이며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틴 후 아쉽게 판정패한다는 줄거리는 ‘록키’를 빼닮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주인공과 여자 친구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로봇을 소재로 신파에 가까운 정서를 지닌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를 떠올리게 하는데 ‘리얼 스틸’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으로 참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A.I’가 소년 로봇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리얼 스틸’은 소년과 로봇이 일심동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리얼 스틸’은 ‘슈퍼 에이트’처럼 1980년대 가족 영화의 분위기로 충만한데 두 작품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980년대의 감수성을 부활시킨 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개봉되는 것은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제는 부모가 된 현재의 기성세대가 향수에 차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혼성 모방인 ‘리얼 스틸’에는 약점도 상당합니다. 무책임한 가장으로 인해 해체된 가정이 복원된다는 서사의 근간은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찰리와 맥스 부자가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과정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패배하고도 슬퍼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우직함만큼은 인상적이나 맥스가 아톰과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소위 ‘닭살 돋는 장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소년이 갑자기 천재적인 로봇 프로모터로 성장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파괴되는 로봇에 대한 동정심이나 고뇌를 찾아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결투가 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고찰이 없는 점도 어색합니다. 복잡한 설정은 무시해 로봇과 관련된 설정에 빈틈도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진부함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으며 진부한 가치를 내세우고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영화가 압도적 다수이기에 ‘리얼 스틸’은 성공적인 오락 영화입니다. 특히 20세기에 소년 시절을 보낸 로봇 마니아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년들에게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내에서는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인데 로봇 액션이 다소 잔혹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 스틸’에 가장 열광할 관객은 주인공 맥스와 비슷한 또래인 10대 안팎의 소년이라는 점에서 흥행에는 다소 손해를 볼 듯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기적인 멋쟁이 이미지로 승부했던 휴 잭맨이 ‘리얼 스틸’에서는 꼬질꼬질한 아버지 역할을 맡아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1968년 생으로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른 휴 잭맨이니 ‘리얼 스틸’이 차후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 잭맨과 로봇의 복싱 연기는 슈가 레이 레너가 지도했는데 그의 이름이 극중에 언급되기도 합니다. 다코타 고요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전직 복서 출신의 로봇 복싱 프로모터 찰리(휴 잭맨 분)는 돈이 바닥나자 아들 맥스(다코타 고요 분)의 양육권을 맥스의 이모 데브라(호프 데이비스 분) 부부에 넘겨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겨 로봇을 구입합니다. 데브라 부부의 해외여행으로 찰리는 두 달 동안 맥스와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로봇 복싱에 나서게 됩니다. 숀 레비 감독의 ‘리얼 스틸’은 인간의 복싱 경기를 대체한 근 미래의 로봇 복싱을 소재로 합니다. 따라서 영화의 전면을 장식하는 것은 로봇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상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로봇은 실사보다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소재였는데 로봇 애니메이션의 종주국은 일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오마쥬가 ‘리얼 스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로봇을 조종기로 다루는 시스템은 ‘철인 28호’를, 음성으로 조종하는 시스템은 ‘자이언트 로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로봇 ‘노이지 보이’는 다분히 일본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초악남자(超惡男子)’라고 가슴과 팔에 큼지막한 한자를 새겨놓고 있습니다. 머리의 투구는 사무라이의 그것과 닮았으며 진청색의 동체 색상과 팔의 황금빛 타이포그래피는 ‘태양의 사자 철인 28호’를 연상시킵니다.
찰리의 세 번째 로봇이자 진정한 주인공 로봇의 이름은 ‘아톰’인데 일본 만화의 대명사이자 로봇 애니메이션의 원조인 테즈가 오사무의 ‘철완 아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구에 더 잘 알려진 이름인 ‘아스트로 보이’가 아니라 원제인 ‘아톰’을 사용했으며 가슴에 이름까지 새겨 놓은 것으로도 모자라 맥스는 이름의 음각에 광택이 나도록 도색까지 하니 참으로 진지한 오마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조종하는 이의 움직임을 아톰이 따라하는 시스템은 ‘기동무투전 G건담’의 모빌 트레이스 시스템을 닮았는데 로봇 간의 1:1 격투기라는 대결 방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주인공인 맥스가 약간의 일본어를 할 줄 알아 노이지 보이를 일본어로 잠시 조종하는 장면이나 클라이맥스에서 맥스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 일본어로 ‘로봇’(ロボット)이라 씌어진 것 역시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톰에는 머리와 동체에 냉각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팬이 있어 구세대의 기체라는 설정과 더불어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물씬 자아내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특히 아톰의 선한 두 눈이 거울을 바라보며 자의식을 갖는 듯한 고요하고도 느린 장면은 시끌벅적한 격투 장면으로 가득한 ‘리얼 스틸’에서 가장 독특하며 인상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강 로봇 ‘제우스’와 대결을 앞두고도 아나운서는 대사를 통해 아톰이 인격을 지닌 듯하다며 관객의 상상력에 여운을 남깁니다. (아톰과 제우스의 대결에 등장하는 라운드 걸은 프리츠 랑의 SF 고전 걸작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로봇 ‘마리아’와 닮았습니다.) 대결을 마친 후 얻어맞은 자국으로 코와 입의 모양을 아톰의 얼굴에 새로 남겨 간접적으로 인격을 부여하는 것 역시 의도적입니다.
세계관을 차지하고 있는 로봇에 관해서는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지대하지만 서사 구조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 그 자체입니다. 찰리의 여자친구 베일리(에반젤린 릴리 분)는 찰리와 맥스의 관계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며 모성애를 발휘하기도 하는데 소원했던 부자지간의 화해를 통한 가정의 복원은 매우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 영화의 서사로 ‘챔프’, ‘오버 더 톱’과 같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명의 도전자가 강력한 챔피언에 승산 없는 복싱 경기를 벌이며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틴 후 아쉽게 판정패한다는 줄거리는 ‘록키’를 빼닮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주인공과 여자 친구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로봇을 소재로 신파에 가까운 정서를 지닌 가족 영화라는 점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를 떠올리게 하는데 ‘리얼 스틸’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으로 참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합니다. ‘A.I’가 소년 로봇을 주인공으로 했다면 ‘리얼 스틸’은 소년과 로봇이 일심동체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리얼 스틸’은 ‘슈퍼 에이트’처럼 1980년대 가족 영화의 분위기로 충만한데 두 작품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에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1980년대의 감수성을 부활시킨 영화들이 최근 잇따라 개봉되는 것은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이제는 부모가 된 현재의 기성세대가 향수에 차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혼성 모방인 ‘리얼 스틸’에는 약점도 상당합니다. 무책임한 가장으로 인해 해체된 가정이 복원된다는 서사의 근간은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찰리와 맥스 부자가 서로의 정을 확인하는 과정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패배하고도 슬퍼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유지하는 우직함만큼은 인상적이나 맥스가 아톰과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소위 ‘닭살 돋는 장면’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소년이 갑자기 천재적인 로봇 프로모터로 성장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파괴되는 로봇에 대한 동정심이나 고뇌를 찾아보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결투가 소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고찰이 없는 점도 어색합니다. 복잡한 설정은 무시해 로봇과 관련된 설정에 빈틈도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진부함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으며 진부한 가치를 내세우고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영화가 압도적 다수이기에 ‘리얼 스틸’은 성공적인 오락 영화입니다. 특히 20세기에 소년 시절을 보낸 로봇 마니아들과 21세기를 살아가는 소년들에게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국내에서는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인데 로봇 액션이 다소 잔혹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리얼 스틸’에 가장 열광할 관객은 주인공 맥스와 비슷한 또래인 10대 안팎의 소년이라는 점에서 흥행에는 다소 손해를 볼 듯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기적인 멋쟁이 이미지로 승부했던 휴 잭맨이 ‘리얼 스틸’에서는 꼬질꼬질한 아버지 역할을 맡아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1968년 생으로 어느덧 40대 중반에 이른 휴 잭맨이니 ‘리얼 스틸’이 차후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휴 잭맨과 로봇의 복싱 연기는 슈가 레이 레너가 지도했는데 그의 이름이 극중에 언급되기도 합니다. 다코타 고요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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