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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 현대 중국인 삶의 세 층위의 극단적 대비 영화

지아장커의 2007년 작 ‘무용’은 옷을 소재로 현대 중국인의 삶을 세 가지 층위에서 대비시키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가장 먼저 제시되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광동의 공장 노동자들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 ‘익셉션’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식사도 서서 해야 할 정도로 노동 조건이 여유롭지 못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익셉션’의 디자이너 마커가 철저히 비상업적인 브랜드 ‘무용’을 런칭해 파리에서 프레타 포르테를 여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탄광촌 펀양에서 옷 수선 가게를 하며 어렵사리 영위하는 서민들을 포착합니다. ‘무용’은 자본가와 도시 노동자, 그리고 소외 지역 노동자의 세 가지 층위의 현대 중국인의 삶을 대조합니다.

제목부터 독특한 ‘무용(無用)’은 마커의 패션 브랜드의 이름으로 일상생활에서는 입을 수 없는 대담한 디자인의 옷을 상징하지만 번지르르한 패션 필름 제작이나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 패션 찬양이 지아장커의 연출 의도가 아님을 감안하면, 또 다른 연출 의도가 제목에 숨겨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아장커는 마커의 브랜드 ‘무용’에 대해 비판적인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세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재단사 부부의 남편의 언급에서 ‘옷은 30위안인데 노동자 월급은 40위안이라 해고된다. 나도 자본이 많으면 옷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저임금의 현실과 솔직한 소망은 마커를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마커는 수공업적 제작 방식을 통해 옷에 예술적 가치를 불어 넣는다고 말하지만, 첫 번째 에피소드의 마커를 뒷받침하는 익셉션의 공장 노동자들이나 세 번째 에피소드의 산업화로부터 소외된 펀양의 노동자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마커의 소신은 ‘가진 자의 유희’ 혹은 ‘쓸데없는(無用) 자본주의적 기교’처럼 보입니다. 신상 노출을 꺼려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 명품 동호회 회원들이 열광하는 해외 명품과 패션 브랜드 ‘무용’은 과연 무엇이 다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익셉션의 공장 노동자의 단조로운 노동과 두 번째 에피소드의 마커의 창조적인 노동이 대비되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의 재단사에서 탄광 노동자로 전락한 남편의 삶은, 의료 혜택을 받는 도시의 공장 노동자의 삶이 그나마 우월한 것임을 입증합니다. 펀양의 탄광 노동자들은 산업화의 작은 혜택에서도 소외된 것입니다. 도시가 아닌 소외 지역의 기층 민중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지아장커의 전작 ‘스틸 라이프’를 연상시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 목욕탕 장면의 탄광 남성 노동자들의 석탄 가루에 찌든 시커먼 알몸은 두 번째 에피소드 프레타 포르테 장면에서 옷을 갈아입는 프랑스인 여성 모델의 새하얀 상반신 알몸과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의 중국 가요 두 곡이 첫 번째와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장면에 삽입되었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 또한 연출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공산주의 혁명으로 건설되었으나 노동자가 소외되는 지독히 역설적으로 변질된 국가가 오늘날의 중국이라는 지아장커의 주제 의식은 분명합니다. 디지털의 거친 질감과 조악한 화질은 팍팍하면서도 아련한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합니다.

‘무용’은 다큐멘터리이지만 의외로 지아장커의 기교가 빛을 발합니다. 상당수의 장면이 패닝 롱 테이크로 촬영되었는데, 혼자가 아닌 다수의 노동자 집단과 그들이 제작하는 옷들을 비출 때뿐만 아니라 에피소드가 전환될 때에도 활용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말미에서 패닝으로 처음 등장한 익셉션의 브랜드 태그는 두 번째 에피소드의 공간적 배경인 광저우의 익셉션 본점으로 연결됩니다.

패닝은 아니지만 세 번째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장면 전환도 인상적입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펀양에 들어가는 마커의 승용차가 옷을 맡기기 위해 수선 가게로 향하는 중년 남자와 교차되는 장면 전환은 ‘무용’이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기교에 기반한 극 영화적 성격이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증명합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의 출발점이 펀양으로 향하는 마커임에도 불구하고 장면 전환 이후 마커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것도 나름의 반전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개발로 인해 가게를 내줘야만 하는 재단사의 미싱 작업이 마지막 장면에 배치된 것은 중국 노동자 계급의 팍팍한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스틸 라이프 - 외줄타기 삶은 계속된다


덧글

  • 메이 2011/01/20 11:07 #

    오, 이런 영화는 어떻게 구해서 보신건지.. 저도 꼭 한번 보고싶네요. 개봉작은 아닌거같은데...
  • 디제 2011/01/20 11:25 #

    개봉작 맞습니다. ^^

    최근 씨너스 이수에서 지아장커 특별전의 일환으로 4편의 영화를 평일에 요일별로 1월 내내 순환 상영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참고하십시오.

    http://cafe.naver.com/cinusat9.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558
  • 메이 2011/01/20 23:32 #

    아.. 감사합니다. 감독은 잘 모르지만, 유명한 사람이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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