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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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AGE - 제1화 구세주 건담 건담 AGE(에이지)

2009년 3월 종영된 ‘기동전사 건담00(더블오)’(이하 ‘00’) 이후 2년 만에 TV판 건담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 AGE’(이하 ‘AGE’)가 어제 저녁부터 일본에서 방영되었습니다. ‘골판지 전기’의 레벨 파이브가 참여해 10대 초반의 어린이 시청자를 타깃으로 설정한 만큼 캐릭터 작화나 세계관, 전투 장면 등이 전반적으로 기존의 건담 시리즈에 비해 매우 단순합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것은 주인공인 14세의 소년 플리트 아스노가 7년 전 UE의 MS 가프란의 공격에 의해 어머니를 잃으며 건담의 설계도가 포함된 메모리 유닛을 물려받는 장면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Unknown Enemy)’이기에 UE라 불리는데 처음부터 적과 아군의 복잡한 정치적 배경을 설정했던 기존의 건담 시리즈와 달리 정체불명의 외계로부터의 침략으로 세계관을 단순화한 것은 어린이 시청자들을 건담 시리즈로 끌어들여 자꾸만 고령화되어가는 건담 프라모델을 비롯한 관련 상품의 소비자들과는 별도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창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UE의 정체가 끝내 외계인으로 밝혀져 정치적 대립 관계를 배제한 전개가 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소한 초반부만큼은 단순함으로 어린이 시청자를 배려하려는 듯합니다.

가프란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의 가이메레프나 ‘디지털 몬스터’의 디지몬을 연상시키는 외양이며 명칭은 ‘기동전사 Z건담’ 제14화 ‘아무로 다시’에 처음 등장했던 갸프란과 유사합니다. 외양은 다르지만 가프란이 MS와 MA를 오가는 갸변형 기체라는 점은 갸프란과 동일합니다.

부모가 만든 건담을 주인공이 탑승하는 것은 ‘기동전사 건담’ 이래 건담 시리즈의 정형화된 공식이지만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나 ‘기동전사 Z건담’의 카미유 모두 애당초 건담의 정식 파일럿은 아니었습니다. 전쟁에 휘말리는 바람에 민간인 신분인 주인공이 우연히 건담에 탑승하게 된 것뿐이었습니다. 민간인 소년의 MS 탑승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뉴타입’이라는 복잡한 설정이 수반된 것은 필연적이었습니다. ‘AGE’의 주인공 플리트는 정식 파일럿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건담의 주인으로 결정되어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아무로와 카미유 모두 아버지가 만든 건담에 탑승하게 되지만 플리트는 어머니가 설계한 건담에 탑승하게 되었다는 점 역시 다릅니다. 어머니가 설계한 건담에 주인공이 탑승하는 설정은 ‘기동전사 건담 F91’의 모니카와 시북 모자의 관계를 연상시킵니다. 주인공인 아들 앞에서 어머니가 전화에 휘말려 무참히 사망하는 오프닝은 ‘기동전사 Z건담’ 제3화 ‘캡슐의 안’에서 카뮤의 어머니 힐다가 사망하는 전개와 동일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플리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나 암시가 없는데 ‘기동전사 V건담’에서 웃소의 아버지 항게르그가 그랬듯이 정체를 숨기고 등장해 활약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임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플리트의 어머니의 이름은 마리나 아스노인데 마리나라는 이름은 ‘00’의 마리나 이스마일과 동일합니다. 아스노라는 이름에서 ‘아스(あす)’는 ‘내일’을 의미하는데 동의어인 ‘あした’를 이름에 사용한 ‘기동전사 건담ZZ’의 주인공 쥬도 아시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름에 ‘내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주인공과 건담이 창조하는 평화로운 미래를 암시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오프닝 테마 ‘내일로’ 역시 동일한 맥락입니다.

7년 전의 악몽의 순간을 반복하는 꿈을 꾸며 일어난 플리트의 방 안에는 건담 시리즈의 또 다른 아이콘 하로가 눈에 띄며 아무로나 카미유와 마찬가지로 기계를 좋아하는 소년이라는 설정이 제시됩니다. 소년이 복잡한 머신인 건담을 제작했다는 사실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세계에 깊숙이 빠져 있는 오타쿠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부른 테마 ‘내일로’와 함께 제시되는 오프닝 필름은 건담의 전통적인 발진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플리트의 흰색 위주의 노멀 슈트 역시 건담 시리즈 특유의 전통적인 디자인입니다. 오프닝에서는 제1화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은 울프의 제노아스 커스텀과 UE의 제다스와 바쿠토가 등장합니다. 뒤돌아선 플리트와 함께 죽은 어머니와 유린 루셸이 등장하는데 붉은 단발머리 소녀는 아직 이름과 설정이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입니다. 어머니와 유린, 그리고 단발머리 소녀는, 절친한 친구이자 머리칼 색상으로 보아 훗날 아들 아셈의 어머니가 될 에밀리 아몬드와 함께 플리트의 여자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등교를 서두르는 플리트는 UE에 의해 수송선이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분노합니다. 뉴스 앵커의 멘트를 통해 14년 전 UE의 첫 습격 사건인 ‘천사의 낙일’과 지구연방군의 존재가 제시되었습니다. 플리트의 등교를 재촉하는 여자친구 에밀리가 등장합니다. ‘기동전사 건담’의 프라우와 ‘기동전사 Z건담’의 화가 그렇듯이 외향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성격의 소녀입니다.

학교로 향하는 플리트와 에밀리는 지구연방군 알링스톤 기지 사령관 헨드릭 브루저와 부하인 미레스 아로이와 만납니다. 네 사람의 대사를 통해 아직 건담이 가동 실험 단계를 거치는 중이며 플리트가 메카닉에 대해 천재적인 소년임이 제시됩니다. 플리트는 에밀리의 할아버지이자 연방군의 기술 장교인 바르가스와도 마주치는데 플리트가 ‘할아버지’라 하지 않고 ‘바르가스’라고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하는 것에서 격의 없는 사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버스에 탑승한 플리트와 에밀리는 건담의 유래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데 이 장면의 분위기는 ‘기동전사 Z건담’ 제1화 ‘검은 건담’에서 카미유와 화가 브라이트를 만나기 위해 콜로니의 항으로 향하는 리니어 카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플리트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건담이 과거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평화를 가져온 전설적인 구세주 MS의 이름이라고 밝히는데 마치 ‘∀(턴에이) 건담’에서 과거의 모든 건담 시리즈를 흑역사로 취급하던 것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아스노 가문이 건담을 제작했다는 대사는 ‘기동전사 Z건담’ 이래 ‘기동전사 건담 UC(유니콘)’에 이르기까지 건담을 제작했던 거대 기업 아나하임 일렉트로닉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학교에 도착한 플리트는 교실에서 반 친구 디케와 대화를 나누는데 UE가 멀리 있다며 안도하는 디케의 모습은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의 주인공 알의 같은 반 친구 텔코트와 닮았습니다. 디케는 플리트를 동경하며 경쟁심을 지녔다는 설정인데 ‘기동전사 건담’의 하야토를 떠올리게 합니다. 담임교사가 들어오자 플리트는 UE 공격의 법칙을 발견했다며 다음 목표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콜로니 노라라고 주장하지만 교사와 학생들은 무시합니다. 전쟁을 동떨어진 것이라 치부하는 일반적인 민간인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학생도 알 수 있는 UE 공격의 법칙을 연방군은 과연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플리트의 주장처럼 3기의 가프란이 노라의 외벽에 접근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제1화 ‘건담 대지에 서다!’의 양산형 자쿠 3기의 사이드7 습격의 오마쥬입니다. 가프란이 콜로니 내부에 침투해 시가지를 파괴하는 모습은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 제1화 ‘전장까지는 몇 마일?’에서 지온군의 MS부대가 리보 콜로니 시가지를 습격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가프란의 기습에 연방군은 허둥대며 반격을 준비하는데 이 장면의 분위기는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후반부의 데라즈 플리트의 습격에 대처하는 연방군 트링턴 기지의 분위기와 닮았습니다. 연방군 아린스톤 기지에 도착한 플리트는 자신의 앞에 나타나 변신하는 가프란에 치를 떠는데 건담 시리즈에서 제1화에 등장하는 적 MS가 변형 가능한 것은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가프란의 기습에 연방군 중령 그루덱은 몸을 떠는데 구레나룻과 선글라스, 그리고 짙은 푸른색의 제복은 ‘기동신세기 건담X’의 쟈밀 니트와 유사합니다. 쟈밀과 마찬가지로 그루덱 역시 과거 전쟁에 얽힌 트라우마를 지녔으며 주인공인 건담 파일럿을 지원하는 함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플리트와 에밀리, 바르가스가 건담이 숨겨진 격납고에 몸을 피하는 사이 연방군의 양산형 MS 제노아스는 가프란에 의해 격파됩니다. 제노아스는 기본적으로 ‘기동전사 건담’의 짐과 ‘∀(턴에이) 건담’ 제14화 ‘이별, 다시’에 등장했던 캐논 일푸트와 닮았습니다. 제노아스가 격파되는 장면은 직접 제시되지 않고 바르가스의 대사로만 처리되는데 메카닉이 폭발하는 복잡한 작화 부담을 덜며 폭력 장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민감한 어린이 시청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인이 전투에 휘말려 희생되는 잔혹한 장면은 배제되었습니다.

플리트는 가프란이 MS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만일 가프란 역시 건담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탑승하는 병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플리트는 상당한 정신적 혼란을 겪을 것이며 어린이 시청자들은 건담 시리즈의 주제의식인 사람과 사람이 서로 죽이는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입니다.

아린스톤 기지의 기지경비대 라간 소대의 소대장 라간이 등장합니다. 플리트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메모리 유닛을 넘겨주며 건담에 탑승하라고 하지만 라간은 자신에게 익숙한 제노아스에 탑승합니다. 건담의 정규 파일럿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플리트가 건담에 탑승하려하고 바르가스와 에밀리가 만류하는 사이 라간의 제노아스는 가프란에 의해 대파됩니다. 하지만 라간의 부상 정도는 의외로 심하지 않으며 출혈도 없는데 이 역시 어린이 시청자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혼란을 틈타 플리트는 건담에 탑승해 메모리 유닛을 장착해 기동시킵니다. 플리트의 갑작스런 출격에 브루저는 ‘반드시 살아 돌아오라’고 언급하는데 이는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의 주인공 시로 아마다의 명대사와 비슷합니다. 출격의 대사 ‘플리트 아스노, 건담, 나갑니다’는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의 명대사 ‘아무로 레이, 건담, 갑니다’의 변형인 ‘아무로 레이, 건담, 나갑니다’와 동일합니다.

플리트의 건담은 삽시간에 주변을 불바다로 만든 가프란의 빔 발칸에 직격당하지만 전혀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동일한 타격을 제노아스가 입었을 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건담은 멀쩡한 것을 보면 건담에 사용된 소재(합금)가 제노아스와는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건담은 제노아스의 빔 스프레이건(‘기동전사 건담’의 짐의 그것과 동일한 명칭입니다.)을 사용하지만 가프란에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허리에 장착된 빔 대거로 여러 번 찔러 격파합니다. 빔 라이플과 실드가 없는 상태에서 빔 사벨도 아닌 빔 대거로 적을 격퇴하는 것은 ‘기동전사 건담 시드’ 제2화 ‘그 이름은 건담’에서 키라가 탑승한 스트라이크 건담이 허리에 장착된 아머 슈나이더로 미겔의 진을 격파하는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동료가 격추당하자 남은 2기의 가프란은 콜로니를 격파하기 위해 일시 후퇴합니다. 손짓을 주고받는 가프란의 움직임은 외계 생명체라기보다 내부에 파일럿이 탑승한 머신처럼 보입니다.

건담의 코크피트에서 플리트는 첫 실전을 경험하고 몸서리치며 에밀리는 우뚝 선 건담을 바라보는데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제2화 ‘끝없는 추격’에서 첫 실전을 경험하고 몸서리치는 주인공 코우와 우뚝 선 건담과 코우를 바라보는 니나의 모습이 겹쳐지는 마지막 장면과 닮았습니다. 한편 건담이 가프란을 1기 격추시키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라간이 치료를 마친 후 목발을 짚고 나온 것은 어색합니다.

쿠리바야시 미나미의 엔딩 테마 ‘네 안의 영웅’과 함께 제시되는 엔딩 필름에는 오프닝 필름과 마찬가지로 최근의 건담 시리즈에 비해 향후 전개와 캐릭터에 대한 정보와 암시가 많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플리트의 헬멧에 비치는 유린의 모습인데 향후 두 사람이 복잡한 사이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제2화 ‘AGE의 힘’의 예고편에서는 가프란이 노라를 파괴하는 와중에 플리트가 유린을 구출해 코크피트에 탑승시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플리트를 둘러싼 에밀리와 유린의 삼각관계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건담의 전통적인 무기인 빔 라이플에 해당하는 도즈 라이플과 실드, 그리고 건담의 모함 디바도 등장합니다.

시대(age)를 넘어 대물림된다는 의미의 ‘AGE’의 제1화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설정을 ‘떡밥’으로 제시하는 것은 피하며 단순한 설정과 서사 및 작화로 어린이 시청자들을 배려했습니다. 장기적으로 ‘AGE’는 ‘기동전사 건담’의 리메이크에 해당하는 ‘기동전사 건담 디 오리진’의 애니메이션을 위한 입문작의 역할도 수행할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건담 시리즈에 익숙한 고정 팬들을 위한 오마쥬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AGE’는 일본에서의 TV 방영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국내에 공개된 첫 번째 건담 시리즈로 기억될 것입니다. 반다이 코리아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AGE’를 국내에 소개해 건담 프라모델을 비롯한 관련 상품의 판매 촉진을 도모할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나르사스 2011/10/10 10:28 #

    확실히 건프라 촉진을 위한다는 인상은 받았습니다...
  • 藤崎宗原 2011/10/10 15:47 #

    아시타 를 '아스' 라고도 합니다.

    즉, 아스노 = 내일의

    내일의 마리나


    그럼 애비는?!
  • 잠본이 2011/10/10 21:23 #

    과연 2대째의 어머니는 에밀리가 될 것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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