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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 회한과 향수 가득한 걸작 갱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1984년 작이자 마지막 연출작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어린 시절부터 절친했던 갱단의 일생을 그린 서사시입니다. 누들스(로버트 드니로 분)와 맥스(제임스 우즈 분)를 중심으로 소년기와 청년기,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는 우정과 배신을 묘사합니다.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동일한 장르의 대표 걸작 ‘대부’ 및 ‘대부2’에 종종 비견되기도 합니다. 두 작품 모두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을 맡았고 정치에까지 개입했던 이민족 출신 갱의 흥망성쇠를 20세기를 관통하는 미국 근현대사에 빗댄 유장한 서사시라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두 작품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이 드러납니다. 우선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마피아 가문을 소재로 했다면,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가 이탈리아인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브루클린에 형성된 유태인 갱단을 묘사합니다. ‘대부’가 가족에 기반한 갱단이라면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가족과는 무관한 친구들로만 이루어진 갱단입니다. 따라서 ‘대부’의 꼴레오네 패밀리에 비해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갱단은 규모가 작습니다. 두 갱단이 모두 정치에 손을 뻗쳤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대부’의 꼴레오네 패밀리가 우파적 입장에 가까웠다면,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노조, 즉 좌파를 지원합니다. ‘대부’가 좌파적 관점에서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노조를 지원하는 갱단을 묘사한다는 이유로 우파적 영화로 간주하기는 어렵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들은 공공연하게 좌파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두 작품 모두 미국 사회의 정치, 경제가 폭력과 섹스, 범죄의 더러운 부산물임을 고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가 파라마운트의 ‘대부’의 연출 제안을 거절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연출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합니다.

‘대부’와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을 비롯한 갱단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대부’는 한편으로는 주인공 마이클(알 파치노 분)의 비애와 갈등을 투영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꼴레오네 패밀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습니다. 하지만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갱들이 소년 시절 폭력과 범죄, 섹스에 물들며 성장하는 모습을 향수와 회한 어린 시선으로 관조합니다. 성폭행의 직접적인 묘사 등을 감안하면 갱단에 대해 결코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다고는 볼 수 없으나 절도와 폭력, 아련한 첫사랑과 성적 호기심을 묘사하며 ‘누구나 어린 시절에는 이런 법이지’하는 따뜻한 동조를 구하는 듯합니다. ‘대부’가 이성적인 갱 영화라면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감성적인 갱 영화입니다.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감수성과 향수를 깊숙이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서정적이며 따스한 음악은 잔혹하고 비열한 범죄 행각조차 추억의 아름다운 한 페이지로 승화시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이외에도 적절하게 각각 두 번씩 배치된 ‘예스터데이’와 ‘갓 블레스 아메리카’가 인상적입니다.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누들스가 영화 초반 갱 생활을 청산하며 뉴욕을 떠나는 기차역 장면에서 1933년과 1968년이 오버랩될 때 먼저 사용됩니다. 그리고 누들스가 베일리 장관, 즉 맥스와 재회하는 종반 장면에서 다시 사용되는데,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로 배치된 ‘예스터데이’는 처음 기차역 장면에서는 일부 가사를 제외하고는 보컬이 대부분 삭제된 채 삽입되었고 재회 장면에서는 가사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배경에 깔립니다.

제목부터 미국 사회의 치부를 고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는 신이 미국을 축복하기를 갈망하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도 사용됩니다. 무수한 범죄 의 주역이자 친구들을 배신한 맥스의 자살 직후 송년을 축하하는 얼빠진 젊은이들의 차량 행렬이 커다랗게 틀어대는 ‘갓 블레스 아메리카’는 그야말로 역설적인 의미로 삽입된 것입니다.

오프닝으로부터 40여 분이 지난 후 소년 시절의 회상 장면으로 이어지며 영화는 아역들의 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아역들의 이미지가 성인 배우들과 놀랄 만치 흡사한데다 연기력도 뛰어나 보는 이의 감정 이입을 깊숙이 유도합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데보라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제니퍼 코넬리입니다. 다른 배역은 성인 배우를 캐스팅하고 그와 닮은 아역 배우를 물색한 것이지만, 제니퍼 코넬리만큼은 그녀의 마스크에 맞춰 성인 데보라 역의 엘리자베스 맥거번이 선택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영화 데뷔작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통해 강렬히 각인된 제니퍼 코넬리는 함께 출연한 아역 배우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성인 배우로 성장합니다.

3시간 49분의 러닝 타임은 젊은 누들스가 차이나타운 아편굴에서 환각에 취해 짓는 넋 나간 채 짓는 미소를 포착한 클로즈업 정지 화면으로 마무리됩니다. 누들스가 아편굴을 찾은 이 장면이 정확히 극중에서 언제 발생한 사건인지는 명시되지 않으나 1933년 자신의 제보로 인해 두 친구는 죽었지만 맥스의 시체는 가짜인 것을 확인한 직후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엔딩의 시점이 아니라 허망한 미소 그 자체일 것입니다. 악행으로 얼룩진 자신의 과거, 즉 미국의 폭력의 역사를 맨 정신으로는 반추할 수 없으며 아편에 의지해야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옥에 티를 꼽는다면, 맥스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명으로 장관이 된다는 점입니다. 극중에서 늙은 누들스가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삽입된 바와 같이 1968년이면 미국에 컬러 TV가 일반화된 시점인데, 의회 인사 청문회를 당연히 거쳤을 장관의 정체는커녕 얼굴조차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입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아편굴 장면으로 연결되었음을 감안하면 맥스가 정체를 숨기고 베일리 장관이 되고 데보라가 그의 연인이 되는 35년 뒤의 1968년은 아편에 취한 누들스의, 친구를 배신한 죄의식에서 비롯된 상상, 혹은 꿈에 불과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한겨울의 클래식’의 상영작의 일환으로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2010년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70% 가까운 객석을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이 차지한 가운데 사나이들의 일생을 다룬 유구한 러닝 타임의 명화를 즐겼으며 거의 모든 관객이 일어서지 않고 로버트 드니로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엔드 크레딧까지 음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발매된 오리지널 비디오테이프로 자막도 없이 처음 접한 이후, 국내에 dvd가 정식 발매되었지만 삭제 장면이 있어 구입하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환경에서 관람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필름으로 스크린에서 관람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2010년의 마지막 날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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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ut 2011/06/18 03:34 # 삭제

    모리코네가 없었다면 대부와 비교가 어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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