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와 양조위 사인 엽서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솔직히 고백합니다. 오늘 ‘2046’을 보다가 극장에서 깜빡 졸아버렸습니다. 아니 ‘깜빡’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시작 30분 이후부터 무려 한 시간 가까이를 졸아버렸으니 말입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조는 일은 거의 없고 가장 최근의 일을 기억해보자면 무려 10년전 레오 까락스의 ‘나쁜 피’를 코아 아트홀에서 보다가 잠깐 졸았던 일이 전부인데 이렇게 푹 졸아버렸다니 황당하군요. 아마 한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후유증인 것 같습니다. 10시에 일어나야 정상인데 8시도 못되어 일어나 영화를 보러다니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코 영화가 재미없어서 졸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일요일에 처음 ‘2046’을 보았을 때에는 어떤 장면이나 대사가 등장할까 긴장하며 보았는데 오늘은 그 긴장이 풀렸던 것도 하나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46’은 여전히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아픈 사랑에 대한 회한을 안고 저마다 힘들어하는 외로운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차우(양조위 분)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절절한 외로움은 왕가위 특유의 미장센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것은 바로 캐릭터를 화면의 중앙이 아니라 구석에 혼자 배치하고 별 의미 없는 피사체(이를테면 커튼이나 가구)를 중앙에 초점을 흐린 채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장센은 캐릭터의 외로움과 소외를 표현합니다. 여기에 왕가위 영화의 전매 특허인 나레이션(타인과의 대화가 아닌 '혼잣말')이 들어가면 등장인물의 고독은 극대화됩니다.
2명 이상의 등장인물이 등장해 대화를 할 때도 있습니다만 이럴 경우에도 둘의 옆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은 드뭅니다. 둘을 각각의 컷으로 쪼개서 혼자 등장시켜 대화를 나누게 하지요. 둘을 동시에 등장시키더라도 한 사람은 뒤통수만 보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러면 뒤통수만 보이는 등장인물이 현재 자신이 듣고 있는 내용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사소통인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2명의 등장인물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5천달러를 벌어온 바이링(장쯔이 분)이 차우에게 돈을 갚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죠. 이 장면에서 차우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나마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구도이죠. 그러나 옛날처럼 되돌아가자는 바이링의 부탁을 차우는 거절합니다. 아무리 과거가 좋았다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차우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21그램’, ‘비포 선셋’, ‘썸’이 내일부터 개봉되기 때문에 ‘2046’을 과연 세 번째 감상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다소 부정적입니다만 오늘 어이 없이 졸아버린 것에 대해 오기도 생기고 마침 다음 주중에는 휴일이 하루 있을 것 같으니 가급적 다시 한 번 더 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러닝 타임의 절반을 졸아버리고도 감상문을 또 올리는 저도 참 뻔뻔스럽군요.
화양연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2046 - 엇갈린 사랑의 공허함

하지만 ‘2046’은 여전히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아픈 사랑에 대한 회한을 안고 저마다 힘들어하는 외로운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차우(양조위 분)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절절한 외로움은 왕가위 특유의 미장센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것은 바로 캐릭터를 화면의 중앙이 아니라 구석에 혼자 배치하고 별 의미 없는 피사체(이를테면 커튼이나 가구)를 중앙에 초점을 흐린 채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장센은 캐릭터의 외로움과 소외를 표현합니다. 여기에 왕가위 영화의 전매 특허인 나레이션(타인과의 대화가 아닌 '혼잣말')이 들어가면 등장인물의 고독은 극대화됩니다.
2명 이상의 등장인물이 등장해 대화를 할 때도 있습니다만 이럴 경우에도 둘의 옆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은 드뭅니다. 둘을 각각의 컷으로 쪼개서 혼자 등장시켜 대화를 나누게 하지요. 둘을 동시에 등장시키더라도 한 사람은 뒤통수만 보이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이러면 뒤통수만 보이는 등장인물이 현재 자신이 듣고 있는 내용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사소통인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2명의 등장인물이 한 장면에서 동시에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은 있습니다. 예를 들면, 5천달러를 벌어온 바이링(장쯔이 분)이 차우에게 돈을 갚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죠. 이 장면에서 차우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져 줍니다. 그나마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구도이죠. 그러나 옛날처럼 되돌아가자는 바이링의 부탁을 차우는 거절합니다. 아무리 과거가 좋았다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차우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21그램’, ‘비포 선셋’, ‘썸’이 내일부터 개봉되기 때문에 ‘2046’을 과연 세 번째 감상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다소 부정적입니다만 오늘 어이 없이 졸아버린 것에 대해 오기도 생기고 마침 다음 주중에는 휴일이 하루 있을 것 같으니 가급적 다시 한 번 더 봐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러닝 타임의 절반을 졸아버리고도 감상문을 또 올리는 저도 참 뻔뻔스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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