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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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텅 빈 서사, 지루한 멜로 영화

남편을 살해하고 복역 중인 애나(탕웨이 분)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7년 만에 휴가를 얻습니다. 시애틀로 향하던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훈(현빈 분)과 애나는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가까워집니다.

‘만추’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이 ‘색, 계’의 탕웨이를 캐스팅해 이만희 감독의 1966년 작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원작의 무게에 비와 안개에 젖은 시애틀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적 배경이 어우러졌음을 감안하면 ‘만추’는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남선녀 배우를 아름다운 공간적 배경에 세워둔다고 훌륭한 멜로 영화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만추’는 반면교사로서 일깨웁니다.

우선 ‘만추’의 서사는 빈틈이 너무 많습니다. 애나와 훈은 세 번에 걸쳐 만나는데, 첫 번째 만남은 순전히 우연이라 해도 두 번째 만남 역시 우연에 의존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약속을 하지 않은 남녀 주인공을 동일한 시간과 장소로 이끌어 만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 장치들이 요구되기 마련인데 이를 가볍게 무시합니다. 세 번째 만남 역시 어떤 과정을 거쳐 훈이 장례식장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대도시 시애틀에서 어쩜 저렇게 쉽게 우연히 만나고 손쉽게 장례식장을 찾아내는 것인지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영화 종반 훈을 찾아온 옥자의 남편의 행위도 기묘합니다. 그가 음모를 꾸민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훈을 범인이라 생각하는지 관객으로 하여금 알 수 없도록 단서를 제공하지 않은 것 역시 불친절합니다. 훈의 행방을 설명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이겠으나 옥자의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훈을 찾아와 얼굴 한 번 보고 떠난 것은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행동입니다. ‘만추’의 허술한 서사는 멜로라는 장르적 특성을 차치하고 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각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합니다.

그렇다고 ‘만추’가 서사의 구멍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감 넘치는 것도 아닙니다. 단 두 주인공만으로 115분의 적지 않은 러닝 타임을 이끌어 가지만 모든 시퀀스가 지나치게 길며 대사와 대사의 간격은 공허합니다. 사랑이 대화로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반을 제외하면 키스 장면도 없으며 베드 신도 배제되어 있으니 (물론 ‘만추’의 흐름 상 베드 신이 삽입되지 않은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대사에 의존하는 셈인데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침묵으로 인해 대사와 대사의 간격이 벌어져 지루합니다. 여백의 미학을 통해 정서적 울림을 환기시키는 수단으로서 결정적인 장면에서 활용되었어야 할 침묵이 영화 전반을 잠식한다는 것은 강약조절에 실패했다는 의미이며 각본의 구멍과 감독의 연출력 부재가 원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연한 만남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장면이 추가되거나 차라리 90분 정도로 과감히 압축해 속도감을 보강했다면 다소 나은 영화가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감독의 연출력 부재는 전술한 부분에 그치지 않습니다. 애나와 훈이 놀이공원에서 백인 커플의 대화를 대신하는 장면은 초현실적인 춤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매끄럽게 연출되었다면 상당히 인상적이었을 장면이 어색한 분위기로 긴 시간 동안 질질 끌어 손발이 오그라들게 합니다.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식당 장면도 감정의 선이 조울증 환자처럼 널뜁니다. 난투극을 무마하려는 훈의 변명은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자아내며 뒤이은 애나의 오열은 훈이 실소를 자아낸 직후이기에 뜬금없습니다. 애나가 유일하게 슬픔과 외로움을 표출하는 오열 후 곧바로 두 주인공이 나란히 걷고 있는 장면으로 넘어간 것도 어색합니다. 애나의 감정에 관객이 이입할 수 있도록 이 장면에서야말로 침묵과 여백의 미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곧바로 전환되어 여운을 남기지 못합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영화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지 못한 현빈의 연기력도 아쉽습니다. TV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을 채우기 위해서는 단지 잘 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 연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만추’의 허술한 각본에서 비롯된 대사 사이의 공백을 현빈의 연기력으로 메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각본과 연출력, 동료 배우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탕웨이만이 고군분투할 뿐입니다.

굳이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면 종반의 롱 테이크 키스 신과 엔딩이지만 그와 같은 인상적인 장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강력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작년 가을 개봉 예정이었지만 개봉되지 못했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개봉된 것인데 데뷔작을 연출한 신인 감독도 아닌 커리어가 검증된 감독이 훌륭한 배우를 캐스팅해 연출한 작품이 왜 이처럼 개봉이 늦춰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덧글

  • zahira 2011/02/21 12:27 #

    역시나....줄거리만 봐도 지겨울 게 뻔한 영화에 왜 이리 호평일색인가 했는데..
    어차피 원작부터가 완전 7-80년대 감성 아닌가요....울나라 영화는 에로빼면 죄다 지겹증이던 그 시절..
  • 2013/02/17 16:11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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