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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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 - 소외된 남녀의 동병상련 로맨스 영화

※ 본 포스팅은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했지만 3개월 만에 실직한 세진(정유미 분)은 반 지하 단칸방으로 밀려납니다. 구직과 낙방을 반복하는 와중에 세진은 옆집의 퇴물 건달 동철(박중훈 분)과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집니다.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취업 전선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지방대 출신 여성과 출소 후 변변한 부하 하나 없이 전전하는 3류 깡패의 연애를 묘사합니다. 화이트 컬러를 지망하는 여성과 밑바닥 인생 남자의 계층적 위화감이 유발하는 긴장감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남녀 주인공 모두 젊은 나이에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로맨스가 성립되어 페이소스를 자아냅니다. 동철이 ‘깡패 같은 남자’가 아니라 ‘깡패’이기에 진정한 제목은 ‘내 깡패 애인’에 가깝지만 직설적인 제목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까 우려하여 직유법을 활용한 제목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진과 동철이 서로를 위무하며 가까워진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이지만 계층적 위화감이 있는 두 사람의 섹스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베드신만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뿐, 섹스를 결코 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세진에게 있어 동철은 첫 번째 섹스 상대인데, 섹스 자체로도 어색하지만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색한 하룻밤 이후 아침의 뒷수습을 천박하게 묘사하거나 반대로 얼버무리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잔잔히 미소 짓게 만들며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훌륭합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CG를 비롯한 기술이 향상되어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개봉되고 있지만, 막상 극심한 사회 문제인 청년 실업 및 취업난에 대해 조연 캐릭터를 통해 희화하는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영화계의 현실입니다. ‘백수’(혹은 ‘백조’)가 주인공인 한국 영화를 만나기 어려운 것은 소위 영화의 ‘때깔’이 좋도록 윤색의 여지조차 없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기에 ‘백조’를 과감히 주연으로 발탁한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돋보입니다. 세진이 면접관들 앞에서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부르며 춤을 춰야 하고, 심지어 취직을 미끼로 동침 제안까지 받으며 모텔로 끌려간 취업에 관련한 부조리한 상황들은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는 구직자의 현실을 반영하여 매우 생생합니다.

만일 세진 역을 깎아 놓은 듯한 미녀 배우가 연기했다면 (이를테면 김태희)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하지 못하고 고배의 쓴잔을 거푸 들이키는 서사는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왜 김태희 같은 미인이 취직을 못할까?) 하지만 정형화된 미녀가 아닌, (물론 정유미가 매력적인 여배우임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분투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유미가 분했기에 세진의 삶의 비루함은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동철은 조폭 영화의 전형적인 캐릭터입니다. 그의 등장 분량은 세진과 얽히는 장면을 제외하면 상투적인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세진을 위해 면접실에서 농성하는 장면은 신파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진과 함께 있을 때 동철은 입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하며, 조폭 영화의 관습적인 비극에서 벗어나는 결말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영화 암흑기의 대들보였지만, 막상 전성기와 중흥기에는 소외된 박중훈의 주름투성이 얼굴은 한창 때를 조직을 위해 감옥에서 보내야 했지만 퇴물로 전락한 동철의 처지와 겹쳐집니다. 박중훈과 정유미, 티켓 파워가 떨어져 과소평가 받는 두 배우의 조합으로 인해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올 5월에 개봉되어 전국 관객 70만도 넘지 못했으나 결코 푸대접을 받아야할 작품은 아닙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내 깡패 같은 애인’의 속편이 제작되어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화이트 컬러 여성과 범죄자 출신으로 갱생한 블루 컬러 남성의 본격적인 연애와 결혼에 반대하는 장인을 설득하는 사위(세진의 아버지에게 동철은 정체를 노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결혼과 신혼의 긴장감을 묘사하며 ‘조폭 마누라’의 억지스러움에 빠지지 않는다면 전편에 못지않은 인상적인 작품도 탄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글

  • 라라 2010/12/19 11:13 #

    속편은 사족같군요..

    코메디 영화라면 모를가
  • 꿈의대화 2010/12/20 00:00 #

    세진이 "처음 아니다"라고 말하던게 오히려 진짜였던 느낌이 듭니다. 처음이 아닌걸 감추려던 것 보다는, '이 사람도 결국 첫 경험과 그렇지 않은 상태를 확인하여 책임을 덜려는 사람일 뿐이구나' 하며 살짝 실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느꼈거든요.
  • nibs17 2010/12/20 16:37 #

    정유미는 자신이 가진 매력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도, 인기가 있지도 않은,
    매우 안타까운 배우라고 생각되네요. 드라마나 영화나 어느쪽이든 제대로 되질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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