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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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빅토리아 - 속도감 돋보이는 깔끔한 궁중사극 영화

장 마크 발레 감독의 2009년 작 ‘영 빅토리아’는 1837년 18세의 나이로 즉위한 영국 여왕 빅토리아(에밀리 블런트 분)의 즉위 전후의 젊은 시절을 묘사합니다. 빅토리아는 냉랭한 사이인 어머니(미란다 리차드슨 분), 어머니를 통해 권력을 움켜쥐려는 콘로이(마크 스트롱 분), 그리고 조카 앨버트(루퍼트 프렌드 분)를 통해 좌지우지하려는 벨기에의 왕 레오폴드(토마스 크레취만 분) 등 적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콘로이의 섭정 강요를 뿌리치고 정치적 스승 멜번 경(폴 베타니 분)과 사랑하고 의지하는 앨버트의 도움에 힘입어 정치적으로 자립합니다.

‘영 빅토리아’는 19세기 초반 영국을 배경으로 정치적 암투를 소재로 하지만 빅토리아의 소박하고 차분한 성격처럼 과장이나 끈적거림 없이 정갈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궁중 사극이라면 으레 전개가 느릴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며 105분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속도감을 잃지 않고 압축적으로 전개됩니다. 극중 시간과 장소에 대해 안내하는 한글 자막이 없다면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초반부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극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프 컷이나 줌 인 트랙 아웃과 같은 기법들이 활용되는 것도 독특합니다. 특별한 클라이맥스가 없어 임팩트가 부족하지만 복잡한 정치적 관계 속에서 빅토리아가 정치적,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관람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빅토리아를 중심으로 궁중 암투뿐만 아니라 의회에서 정당의 대립까지 함께 조명된다는 점입니다. 입헌군주제 하의 여왕이기에 빅토리아조차 의회와 유권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다양한 참여자들의 논쟁과 충돌, 그리고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 권력을 풍자하는 언론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데 ‘영 빅토리아’에 묘사되는 19세기 초반 이 같은 시스템을 확립한 영국이 부럽기도 합니다.

다수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빅토리아의 자립을 지원하는 멜번 경입니다. 폴 베타니의 개성과 맞물리며 멜번 경은 능글맞은 권모술수형의 정치가이자 인간미를 동시에 갖춘 인물로 묘사됩니다. 폴 베타니 외에도 마크 스트롱, 토마스 크레취만, 그리고 선대 윌리엄 왕으로 분한 짐 브로드벤트 등 낯익은 배우들도 다수 출연합니다.

2010 아카데미 의상상을 차지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의상이 화려한데 극중 남성들의 복장이 최근 유행처럼 몸에 붙는 슬림 스타일이라 여성들의 의상보다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의상 못지않게 화려한 궁중 인테리어 또한 눈을 즐겁게 합니다.

‘영 빅토리아’는 13일까지 계속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영화제인 CGV의 제3회 다문화 영화제의 일환으로 뒤늦게 국내에 개봉되었는데 영화제가 아니었다면 접하기 쉽지 않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