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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 전설 넘어 신화가 된 남자의 로망 영화

갱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무명 복서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분)가 갑자기 챔피언 아폴로(칼 웨더스 분)의 상대로 발탁되어 타이틀전을 벌인다는 1976년 작 ‘록키’는 아메리칸 드림이자 신데렐라 스토리의 화신과 같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3류 인생에서 하루아침에 자본주의의 총아인 스포츠 스타로 만인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기에 그 같은 평가는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1976년 독립 전쟁의 본거지이자 한때 수도이기도 했던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이민자의 후손인 이탈리아계의 도전이라는 줄거리 역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주제에 충실히 복무하는 듯합니다. ‘록키’의 성공으로 포르노 배우 출신의 무명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처럼 신데렐라가 되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게 됩니다.

그러나 ‘록키’는 타이틀 롤인 록키의 성격처럼 솔직담백하며 우직하고 직선적인 영화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정치적인 주제 의식 이전에 남자의 소박한 로망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날건달이 승패에 초연한 자세로 원초적인 권투 경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인하고 사랑을 성취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빌 콘티의 메인 테마 ‘Gonna Fly Now’가 깔리는 가운데 결전을 앞두고 록키가 필라델피아의 거리를 질주하는 명장면은 삶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일깨우며 ‘Going The Distance’를 배경으로 아폴로에게 마구 얻어맞아 다운당한 록키가 버둥거리는 순간 경기장에 들어온 애드리안이 차마 록키를 바라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는 장면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컥 치밀어 오르게 합니다. 결말에서 판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연인 애드리안(탈리아 샤이어 분)의 이름을 울부짖는 록키의 모습은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회적 성공이나 부, 즉 아메리칸 드림의 성취가 아니라 소박한 사랑임을 입증합니다. 애드리안과 포옹하는 록키는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만일 단순히 아메리칸 드림을 정치적, 사회적 차원에서 설파하는 작품에 그쳤다면 ‘록키’는 전설을 넘어 신화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인종주의적 색채를 지닌 작품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록키’에는 묘한 인종적 긴장과 전복으로 가득한 것이 사실입니다. 권투 중량급 타이틀을 흑인이 석권하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지만 흑인 챔피언을 상대로 백인 선수가 도전하는 흑백 대결 구도는 인종적으로 선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흑인 챔피언의 이름이 그리스 신화의 신의 이름과 동일한 것이나, 아폴로가 조지 워싱턴과 엉클 조의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하는 것, 그리고 흑인 라운드 걸이 역시 백인인 자유의 여신의 코스프레를 한 것 등은 인종적 전복을 통해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스포츠를 비즈니스로 숙지하고 있으며 방정맞을 정도로 쇼맨십이 뛰어난 아폴로는 록키와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철저히 미국적인 인물입니다. 그에 맞서는 록키의 별명은 ‘이탈리아 종마(Italian Stallion)’인데 ‘종마(Stallion)’는 직접 집필한 각본의 연출작에서 타이틀 롤까지 맡은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의 이름을 연상시킵니다. 극중에서도 언급되듯이 록키라는 이름은 전설적인 권투 선수 록키 마르시아노에서 따온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무려 6편까지 시리즈물로 이어진 만화처럼 황당무계한 권투 영화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록키’만 놓고 보면 권투 경기 장면은 실제로는 매우 짧아 아폴로와의 경기도 119분의 러닝 타임 중 단 10분을 할애할 뿐입니다. 난타전으로 점철된 경기 직후 록키와 아폴로의 ‘재 경기는 없다’는 단언에도 불구하고 3년 뒤 ‘록키2’가 개봉되며 시리즈물의 길을 걸으며 평범한 오락 영화로 전락했으며 ‘록키4’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노골적인 미국 찬양과 반소 감정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리즈의 원조 ‘록키’를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도리어 후속편들이야말로 ‘록키’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두드러지게 합니다.

‘록키’를 처음 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어느 토요일 오후 KBS 2TV의 더빙판을 통해서였습니다. 록키로 분한 성우는 이정구, 애드리안은 장유진, 아폴로는 고 엄주환이었습니다. 당시 범우사의 문고판으로도 ‘록키’가 출간된 바 있는데, 실베스터 스탤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어떻게 국내에 소설로 출간되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통해 필름으로 다시 만난 ‘록키’에는 새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결말의 권투 장면이 기억보다 너무나 짧았습니다. 아폴로와의 대결은 대략 30분 정도 할애했던 것처럼 기억했는데 고작 10분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마도 후속편으로 인해 기억이 윤색된 듯합니다. 탈리아 샤이어가 분한 애드리안의 외모와 성격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두툼한 뿔테 안경이 상징하는 촌스럽고 수줍음 많은 애드리안이 록키와 사랑에 빠진 후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하며 활달하게 변화하는 모습과 함께 애드리안도 처음부터 록키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여 년 전 처음 시청했을 때에는 몰랐던 애드리안의 오빠이자 록키의 친구인 폴리(버트 영 분)가 알코올 의존으로 묘사되며 아폴로 역의 칼 웨더스의 실제 목소리가 성우 엄주환과 비슷하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서울아트시네마의 ‘록키’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처럼 필름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점프 컷처럼 툭툭 끊기는 붉은 화면으로 가득한 탓에 무료 상영되었습니다. 상영 종료 후에는 친구들의 영화로 선택한 ‘기담’의 감독 정가형제와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시네토크가 이어졌습니다. 정가형제가 아니었다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관람할 수 없는 영화였을 것이라며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한 김성욱 프로그래머와 ‘록키’를 긍정하는 정가형제의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며 관객들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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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zdragon 2011/01/28 08:55 #

    록키는 그야말로 전설이죠. 80년대 반미를 외치던 대학 운동권들이 아메리카 드림을 까려고 영화를 보고는 감동 먹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상식 수준의 이야기가 되었고.
  • Ezdragon 2011/01/28 08:57 #

    록키를 보면 스텔론의 또 하나의 전설인 람보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1편은 널리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빼어난 명작이고, 후에 시리즈와 되면서 미국 마초가 적들을 때려잡는 오락 영화로 변질되었다는 점 등이 똑같아서요.
  • 풍신 2011/01/28 09:43 #

    록키 첫번째 작품은 정말...대단히 멋진 작품이죠. 작품성이 뛰어나달까...마지막의 "애드리어어언!!!"은 정말!!!
  • 칼슈레이 2011/01/28 10:18 #

    에드리어언!!!!
  • 함부르거 2011/01/28 14:20 #

    록키 1편은 여러 번 봤는데 그래도 감동이지요.
    오히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 수록 이 작품이 더 와 닿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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