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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스피치 - 우아하고 섬세한 왕실 드라마 영화

영국 국왕 조지 5세(마이클 갬본 분)의 차남 알버트(콜린 퍼스 분)는 심한 말더듬이로 대중 연설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알버트의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분)는 호주 출신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제프리 러시 분)을 찾아가지만 알버트는 라이오넬의 치료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는 엄격한 부왕(父王)과 사생활에 약점을 지닌 왕위 계승 1순위 형을 둔 왕자가 언어 치료사를 만나 심하게 말을 더듬는 약점을 극복하고 왕위에 올라 영국을 고난에서 구원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극중에서 ‘괴물’로 언급되는 라디오의 보급으로 대중 매체를 통해 왕실이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시대적 변화를 생생히 묘사합니다. 조지 5세가 알버트에게 국왕이 대중 매체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업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장면이나, 알버트가 훗날 에드워드 8세가 되는 형 데이빗(가이 피어스 분)에게 독일과 러시아에서 황제가 폐위되었다며 경고하는 장면은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합니다. 널리 알려진 엘리자베스 2세와 처칠의 당시 모습과 닮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 또한 동일한 맥락입니다.

‘킹스 스피치’의 가장 큰 매력은 고귀한 신분을 지녔지만 치명적 약점을 지닌 왕자와 경험은 풍부하지만 자격과 학위를 갖추지 못한 평민의 교감과 우정을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라이오넬이 알버트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애칭 ‘버티’로 부르는 등 격의 없이 대하며 신분의 벽을 넘어 정치적 조언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서사는 왕실을 묘사한 영화답게 우아함과 섬세함을 잃지 않는 정통 드라마에 부합합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오프닝을 장식했던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 알레그레토가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클라이맥스의 연설 장면은 힘이 있지만 118분의 러닝 타임은 호흡이 다소 긴 편입니다. 중반부를 압축 편집해 러닝 타임을 5분 정도만 줄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극적 장면 없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함께 올라 경쟁을 벌인 ‘블랙 스완’과 ‘소셜 네트워크’에 비해 강렬한 흡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20세기 초반의 국제 관계 및 영국 국내 정치와 같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영국 왕실의 인간적인 이면과 인테리어 및 의상과 같은 미시적인 측면까지 엿볼 수 있어 즐겁습니다. ‘킹스 스피치’에서 주인공 알버트의 장녀로 유년 시절이 묘사되는 엘리자베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더 퀸’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킹스 스피치’와 ‘더 퀸’을 한데 묶어 감상한다면 20세기 영국 왕실에 대해 상당한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2세 부녀로 각각 분한 콜린 퍼스와 헬렌 미렌이 4년 간격으로 나란히 아카데미에서 주연상을 획득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1997년 ‘샤인’을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제프리 러시의 노련하고 유들유들한 연기 뒷받침으로 콜린 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 역시 그러합니다.

남편 팀 버튼의 영화에 연속으로 출연하면서 엽기적 이미지를 쌓아온 헬레나 본햄 카터의 차분한 연기와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덤블도어 역을 맡은 마이클 갬본의 조지 5세도 눈길을 끌지만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사랑으로 왕위도 포기한 에드워드 8세로 분한 가이 피어스도 인상적입니다. 에드워드 8세의 외모와 닮았다는 이유로 가이 피어스가 캐스팅된 것으로 보이는데 연기는 무난하지만 콜린 퍼스보다 7살 연하인 그가 1년 연상의 형으로 분한 것은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LA 컨피덴셜’과 ‘메멘토’의 인상적인 주연으로 출발해 헐리우드를 주름잡을 것으로 예상되던 가이 피어스가 최근에는 조연급 배우로 머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