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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와 양익준 감독 시네마톡 영화

※ 본 포스팅은 ‘똥파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양익준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은 ‘똥파리’는 용역 깡패와 사채 수금으로 전전하는 양아치 상훈을 중심으로 두 결손 가정의 군상을 묘사합니다. 가정 폭력으로 여동생을 잃은 상훈은 복수심에 아버지(박정순 분)에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상훈의 배다른 누나 현서(이승연 분)는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과 이혼해 외동아들 형인(김희수 분)과 단 둘이 사는 처지입니다. 상훈의 연인처럼 발전하는 연희(김꽃비 분)는 아버지(최용민 분)와 남동생 영재(이환 분)의 폭력에 시달립니다. 폭력으로 점철된 두 가족 모두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하류층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만일 두 가족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폭력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폭력의 인연은 얽히고 얽혀 상훈의 보스 만식(정만식 분)은 연희의 어머니(길해연 분)를 살해했지만, 진실을 모르는 연희의 동생 영재는 만식과 상훈의 부하가 됩니다. ‘때리는 놈도 맞는 날이 온다’는 조폭(갱스터) 영화 장르에 충실한 대사처럼 상훈은 영재가 휘두르는 망치에 맞아 죽습니다. 영재는 만식과 상훈의 전철을 충실히 밟으며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사슬의 노예가 됩니다. 반면 만식은 상훈 덕분에 현서와 결혼합니다. 연희의 어머니를 살해하고도 죄의식은 찾아볼 수 없으며, 부정한 치부를 통해 갱생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행복을 얻습니다. 인과응보 혹은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초록물고기’를 연상시키는 현실적인 결말을 통해 ‘폭력 = 가족(그야말로 ‘패밀리’)’의 등식이 성립합니다. ‘똥파리’는 개인적 폭력, 가정 폭력, 그리고 사회적 폭력을 넘어 월남전에 참전한 연희의 아버지를 통해 국가적 폭력까지 환기시킵니다.

기댈 곳 없는 상훈의 유일한 안식처는 연희입니다. 내내 찌푸리던 상훈이 활짝 웃는 것은 연희와 통성명하며 농담을 주고받는 오프닝으로부터 1시간 뒤의 장면이고 아버지의 자살 기도로 슬픔에 빠진 상훈이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연희의 무릎을 벤 순간입니다. 웃음과 울음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충실히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연희인 것입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연희와 술을 마시면서도 상훈은 섹스는커녕 스킨십조차 시도하지 않는데, 아버지를 습관적으로 폭행하며 살해하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상훈이 정신적으로 미성년에 머물며 연희에게 모성을 투영했기에 일체의 성욕이 배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폭력이 다뤄지면 그에 못지않은 강도로 섹스도 묘사되기 마련이지만, ‘똥파리’는 걸쭉한 욕설을 제외하면 섹스를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채롭습니다. 상훈과 달리 영재는 난교를 즐기는 것으로 암시되는데, 섹스에 무심한 상훈이 섹스를 즐기는 어린 영재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합니다. 성인이 되는 통과 의례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상훈은 일찌감치 통과 의례를 거친 영재에게 살해당한 것입니다.

제목 ‘똥파리’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무위도식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훈의 처지와 더불어 ‘파리 목숨’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상훈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최후를 암시합니다. 영문 제목 ‘Breathless’는 장 뤽 고다르의 걸작 ‘네 멋대로 해라’의 영문 제목이자 리차드 기어 주연의 동명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작의 제목과 동일합니다. 폭력을 일삼는 즉물적인 젊은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똥파리’는 ‘네 멋대로 해라’와 유사합니다.

인위적인 조명을 가급적 배제하여 다큐멘터리와 같은 화면을 유지하는데, 비슷한 소재와 분위기를 지닌 장선우의 ‘나쁜 영화’와 임상수의 ‘눈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핸드 헬드와 클로즈업 위주의 촬영은 폭력 장면에서 빛을 발합니다. 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는 구타하는 가해자의 분노와 얻어맞는 피해자의 당혹감을 관객에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진솔한 드라마의 힘이 상당해 2시간 10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을 길게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뛰어납니다.

휴대전화와 교통 카드를 사용하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막상 상훈과 영재(이환 분), 환규(윤승훈 분) 등 양아치들의 옷차림과 ‘고딩’이 아닌 ‘고삐리’ 등의 비속어와 욕설은 1990년대 초반의 것입니다. 1975년생인 양익준 감독이 자신의 10대 시절을 반영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던 듯합니다.

CGV 무비꼴라쥬의 MAP 영화제의 상영작의 일환으로 ‘똥파리’의 상영 후 심영섭 평론가와의 시네마톡에서 (영화와 달리 말쑥한 모습의) 양익준 감독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되었음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폭력의 가해자가 된 적은 없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습니다.) ‘똥파리’를 통해 가족과 화해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히며 소통의 부재가 화해의 걸림돌이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건강을 회복한 후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를 통해 차기작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시네마톡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덧글

  • 메이 2010/12/22 01:37 #

    가족은 참 슬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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