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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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제로 다시 관람한 ‘호우시절’ 영화

허진호 감독의 2009년 작 ‘호우시절’을 CGV 용산의 중국영화제를 통해 재관람했습니다. 필름 열화로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두 주인공의 수려한 외모와 유려한 영상의 아름다움은 반감되지 않았습니다. 건물의 잔해와 같은 쓰촨 대지진의 물리적 상흔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쓰촨 지방의 중심지 청두의 아름다움을 두드러지게 묘사해 마치 청두 관광 홍보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여주인공 메이(고원원 분)가 두보 초당에 근무하기에 대부분의 장면이 대나무 밭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판다 기지, 식당, 야시장, 술집 등 다양한 청두의 명소가 등장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영화에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또 다른 명소인 무후사의 주인 제갈량을 상징하는 백우선이 소품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청두라는 도시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픈 치밀함이 엿보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멜러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연애에 임하는 남자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포착한다는 사실인데 주인공 동하(정우성 분)가 메이와 어떻게든 자신의 침대로 이끌려 노력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출장으로 중국을 방문했기에 실외 장면에서 정장 재킷을 벗지 못하며 실내에서도 와이셔츠 차림이었던 동하가 메이를 기다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캐주얼로 갈아입은 것이 눈에 띕니다. 예정된 출장 기간 2박 3일에서 무단으로 귀국을 지연하며 하루를 더 메이와 함께 보내면서도 업무의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동하가 마지막 장면에서는 업무와는 무관한 완전한 개인이 되어 메이와의 사랑에 전념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우성의 영어 대사는 발음이 부정확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 담담함과 절제의 미학
봄날은 간다 - 사랑의 시작에서 끝까지
외출 - 전형적인 허진호 식 멜러
행복 - 사랑의 잔인함
호우시절 - 90년대 학번에 바치는 허진호 판 ‘비포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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