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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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티 - 진실성 반감시킨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지아장커의 2008년 작 ‘24시티’는 중국 청두의 420군수공장이 철거되어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 24시티로 개발되는 과정의 묘사와, 420공장으로 인해 1958년 강제 이주되어 청춘을 바쳐야했던 노년층부터 그들을 부모로 둔 2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의 내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112분의 러닝 타임 동안 등장하는 8명의 내레이터 중 4명은 실제 420공장과 인연을 맺은 인물이지만 다른 4명은 직업 배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24시티’는 다큐멘터리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혼합한 형식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작품의 진실성에 의심을 받을 수 없는데 왜 지아장커가 직업 배우들을 기용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게다가 실존 인물들과 직업 배우들의 화술과 표정 및 동작의 차이가 크게 두드러져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실존 인물들은 일반인이 그러하듯 동어 반복, 말더듬 등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되지 못한 화법을 구사하지만 직업 배우들은 지나치게 표정과 동작이 능수능란하고 화술이 일목요연해 뚜렷이 대조됩니다. 이를테면 드라마 ‘삼국’에서 조조로 분했던 진건빈은 1966년에 청두에서 태어난 송웨이동으로 분했는데, 감독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연기하는 모습이 배우답게 능청맞습니다. 중국 정부에 의해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여 출연을 꺼린 실존 인물의 사연을 직업 배우들이 대독(代讀)한 것이거나 혹은 몇몇 인물들의 사연을 조합해 한 사람의 사연인 것처럼 극적으로 각색한 것일 수도 있으나 직업 배우를 기용한 것은 극적 효과는 높이지만 진실성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8명 중 구세대의 사연은 기구합니다. 청두로 강제 이주되어 부모와 헤어지고 자식을 잃어야 했던 사연, 420공장에 취직하기 위해 첫사랑과 이별해야 했던 사연 등 공산당의 폭압적 개발로 인해 소중한 인연을 포기해야 했던 중국인들의 신산스런 삶이 조명됩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술회는 다릅니다. 공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다시 공부를 해 아나운서가 된 조우강과 420공장에 헌신한 부모와는 대조적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는 수나(자오 타오 분)는 기성세대와는 대조적입니다. 뉴 비틀과 루이 비통으로 대변되는 신세대 수나는 부모와의 화해를 눈물로 고백하며 중국의 근대화에 몸 바친 기성세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나로 분한 자오 타오 역시 직업 배우이기에 눈물 어린 고백 또한 진실성이 의심스럽습니다. 지아장커의 기교가 지나쳐 주제 의식을 잠식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고향 상하이의 대가족에 반발해 청두의 420공장 근속을 자청해 청춘을 바치느라 결혼도 하지 못한 샤오화(조안천 분)의 등장입니다. 극중에서 본명은 구민화이지만 그녀가 샤오화로 불리는 것은 배우 조안천이 타이틀 롤로 분했던 1979년 작 영화 ‘샤오화’의 여주인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샤오화’에 등장했던 조안천과 현재의 샤오화(구민화), 즉 조안천이 대비되는데, 배우가 분한 허구 속 인물이 현실의 배우와 닮았다는 설정은 ‘오션스 트웰브’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분한 테스가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닮았다고 묘사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조안천은 ‘마지막 황제’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져 있지만 막상 웃으라고 만든 이 장면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소수의 중국인 관객을 제외하면 웃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4시티’는 중국의 폭압적 근대화의 과정에서 희생되는 민중의 삶이라는 지아장커의 일관된 주제의식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직설적인 내레이션은 물론 카메라 너머 관객을 응시하는 무표정한 중국 노동자들의 주름살은 주제의식을 뒷받침합니다. 결말에서 수나는 ‘명품을 밝히는 게으른 부자들’을 언급하는데, 이는 극중에 출연한 다수의 노동자 계급이 고혈을 빨리며 착취당하는 동안 유유자적 부를 쌓은 특권 계급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꼬집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24시티’에 묘사되는 중국의 폭압적 근대화와 빈부격차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기에 남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1월 한 달 동안 ‘사라지는 것들을 마주보기 : 지아장커 특별전’으로 씨너스 이수에서 상영된 네 편의 영화 중 1월의 마지막 날을 장식한 ‘24시티’는 안타깝게도 필름의 상태가 좋지 않아 영사 사고가 발생해 상영 중단 후 재상영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재상영 이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1966년’을 ‘천구백육십육년’으로 표기하고 ‘420’을 베트남의 지명이 연상되는 ‘사이공’으로 번역해 짧은 시간 동안 빨리 읽어야 하는 가독성을 떨어뜨린 한글 자막은 옥에 티였습니다.

스틸 라이프 - 외줄타기 삶은 계속된다
무용 - 현대 중국인 삶의 세 층위의 극단적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