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의 만화를 영화화한 ‘토르 : 천둥의 신’(이하 ‘토르’)은 두 개의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북유럽 신화에 기초한 토르의 고향 아스가르드와 토르가 추방되어 도달한 지구가 그것입니다. 판타지적 공간인 아스가르드 장면은 CG로 도배되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며, ‘타이탄’과도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구에서 토르가 슈퍼 히어로로서 제인을 비롯한 평범한 인간들과 얽히며 벌이는 코미디 에피소드들이 아스가르드 장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미를 자아낼 뿐, 전반적으로 밋밋하며 진부합니다.
검증된 배우인 안소니 홉킨스나 나탈리 포트만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과 같은 가벼운 캐릭터인 나탈리 포트만은 차치하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고뇌 사이에서 입체적인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오딘 역의 안소니 홉킨스의 썰렁한 연기는 배우의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각본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력으로 아시아권에서는 대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사노 타다노부(호건 역)조차 존재감 없이 미미한 역할에 그치는 것 역시 각본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다혈질의 신이라는 것 외에 특이점을 찾기 힘든 주인공 토르의 평범한 개성입니다.
감독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가 과연 슈퍼 히어로 영화에 어울리는 감독인지도 의문입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배트맨 비긴즈’ 이후의 ‘베트맨’ 시리즈 2부작을 감안하면 슈퍼 히어로 영화가 감독의 역량과 개성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데, 케네스 브래너는 ‘토르’에 맞지 않는 옷이었던 듯합니다. 결국 ‘토르’는 극중 대사에서 토르의 존재에 관해 유치하다고 규정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토르’는 내년 개봉을 앞두고 촬영 중인 ‘어벤저스’를 위한 예고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벤저스’를 기다리라는 엔딩의 큼지막한 자막은 ‘헐크’의 주인공 브루스 배너와 ‘아이언맨’의 주인공 스타크를 언급하는 본편의 대사, 그리고 엔드 크레딧 이후의 장면과 직결됩니다. ‘아이언맨’ 시리즈 이후 연속 등장한 콜슨 요원(클라크 그렉 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땅에 박힌 토르의 해머 뮬니르를 뽑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만 예정된 주인을 찾아가는 것은 아서 왕 전설의 엑스칼리버를 연상시키며, 아스가르드로부터 파견된 디스트로이어가 뉴멕시코 소읍을 초토화시키는 장면은 ‘슈퍼맨2’에서 조드 장군 3인조가 미국의 소읍을 파괴하는 장면과 닮았습니다.
영화 본편과는 무관하지만 3D 효과가 미미한 3D 영화를 극장에 내걸고 2D 영화는 거의 내걸지 않아 관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비싼 관람료를 챙기는 멀티플렉스의 상술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아바타’를 제외하면 과연 제대로 된 3D 영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최근 3D 영화의 우후죽순 개봉과 2D 영화의 상영 감소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관람료 인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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