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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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 - 잔꾀 대신 우직함 돋보인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베리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분쟁 중인 이라크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는 폴(라이언 레이놀즈 분)은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 자신이 관에 갇혀 생매장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폴은 휴대 전화로 구조를 요청하지만 여의치 않고 인질범은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합니다.

로드리고 코르테즈 감독의 ‘베리드’는 관 속에 갇혀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는 와중에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사내를 묘사하는 스릴러입니다. 운전 도중 습격을 당해 생매장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폴은 휴대전화, 나이프, 술이 담긴 물통, 라이터 등 상당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휴대 전화를 통해 구조되거나 반대로 나이프 등으로 자해하여 몸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인질범이 휴대 전화를 제공한 채 생매장했다는 사실이 앞뒤가 맞지 않지만, 휴대 전화가 없으면 서사가 근본적으로 성립될 수도 없으니 일종의 영화적 허용으로 간주해야 할 듯합니다.

‘베리드’가 화제가 된 것은 철저한 1인칭 시점 때문입니다. 비좁은 공간에 감금된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95분의 러닝 타임을 끌고 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에 힘이 있습니다. 카메라가 다양한 시점으로 시공간을 오가며 관객이 주인공보다 보다 많은 정보를 입수하여, 관객은 이미 알고 있으나 주인공이 모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될 때, 과연 주인공이 어떤 반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입니다.

그러나 ‘베리드’는 주인공이 관객보다 (주인공 자신의 신상 등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감독이 내레이션을 활용해 손쉽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고 우직하게 외부 통화와 주연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만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폴이 처한 고통은 스크린을 넘어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달되어 관객 또한 극장이라는 어둠침침한 공간에 갇혀 호흡이 곤란한 듯한 착각마저 느낄 정도로 이입됩니다.

더욱이 결말의 대형 반전에 의존해 러닝 타임 내내 쌓아온 것을 단번에 뒤집는 얕은꾀를 부리지 않는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식스 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이전까지 러닝 타임을 마지막 장면 한 순간에 뒤집는 것이 아니라 극장 문을 나서도 깊이 각인되도록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처연한 순간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 순간의 반전이 아니라면, 2006년이라는 비교적 과거인 시간적 배경의 암시와 더불어 ‘베리드’의 비극적 결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입니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선뜻 꼽기에는 어렵지만, 비슷하게 저예산 영화로 출발해 화제가 되었던 ‘블레어 위치’나 ‘쏘우’보다는 훨씬 정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고어 장면 없이 서사와 연기의 힘으로 우직하게 끌어오는 미덕이 종반부의 단지(斷指) 장면으로 부정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폴의 절실한 가족애를 묘사하고자 함이지만, 굳이 고어 장면을 삽입하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스스로 단지하는 동영상을 전송해야했던 폴의 상황에서 고 김선일 씨를 떠올렸던 이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