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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평양’과 양영희 감독 시네마톡 영화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굿바이, 평양’은 10대 시절 북송선에 탑승한 세 명의 오빠와 둘째 오빠의 막내딸 선화를 중심으로 감독 본인의 가족사를 1990년대 중반부터 조명합니다.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감독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굿바이, 평양’은 13년 간 촬영한 홈 비디오가 다큐멘터리로 재탄생하게 된 것인 만큼, 내레이션뿐만 아니라 영상 속에 감독 본인이 직접 얼굴을 내밀고 출연자인 가족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교감을 나누기도 합니다. 3인칭 시점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주관적인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는 30년 동안 물질적으로 부족한 아들과 손자, 손녀들을 위해 우편으로 생필품과 엔화를 보내며 수년에 한 번 씩 평양을 방문합니다. 부모와 함께, 혹은 젊은 시절 조총련 간부를 지낸 아버지의 와병 중에는 홀로 평양을 방문하는 양영희 감독의 카메라에 포착된 북한은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을 시사합니다.

첫째, 사람 사는 곳 북한입니다. 결혼 잔치, 생일 케이크, 제사, 색동저고리, 스파게티, 아이스크림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평양과 지방의 생활수준 격차가 크고 내레이션이 언급하듯 일본에서 친척이 방문할 때 북한의 가족들이 평소보다 상차림에 신경 쓰기는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의외로 살 냄새나게 살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비록 최신의 모습은 아니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엿보기 힘든 평양의 풍경과 일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둘째, 여전히 김일성 부자 우상화에 물들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입니다. 30년 동안 고스란히 반복되는 공연에서 어린이들은 보기에도 섬뜩한 총칼을 휘두르며 선화는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문구를 천연덕스럽게 암송합니다. 전력난으로 인해 전기밥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밖에 없으며 야간에는 정전이 엄습합니다. 상점은 일본에서 수입된 과자를 판매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역시 북한은 가깝고도 먼 나라, 아니 멀고도 먼 나라입니다.

‘굿바이, 평양’은 근본적으로 선화의 성장담입니다. 조총련 교육과 일본이라는 이중적 환경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정체성 혼란을 체험했던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분신이라 규정한,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일제 생필품에 의존한 선화의 6살부터 10대 후반까지 성장 과정이 다큐멘터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재롱을 부리는 6살 꼬마로부터 다른 세상에 관심을 보이며 민감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촬영 중단을 요구하는 10대 후반의 섬세한 사춘기 소녀에 모습에 이르기까지 선화의 성장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와 같은 거대 담론을 뛰어넘는 진솔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개방, 궁극적으로는 통일이 필수적임을 ‘굿바이, 평양’은 간접적으로 웅변합니다. 전작 ‘디어 평양’으로 인해 양영희 감독이 북한 정부로부터 입국 금지 처분을 받아 대학생이 된 선화를 관객은 물론 고모인 양영희 감독조차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사진 : 3월 4일 '굿바이, 평양'의 CGV 강변 무비꼴라쥬 상영 후 시네마톡에 참여 중인 양영희 감독(왼쪽)과 변영주 감독)


3월 4일 CGV 강변 무비꼴라쥬의 ‘굿바이, 평양’ 상영 뒤에는 양영희 감독과 ‘낮은 목소리’의 변영주 감독의 시네마톡이 있었습니다. 양영희 감독은 차분한 달변으로 ‘굿바이, 평양’에서는 정치적 주제의식을 가급적 담아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인 관객들의 다양한 질문에 양영희 감독은 선화를 비롯한 평양의 가족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걱정되지만 선화의 아버지인 둘째 오빠가 영화화를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주었으며 ‘굿바이, 평양’을 통해 오히려 선화와 가족들을 유명하게 만들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선화의 가족들이 북한에서는 상류층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양영희 감독은 선화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즉 선화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가장 윤택한 집 딸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가장 어려운 집 딸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재일교포 출신들은 차별 대우를 받으며 북한 사회가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고 있음을 부연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변영주 감독은 ‘굿바이, 평양’이 이즈츠 카즈유키 감독의 2004년 작 ‘박치기!’의 후일담과 같은 작품이며 해방 직후 남북한 정부의 재일교포 정책의 차이점과 북송 정책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습니다.

앙영희 감독은 어머니처럼 자신도 선화를 위해 소포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이고 차기작으로는 자신의 가족이 아닌 북송된 재일교포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조총련계 재일교포의 삶을 묘사한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네마톡을 마무리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