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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호넷 - 미셸 공드리의 유치하지만 귀여운 히어로 영화 영화

신문사를 경영하는 아버지 제임스(톰 윌킨슨 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브릿(세스 로건 분)은 아버지의 급사 이후 케이토(주걸륜 분)의 도움으로 히어로 그린 호넷이 되어 좌충우돌합니다. 신문사를 이용한 브릿의 언론 플레이로 그린 호넷은 일약 유명해지지만 갱 두목 처드노프스키(크리스토퍼 왈츠 분)의 도전을 받게 됩니다.

라디오 드라마 및 만화 원작을 각색한 ‘그린 호넷’은 미셸 공드리에 의해 영화화되었습니다. 히어로 영화와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때문에 ‘그린 호넷’은 장단점이 지나치게 선명해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린 호넷’의 약점은 곧 미셸 공드리의 약점입니다. 액션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유지해온 프랑스 출신의 미셸 공드리가 연출한 ‘그린 호넷’은 히어로 영화가 담보해야 할 액션 장면이 평이합니다. 스케일이나 박력, 독창성 모든 면에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이것저것 잔뜩 벌려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산만함과 유치한 감수성은 ‘그린 호넷’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악당들 간의 연관 관계를 별다른 단서 없이 브릿이 손쉽게 끼워 맞추는 추리 과정은 추측에만 의존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크리스토퍼 왈츠는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지만 그가 분한 악역 처드노프스키는 카리스마도, 유머 감각도 부족해 배우의 연기력, 특히 출중한 대사 소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이는 각본의 한계에 기인합니다.

3D 영화이지만 케이토의 일부 격투 장면과 만화 스타일의 엔드 크레딧을 제외하면 3D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역시 약점입니다. ‘아바타’ 이후 3D 영화들이 범람하고 있으나 ‘아바타’로 높아진 3D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영화는 아직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타이틀 롤 그린 호넷의 히어로로서의 매력이 여타 히어로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약점입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보유하지 못했고 배트맨처럼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엄격하게 수련하는 것도 아닙니다. 초반 제시되는 브릿의 어린 시절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히어로라면 응당 자랑해야 할 근육질의 날렵한 맵시와는 거리가 먼, 살찌고 아랫배가 나온 평범한 몸매의 히어로라는 점에서 관객이 요구하는 환상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브릿은 단지 부와 권력을 쥔 아버지와 완벽한 동료(케이토)를 얻는 행운을 누리는 것뿐입니다. 초능력을 지니지 못했으며 정신적으로도 미숙한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어 좌충우돌하며 발랄함으로 승부하는 히어로 영화는 이미 ‘킥 애스’가 선구적 역할을 한 바 있기에 ‘그린 호넷’이 새롭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다른 히어로 영화를 통해 친숙한 설정들로 가득합니다. 막강한 발언력을 지닌 언론사가 배경이 되는 것은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을, 부자 히어로가 아낌없는 투자로 다양한 신무기를 개발 및 활용하는 것은 ‘배트맨’(1960년대에 방영된 ‘그린 호넷’의 TV 드라마에는 배트맨이 카메오 출연한 적도 있습니다.)과 ‘아이언맨’을, 조수와 2인 1조로 행동하는 것은 ‘배트맨과 로빈’을, 카메론 디아즈가 분한 섹시한 여비서 르노어가 충동적이며 무책임한 주인공을 뒷받침하며 모든 남성이 꿈꾸는 여비서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은 ‘아이언맨’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나름의 매력도 있습니다. 미셸 공드리의 유치한 감수성은 히어로 영화에서는 신선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린 호넷’에서 가장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은 브릿과 케이토가 르노어를 둘러싸고 온 집 안을 박살내며 개싸움을 벌이는 것인데,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여자를 두고 싸우는 것은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 극중에서 농담처럼 암시되듯 두 남성 캐릭터의 동성애 치정싸움을 연상시킵니다. 격투에 젬병인 주인공 역시 참신함으로 수용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린 호넷’의 가장 큰 매력은 의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케이토 역의 주걸륜입니다. 케이토의 영문 표기는 ‘Kato’로 일본인의 이름이지만 극중에서 케이토는 상하이 출신의 중국인이며 캐스팅된 것도 대만 출신의 주걸륜입니다. 이는 1960년대의 TV 드라마에서 케이토로 분해 스타덤에 오른 것이 이소룡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극장판에는 이소룡에 대한 오마쥬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케이토의 스케치북에는 이소룡이 그려져 있습니다. 케이토는 이소룡처럼 총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격투로 적을 제압하며 후반에는 이소룡의 상징인 쌍절곤을 휘두르며 적과 맞섭니다. 이소룡의 배역을 물려받은 것이 주걸륜에게는 대단한 영광일 것입니다.

브릿과의 관계에 대해 케이토는 중국어로 형제를 의미하는 ‘숑디(兄弟)’라는 단어를 사용해 주종 관계를 부인하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을 의식합니다. 두 사람이 형제라면 브릿이 형이고 케이토가 동생이겠지만 실제 배우들의 나이를 따지면 세스 로건은 1982년 생이며 주걸륜은 1979년 생으로 주걸륜이 나이가 더 많지만 극중에서의 이미지도 그렇고 배우의 마스크 또한 주걸륜이 훨씬 어려보입니다. 케이토가 피아노를 치며 르노어를 유혹하는 장면은 주걸륜의 연출작이자 출연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농구공을 능숙하게 다루는 장면은 ‘쿵푸 덩크’를 연상시킵니다. 엔드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주제가 역시 주걸륜의 몫입니다. 미셸 공드리가 아시아 시장에서의 흥행을 위해 주걸륜을 여러모로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속편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미셸 공드리가 과연 ‘그린 호넷’의 속편을 제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살아남은 악당도 없으며 브릿이 새로운 능력을 습득한 것 외에는 속편의 여지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속편을 암시하는 엔드 크레딧 이후의 후크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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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ink 2011/01/29 11:09 #

    세스 로건을 좋아하는지라 관심이 가는 영화입니다. 리뷰 잘봤습니다~ :)
  • 칼슈레이 2011/01/29 13:40 #

    각본가 찰리카프먼과 작업할시에는 미셸공드리 특유의 영상미와 카프먼의 독창적 시나리오의 시너지가 대단했고, 그뒤 미셸공드리 스스로 각본을 쓴 비카인드리와인드와 수면의 과학은 뭔가 부족한듯한 각본이긴했으나 영상자체는 볼만했었으나... 요번 그린호넷은 정말 아닌거 같아요 ㅜㅜ 각본가들도 슈퍼배드, 파인애플액스프레스, 론레인저 시리즈 이런거의 각본가라서 미셸공드리와 맞지않았고 애초에 이런 원작을 미셸공드리 감독이 맡는다는거 부터가 선택미스인듯하네요...;; 미셸공드리씨 초반의 미친존재감은 거품이었던건지 갑자기 이런 영화를 들고나오니 당황스럽네요 ㅜㅜ 그래도 다음작품 기대해보아요. 일말의 희망을 걸며ㅎㅎ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잠본이 2011/01/29 21:12 #

    솔직히 세스로건의 브릿은 킥애스보다는 가제트 형사(...) 보는 기분이 들더군요 OTL
  • 알트아이젠 2011/01/29 22:07 #

    음, 쉬는날에 역시나 봐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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