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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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 전쟁 참화 극복한 신화적 모성 영화

※ 본 포스팅은 ‘그을린 사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왈(루브나 아자발 분)은 세상을 떠나며 쌍둥이 아들 시몬(막심 고데트 분)과 딸 잔느(멜리사 데소르모-풀랭 분)에게 유언장을 남깁니다. 자신들의 생부와 형을 찾으라는 유언장에 시몬은 외면하지만 잔느는 중동으로 향해 베일에 싸였던 어머니 나왈의 생전의 행적을 추적합니다.

2011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그을린 사랑’은 연극을 바탕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치열한 내전을 벌인 레바논을 배경으로 기구한 운명을 감내해야 했던 여인의 삶을 조명합니다.

‘그을린 사랑’의 소재는 근친상간입니다. 시몬과 잔느가 성폭행을 통해 탄생했으며 가해자이자 쌍둥이 아버지의 정체가 나왈이 낳은 첫 번째 아이였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피해자 나왈의 입장에서 서사가 전개되지만 관점을 바꾸어 시몬과 잔느 쌍둥이의 아버지이자 형(오빠)인 아부 타렉(압델가포르 엘라지즈 분)의 입장에서 보면 어린 나이에 전쟁에 휘말려 원치 않는 근친상간까지 저지르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아부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의 현대적 재해석입니다. (로만 폴란스키의 걸작 느와르 ‘차이나타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따라서 나왈은 아들이자 남편인 아부를 끝까지 포용해 시몬과 잔느도 아부를 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행적을 되짚을 것을 유언한 것입니다. 나왈의 장남인 이름 없는 영아가 니하드라는 이름의 특등 저격수가 된 뒤 아부라는 고문 기술자로 변신하기까지 어머니로서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나왈의 죄의식 또한 유언에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아부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성폭행을 통해 두 아이를 임신시킨 책임만 있다면 나왈은 아부를 외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의 끔찍한 참화를 극복한 나왈의 모성은 신화적입니다. 오프닝의 니하드의 삭발과 암살을 저지른 후 삭발당하는 나왈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근친상간에 휘말리게 되는 모자(母子)를 암시합니다.

근친상간은 나왈과 아부 사이에서만 암시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쌍둥이 남매 시몬과 잔느의 사이도 마치 연인과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영화 속에서 시몬과 잔느는 각각 연인이 없으며 나왈의 장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연인, 혹은 부부의 다툼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깊이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시몬과 잔느가 수영장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체에 가장 가까운 수영복 한 장만을 걸친 채 남매가 깊숙이 끌어안으며 교감하는 모습은 관능적입니다. 나왈이 아부를 발견하는 곳이 수영장이며 시몬과 잔느가 포옹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곳 역시 수영장인데 수영장의 물은 어머니가 태아를 보호하는 자궁 속 양수의 은유처럼 보입니다.

물과 함께 ‘그을린 사랑’을 대표하는 요소는 발(足)입니다. 오프닝부터 증오로 가득한 눈빛의 어린 니하드의 발의 상처가 제시되더니 이후에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군홧발과 나왈을 성폭행하는 아부의 군홧발이 강조됩니다. 아부의 맨발은 니하드의 발의 상처와 연결되며 나왈의 비극적 운명을 일깨웁니다.

이처럼 묵직한 주제와 소재를 펼쳐나가면서도 ‘그을린 사랑’은 상당히 세련된 편집을 자랑합니다. 내전의 희생자들을 연상시키는 핏빛 자막으로 구분된 각각의 챕터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찾고, 딸은 어머니의 행적 속에서 아버지를 찾습니다. 절묘한 편집 덕분에 나왈과 잔느의 행적은 자연스레 겹쳐지며 어머니와 딸이 찾는 사람은 동일 인물임이 밝혀집니다. ‘자식들을 캐나다로 보내 보호해주겠다’는 샴세딘(카림 바빈 분)의 대사에서 ‘자식’은 시몬과 잔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중의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나왈의 행적을 좇는데 끝까지 무관심할 것만 같았던 시몬이 중반 이후 참여하며 비중이 늘어나고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것도 서사를 풍성하게 합니다.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서 발견됩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나왈의 옥살이가 15년처럼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촘촘한 서사와 묵직한 주제 의식을 중화시켜주는 것은 좀처럼 상업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레바논의 이국적인 풍경입니다. 나왈의 굴곡진 인생을 상징하는 산 속의 굽은 길, 그녀의 황량한 운명을 연상시키는 돌 언덕의 시골 마을, 그리고 복잡한 레바논의 정치적 상황을 은유하듯 작은 건물이 따닥따닥 밀집한 대도시의 모습은 강렬한 잔상을 남깁니다. 반면 얼마든지 잔혹한 비주얼을 전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고 우아함을 지키며 결말까지 성급한 화해로 봉합하지 않고 절제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dada 2011/08/11 12:27 #

    이 영화 보고 정말 일주일내내 멍했어요.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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