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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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독특하며 현대적인 반세기 전 가족 영화 영화

가난에 시달리는 마사코(다나카 키누요)는 남편 료스케(미시마 마사오 분)가 세탁소를 재건한지 얼마 되지 않아 와병에 시달리자 남편의 친구 기무라(가토 다이스케 분)와 동업하며 힘겹게 두 딸과 조카를 부양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빵집 ‘나루세’라는 이름으로 경의를 표했던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1952년 작 ‘엄마’는 고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마사코를 장녀 도시코(카가와 교코 분)의 시선을 통해 묘사합니다.

마사코를 중심으로 한 후쿠하라 집안은 유독 남성들이 무기력합니다. 남편과 외아들 스스무(가타야마 아키히코 분) 모두 노동에 시달리다 병약해져 경제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오래지 않아 죽습니다. 따라서 집안을 지탱해야 하는 의무는 마사코를 비롯한 여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큰 딸 도시코는 철딱서니 없고 덜렁대는데 반해 작은딸 히사코(에나미 게이코 분)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눈치 채고 큰집에 양녀로 가겠다고 자청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먼저 죽는 스스무의 임종이나 장례식, 무덤 등의 장면은 전무하며 암전을 자주 삽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는 반세기 전의 흑백 영화답지 않게 압축적이며 전개가 빠릅니다. 도시코의 내레이션이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하지만 내레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최소화하는 세련된 방식을 선택합니다.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가족의 죽음을 비롯한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 새 출발하라는 계몽적이며 교훈적 주제의식이 뚜렷한 건전 가족 영화이지만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며 신파에 경도되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엄마’는 가족 영화답지 않게 독특한 요소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큰딸과 둘째딸이 적지 않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전술한 바와 같이 둘째딸이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했다는 설정은 큰딸의 고정적 이미지에 반하는 전복입니다. 가족들이 국수를 먹으려는 순간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것도 역설적입니다. 장수의 상징인 국수를 앞에 두고 죽음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이모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국수를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어린 테츠(이토 다카시)가 그릇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으로 시퀀스가 마무리되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테츠의 강렬한 식욕은 삶은 계속되며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주제 의식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가족들이 극장을 찾은 장면에서는 갑자기 ‘終’자가 화면을 메워 영화가 갑작스레 끝난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지게 하는 나루세 미키오의 재기가 돋보이며 생선회로 다시 태어나 어머니의 배를 채워준 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히사코의 대사는 기묘합니다. ‘엄마는 강하니까’라는 도시코의 대사는 고전적이지만 ‘엄마에게도 개인으로서의 삶이 있다’는 요지의 신지로(오카다 에이지 분)의 대사는 가치관의 현대적 변화를 암시합니다. 도시코가 신지로에게 시집가고 테츠도 친어머니인 노리코(나카기타 치에코 분)에게 돌아가고 나면 하나둘씩 가족을 떠나보낸 마사코는 결국 홀로 남겨질 것입니다.

‘엄마’는 일본 영화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옷차림과 대사만 바꾸면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서적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도 낯 한 번 찌푸리지 않는 어머니 상은 한국과 일본 모두 전통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가난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마사코와 그녀의 동생 노리코의 혈색이 좋고 피부가 말끔한 것은 옥에 티입니다. ‘똑 사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어머니 역의 장미희가 가난을 강조하기 위한 지저분한 분장을 지우고 말끔한 얼굴로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1998년 작 MBC 드라마 ‘육남매’를 떠올리게 합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서 사무라이의 일원인 시치로지 역을 맡았으며 ‘요짐보’에서 얼간이 이노키치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가토 다이스케가 끝내 어머니를 넘보지 않은 건실하며 듬직한 사내 기무라로 출연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나루세 미키오 특별전의 일환으로 상영된 ‘엄마’의 한글 자막은 일본어 대사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의역해 아쉬웠습니다. 히사코의 대사 중 ‘엄마는 언니만 좋아해’는 ‘엄마는 테츠만 좋아해’의 오역이었습니다. 일본어 대사를 영어 등 타국어로 옮긴 것을 한글 자막으로 중역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덧글

  • 345 2011/09/13 14:01 # 삭제

    9월30일까지 블로그페쇄 조치합니다.

    이유는: 카테고리 : 일상의 단상
    영화 펌질 블로그,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기억이 날거야.....

    거짓말인지 두고보면 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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