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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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새떼보다 더욱 무서운 인간의 이상 심리 영화

신문사 사주를 아버지로 둔 멜라니(티피 헤드렌 분)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조우한 남성 미치(로드 테일러 분)에 이끌려 앵무새를 사들고 집까지 찾아갑니다. 하지만 멜라니는 미치가 사는 보데가 만의 외딴 해안 마을에서 새 떼의 갑작스런 습격을 받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63년 작 ‘새’는 제목 그대로 새떼의 습격으로 인해 희생되는 외딴 해안 마을의 사람들을 묘사합니다. 까마귀와 갈매기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인간을 공격해 살해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이 학살자로 돌변한다는 점에서 엉성한 특수 효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가 지난 현재 관람해도 여전히 공포를 자아냅니다. 새들이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지만 조류학에 정통한 번디 부인(에셀 그리프스 분)이 이죽거리듯이 환경을 파괴한 인간에 대해 새들이 복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희생자가 발생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라디오의 뉴스 보도는 태평해 대중 매체의 조작 및 축소 보도 혹은 신뢰성에 대한 의문 제기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는 타이틀 롤 새들의 공격을 중심으로 한 호러 영화나 재난 영화보다 미치를 둘러싼 세 여성의 이상 심리와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치정극으로 보는 것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119분의 러닝 타임의 절반에 가까운 50여 분이 지나서야 시작되는 새 떼의 습격 전까지 세 여성 등장인물의 치정 관계에 공을 들입니다.

주인공 멜라니는 우연히 만난 미치에 매료되어 그의 차적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집 주소까지 알아내 몰래 잠입하는데 이는 명백한 스토킹입니다. 새떼의 습격으로 주민들이 희생되자 마을의 여성이 멜라니가 불행을 몰고 온 악마라고 규정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낯선 외부자에 경계심을 드러내는 폐쇄적인 인간의 본성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지나친 호기심에서 비롯된 스토킹으로 인해 스스로 신세를 망치는 여성을 단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애당초 미치가 멜라니를 알게 된 원인도 멜라니가 저지른 경범죄에서 비롯된 것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시커먼 새떼로 점령당해 불길한 새벽빛이 비추는 미치의 집의 비주얼이 시각적으로 ‘새’를 상징한다면 병적인 이상 심리에 사로잡혀 화를 자초하는 금발 여성이라는 히치콕 영화의 전형적인 여주인공은 ‘새’의 치정극 중심의 서사와 정서를 압축합니다.

이상 심리에 사로잡힌 것은 멜라니뿐만은 아닙니다. 멜라니가 도움을 얻게 되는 애니(수잔 플레셋 분)는 미치와 사귀고 결별한 뒤에도 그를 잊지 못해 보데가 만으로 이사합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그의 집 근처로 이사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심리 상태로 보기 어렵습니다. 미치의 어머니 리디아(제시카 탠디 분)는 남편의 죽음 이후 아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해 미치와 애니를 헤어지게 했으며 새로 나타난 멜라니 역시 강하게 경계합니다. 새떼의 습격을 겪으며 멜라니와 리디아의 갈등은 결말에서 봉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의 습격이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결말도 나지 않았던 것처럼 멜라니가 미치를 만나는 이상 리디아는 멜라니를 계속 경계할 것입니다. 세 여성의 극단적인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경계하기보다 즐기는 미치 역시 정상은 아닙니다.

힘 있는 아버지를 지닌 금발의 젊은 여성으로 특별한 직업 없이 호의호식하며 언론의 가십 기사의 주인공으로 일반인에게 유명해진 멜라니의 모습은 최근의 패리스 힐튼을 연상시킵니다. 아마도 히치콕은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는 멜라니를 유명인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2011 시네바캉스 서울의 일환으로 상영된 ‘새’는 복원된 디지털 소스로 상영되었습니다. 칼 같은 화질이 도리어 어색해 과거의 흥취를 살리지 못했으나 거장 히치콕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인 만큼 본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무대 공포증 - 히치콕의 연극적 스릴러
열차 안에 낯선 자들 - 사이코가 제안한 교환 살인의 늪
나는 고백한다 - 윤리적 이중고에 시달리는 신부의 진퇴양난
다이얼 M을 돌려라 - 대사 한 마디 놓칠 수 없는 치밀한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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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에르 2011/07/31 17:49 # 삭제

    지금시점에서 바라본 새는 특수 효과라던지 모든면에서 그렇게까지 공포스럽거나 심리를 자극함이 날카롭지는 않습니다만, 음악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던지, 마지막에 미치의 여동생이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선물받은 새에 집착하는 장면 같이 은밀하게 조여오는 심리감이 참 재미있었죠. 논리적으로 개연성은 없으면서도 마치 멜라니가 이런 모든것의 원인인것 같은 느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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