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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愛’와 김태일 감독 시네마톡 영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김태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월愛’는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생존자와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한 약 열흘 동안의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는 많지만 ‘오월愛’가 차별화되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신군부 세력의 계엄군에 무력으로 맞선 남성들 못지않게 취사조로서 측면 지원한 여성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계엄군의 광주 봉쇄에도 불구하고 5월 공동체가 해방구로서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인데,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날랐던 초로의 두 여성과 여고생의 신분으로 전남도청 취사조에 참여했던, 얼굴을 숨긴 익명의 중년 여성의 증언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 단순히 남성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입증합니다. ‘오월愛’의 영문 제목이 ‘No Name Stars’라는 점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계엄군의 학살 목격과 무차별 폭행,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존자들도 적지 않은데 반해 시장에서 행상과 노점상으로 일하면서도 여전히 왕성한 생활력을 과시하는 활달한 두 초로의 여성은 크게 두드러집니다.

둘째, 5.18 관련 단체들의 대립을 생생하게 조명한다는 것입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라면 관련 단체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꺼릴 법한데, 항쟁의 성지였던 옛 전남도청의 철거를 둘러싼 관련 단체들의 찬반 대립을 ‘오월愛’는 가감 없이 다루며 광주 민주화 운동이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상처로 남아 있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임을 암시합니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아시아 문화 전당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과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년 공식 기념식에서 배제시키며 5.18의 기억을 소거하려는 현 정부의 의도를 ‘오월愛’는 고발합니다. 아울러 경제적으로 어려운 광주 민주화 운동 참여자들과 호의호식하는 전두환 일당을 대비시키며 발포 책임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암울한 현실을 일깨웁니다.

(사진 : 5월 11일 CGV 대학로의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에 참여한 김영진 평론가, 조연출을 맡은 주로미 씨, 김태일 감독, 정한석 기자(왼쪽부터))


5월 11일 CGV 대학로 무비꼴라쥬의 시네마톡에는 김태일 감독과 조연출을 맡은 주로미 씨, 그리고 김영진 영화 평론가와 씨네21 정한석 기자가 참여했습니다. 김태일 감독은 아내이자 조연출을 맡은 주로미 씨를 공동 감독이라고 소개했지만, ‘오월愛’에 직접 출연했으며 내레이션까지 맡은 주로미 씨는 남편 김태일 감독이 자신의 내레이션에 대해 끝까지 불만스러워했다며 시네마톡 초반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습니다.

김태일 감독은 ‘세계 민중사’ 10부작을 완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의 일환으로 ‘오월愛’를 연출하게 되었는데, 광주 민주화 운동의 민감성을 감안해 타국을 소재로 한 ‘세계 민중사’를 촬영한 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제작하려 했지만 당시 참여자들이 노년층에 접어들어 생생한 증언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판단에 ‘오월愛’부터 연출하게 되었음을 밝혔습니다. 영화 상영 도중 눈물을 짓기도 했던 주로미 씨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에 이미 등장했던 고학력 참여자들 대신 고졸 이하의 학력을 지닌 참여자들을 위주로 섭외해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광주에서 화제가 되었던 넝마주이와 계엄군 사병 출신의 증언자를 결국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쉬워했습니다.

5.18 관련 단체들의 갈등에 대한 관객의 질문에 김태일 감독은 경제적인 문제와 더불어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음을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증언자들의 방언을 알아듣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자막을 배제한 의도를 묻는 질문에 주로미 씨는 대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증언자들의 생생한 표정인데 이것이 가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막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김태일 감독은 1980년 5월 광주와 2009년 1월 용산이 맞닿아 있어 국민을 압살하는 정부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광주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연출 의도를 강조했습니다. ‘세계 민중사’의 차기작의 공간적 배경으로는 캄보디아를 선택했으며 차후 팔레스타인과 알제리, 콩고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영진 평론가는 자신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오월愛’를 관람시키겠다며 시네마톡을 마무리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