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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 - 히치콕의 윤리적인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

※ 본 포스팅은 ‘현기증’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범인 추격 도중 건물 지붕에서 현기증에 사로잡혀 동료를 잃고 경찰에서 퇴직한 존(제임스 스튜어트 분)에게 친구 개빈(톰 헬모어 분)이 환영에 사로잡힌 아내 매들렌(킴 노박 분)을 감시할 것을 부탁합니다. 존은 매들렌을 감시하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집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8년 작 ‘현기증’은 피감시자와 사랑에 빠진 감시자의 심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 로맨스입니다. 개빈은 매들렌이 유령에 사로잡혔다는 이유로 존에게 감시를 요청한 것이지만 서사 구조 상 유령의 존재를 긍정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니 중반 이후 반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현기증’의 실질적인 등장인물은 단 네 명이며 거의 대부분의 장면은 존과 매들렌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피감시자 매들렌보다는 감시자 존을 중심으로 한 심리 묘사가 돋보입니다. 존은 현기증으로 인해 동료를 잃고 경찰에서 퇴직한 뒤 친구의 아내와 불륜에 빠지며 서서히 과도한 집착에 사로잡힙니다. 죽은 매들렌과 닮은 주디에게 옷차림은 물론 머리 모양과 머리칼 색상까지 그대로 강요하는 존의 행위는 복장 등 외모에 집착하는 노골적인 페티시즘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히치콕도 존과 같이 금발에 천착했다는 점입니다. ‘현기증’의 두 여자 캐릭터뿐만 아니라 주인공 존까지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이 금발인데, 주디에게 금발 염색을 강요하는 존의 모습에서 히치콕이 겹쳐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한적 정보만이 제공되는, 고용된 감시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다 중반 매들렌의 정체를 쉽게 노출하며 갑자기 김이 빠지는 듯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결말에 숨겨져 있습니다. 동료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하고 타인을 감시하며 불륜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희박한 존이 현기증을 이겨내고 잃었던 사랑도 되찾으며 모든 것을 손에 넣는 듯한 순간, 윤리적인 사필귀정으로 마무리됩니다. 주디가 범죄를 저지른 곳이 성스러운 공간인 성당의 종탑이라는 점은 역설적입니다. 따라서 주디가 단죄되는 공간 역시 성당의 종탑이며 단죄의 원인 제공자는 성직자인 수녀입니다. 주디의 죽음으로 존 역시 단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범 주디와 감시자 존은 단죄되지만 주범 개빈은 단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사가 거의 할애되지 않는 개빈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아마도 히치콕은 인생사의 불공정성과 비정함을 일깨우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존이 타인의 행동을 몰래 관찰하는 감시자였으나 알고 보니 간수처럼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역설적입니다.

잔혹한 눈요기 장면을 비롯한 호러의 요소는 거의 없으나 적은 등장인물로도 초반부터 차곡차곡 단서를 쌓아올려 짜임새 있는 스릴러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거장 히치콕의 역량을 엿볼 수 있습니다. 평소 실내 장면을 중심으로 연극적인 연출을 즐기는 히치콕이지만 ‘현기증’은 존과 매들린 커플이 금문교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곳곳을 누비도록 촬영해 인상적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를 북적거리는 미국의 대도시보다는 한적하고 낭만적인 유럽의 도시처럼 묘사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보이시하면서도 육감적인 금발 미녀 킴 노박은 매력은 뇌쇄적입니다. 할리우드의 여배우만큼은 과거가 현재보다 훨씬 더 스펙트럼이 넓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대 공포증 - 히치콕의 연극적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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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 - 제도와 타자에 압살당하는 미약한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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