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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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 한 남자의 불행했던 일생 영화

평론가들이 ‘세계 100대 영화’를 꼽을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매번 1등을 차지하는 ‘시민 케인’을 처음 감상한 것은 7-8년 전이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20대 초반 무렵 지금처럼 영화를 많이 감상하지도 않았던 시절 ‘시민 케인’을 보았을 때에는 ‘왜 저런 작품이 세계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는 것일까’, 하고 의문스러워하면서 지루함을 간신히 억누르며 ‘로즈버드’의 정체만을 뒤쫓다 결말에서 허탈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최근 구입한 3장짜리 ‘시민 케인’의 컬렉터스 에디션 dvd를 구입하여 다시 감상한 ‘시민 케인’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이미 두 번째 감상이어서 ‘로즈버드’의 정체를 알고 다시 감상하니 스토리의 흐름에 쫓기기 보다는 여유 있는 자세로 감상할 수 있어서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이더군요. 사실 ‘로즈버드’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영화와는 별 관련이 없는 맥거핀에 불과한지도 모릅니다. 관객의 흥미를 붙잡아 두기 위한 영화적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번 양보해 ‘로즈버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더라도 그것은 이미 2시간여의 러닝 타임 내내 부각시켰던 영화속 주인공 찰스 포스터 케인(오손 웰스 분)의 불행했던 인생의 비극성을 강조할 뿐입니다.

1941년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 등은 왜 ‘시민 케인’이 걸작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선 카메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다양한 방향으로 인물의 표정과 소품들을 잡아내며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자신감, 애정, 고집, 불안 등)를 대변하더군요. 어마어마한 케인의 컬렉션과 대저택 자나두를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촬영한 것도 훌륭했습니다. 제작년도를 감안하면 아무리 흑백 영화라 하더라도 미니어처나 그림을 사실적으로 보이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당시의 관객들이 저런 수준의 편집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화려한 편집 역시 놀라웠습니다. 더욱이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으며 미국의 참전 여부로 고심했던 무렵에 제작되어 미국인의 불안이 극에 달해있던 시절에 낙관주의를 부르짖으며 현실도피로 관객에게 영합하는 것이 아니라 정계와 언론계의 문제점을 과감히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점도 ‘시민 케인’을 빛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오손 웰스가 컬러 영상과 5.1ch의 dts 사운드가 가능한 현재에 태어난 영화 감독이었다면 지극히 화려한 스타일로 현실을 비판하는 독특한 감독이 되었을 것입니다.

‘시민 케인’의 촬영이나 편집과 같은 영화적 기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교에 함몰되어 스토리가 재미없는 영화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민 케인’의 주인공 케인의 일생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묘사됩니다. 그가 죽는 장면으로 시작해 주변 인물들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케인에 관해 진술하면서,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지고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누렸지만 실은 주변의 친구와 아내, 자식마저 차례로 잃으면서 끝모를 외로움에 침잠했던 고집쟁이 사나이의 불행한 일생이 다소 과장스럽게 그려지지만(그것은 케인이라는 인간 자체가 과장된 인격과 행동 방식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케인 이외의 인물들은 반대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묘한 설득력과 울림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제가 더 나이를 먹으며 ‘시민 케인’을 볼 때마다 제 자신과 케인을 동일시하며 감상하지 않기를 바라게 될 뿐입니다.

덧글

  • flowith 2004/10/24 14:21 #

    이 글에 힌트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
  • 디제 2004/10/24 19:07 #

    flowith님/ 그런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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