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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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 분단 현실의 비극 압축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두만강’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장률 감독의 ‘두만강’은 두만강 이북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창호(최건 분)와 순희(윤란 분) 오누이를 중심으로 조선족 공동체가 탈북자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중국 영토인 지린성의 작은 마을에 한정되어 있으나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중국 내 조선족 거주 지역은 물론 한반도 전체의 거대한 정치적, 사회적 모순에 기인합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이 탈북하고 중국 공안들은 탈북자를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꽁꽁 언 두만강에서는 탈북하다 얼어 죽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탈북자로 인해 피해를 입고 탈북자에 협조한 사람을 고발하며 인심이 흉흉해집니다. 지린성에 실업자가 속출해 한국으로 취업한 사람들 중에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도 있습니다. 2008년 1월 7일에 발생해 조선족 노동자를 비롯한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 창고 화재 사고도 언급됩니다.

손녀를 보호하지 못한 과묵한 할아버지처럼 현실적 모순에 짓눌린 무기력한 기성세대의 공동체가 붕괴되는 와중에도 주인공 창호는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정진(이경림 분)과의 우정을 끝까지 지키려 하지만 비극적 파국을 맞게 됩니다. 따라서 ‘두만강’은 어린이에서 성인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군상극입니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과 같은 참혹한 현실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압축하고 있습니다.

두만강이 등장하지 않는 실내 장면조차 살을 에는 차디찬 강바람이 휘몰아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극중 현실은 엄혹하지만 카메라는 다큐멘터리처럼 인물들의 뒤를 따를 뿐 감정적으로 앞서나가지 않고 차분함과 절제를 견지합니다. 극중에서 내내 강조되는 밥, 술, 그리고 ‘두만강 푸른 물에’로 시작하는 ‘눈물 젖은 두만강’을 비롯한 노래에 대한 집착은 한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환기시킵니다. 탈북자가 김정일을 찬양하는 조선중앙방송의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갑자기 광기에 휘말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성폭행을 저지르는 장면은 작위적입니다. 정진이 공안에 연행되는 결말은 루이 말의 1987년 작 ‘굿바이 칠드런’의 엔딩을 연상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