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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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 - 제작사 파산시킨 기묘한 대작 영화

※ 본 포스팅은 ‘천국의 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출신의 법원 수사관 제임스(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분)는 지주 계급이 이민자 계급을 말살하기 위해 갱을 모집해 공격하자 이민자들을 규합해 맞섭니다. 제임스가 사랑하는 매춘부 엘라(이사벨 허퍼트 분)는 마을을 떠나자는 지주 계급의 조합 감독 네이트(크리스토퍼 워큰 분)의 제안을 받습니다.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각본까지 맡은 1980년 작 ‘천국의 문’은 제작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를 파산으로 몰아넣은 파멸적인 대작으로 유명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2011 시네바캉스 서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상영된 219분 분량의 오리지널 컷 버전은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천국의 문’은 기괴한 대작입니다. 1890년 미국 와이오밍을 공간적 배경으로 한 액자 구성의 서부 영화이지만 정의의 총잡이가 악당을 물리치는 일반적인 서부 영화들과는 달리 계급투쟁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배 계급인 지주가 피지배 계급의 절도를 문제 삼아 살생부를 작성해 학살하려 하자 이민자 출신의 피지배 계급이 맞선다는 줄거리는 흔한 서부 영화의 구도에서 한참 벗어난 것입니다. 지배 계급의 학살 음모 모임의 세기말의 음침한 분위기와 피지배 계급의 무도회의 활력 넘치는 분위기는 극적으로 대조되며 배경 음악을 활용되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경쾌한 왈츠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이민자들의 고향과 신대륙에서의 애환을 역설적으로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오락 영화를 기대했던 당시의 미국인 관객들을 이념적으로 불편하게 했음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사가 인디언 말살의 역사라고 비판하는 수정주의적 서부극조차 쉽사리 수용되지 않았던 1980년에 백인 간의 계급투쟁이 서부 개척사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천국의 문’이 어떤 반응을 얻었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두 계급 간의 전투는 전술 개념까지 도입된 그야말로 ‘전쟁’에 가까우며 부녀자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천국의 문’의 액션 장면은 잘 차려 입은 총잡이들끼리 잔뜩 눈치를 보다 단 한 방을 적중시켜 멋들어지게 끝장내는 일반적인 서부 영화의 매끈한 결투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처절함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지배 계급에 고용된 갱들의 수당 지급을 위해 피지배 계급의 학살 숫자를 전장 한가운데에서 기록하는 자의 모습은 ‘돈의 논리’가 무엇인지 웅변합니다.

1박 2일의 참혹한 공방은 피지배 계급이 승리하는 혁명 완수의 일보 직전 정부가 개입해 지배 계급을 비호하며 마무리됩니다. 미국 근대사를 비판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용역 깡패가 철거민을 구타해 내쫓은 뒤 그동안 방관하던 전경이 뒤늦게 투입되는 한국의 현실을 연상시킵니다. 피지배 계급 학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생채기를 입은 지배 계급의 비열한 사적 복수로 장식되는 결말은 암울합니다. 지배 계급 출신이지만 피지배 계급의 우두머리가 된 제임스는 투쟁을 통해 모든 것을 잃으며 오욕으로 점철된 과거는 봉인됩니다. 제임스가 서부의 상징 부츠를 제대로 신지 못해 항상 고생하는 것은 그가 애당초 피지배 계급의 일원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유랑 극단의 이름에서 따온 영화 제목 ‘천국의 문’은 천국과 같은 행복이란 부유하는 것이며 결코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임을 입증합니다.

이처럼 무거운 이념적 주제 의식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매우 진부하고 단순하며 각각의 장면은 지나치게 길어 지루한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습니다. ‘천국의 문’의 서사의 근간은 제임스와 네이트, 엘라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로 매우 진부하며 지주의 충견 네이트의 갑작스런 심경 변화는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나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각각의 장면은 설명적이며 호흡이 매우 깁니다. 3시간 39분의 러닝 타임 중 2시간이 지나서야 줄거리에 발동이 걸립니다. 오프닝의 하버드 무도회 장면부터 와이오밍의 대자연까지 엄청난 물량의 스펙타클을 과시하는 와이드 스크린 영상은 감흥을 자아내지 못합니다. 결국 ‘천국의 문’은 하버드를 졸업한 지식인으로 학살을 반대하면서도 결국 학살 현장에 참여했다 목숨을 잃은 빌리(존 허트 분)처럼, 좌파적 이념의 주제 의식과 진부하고도 지루한 서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덜그럭거리는 기괴한 대작입니다.

주인공 제임스 역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그의 친구 존 역의 제프 브리지스의 외모가 상당히 닮았으며 젊은 시절의 크리스토퍼 워큰과 미키 루크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워큰의 큰 눈동자와 툭 튀어나온 광대뼈, 그리고 홀쭉한 뺨은 섬세하면서도 신경질적인 악역의 이미지를 뒷받침해 최후까지 강렬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ㄱ3ㅈ 2011/09/13 13:55 # 삭제

    9월30일까지 블로그페쇄 조치합니다.

    이유는: 카테고리 : 일상의 단상
    영화 펌질 블로그,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기억이 날거야.....

    거짓말인지 두고보면 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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