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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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레이지 - 야쿠자 로망 따위 개나 줘버려 영화

기타노 다케시의 최신작 ‘아웃레이지’의 줄거리를 단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야쿠자 군상의 물고물리는 처절한 쟁투를 묘사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이 불분명한데다 서로 다른 조직 간의 대결보다는 거대 조직 내부의 암투에 보다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하급자는 상급자를 치받고, 상급자는 하급자 간을 이간질합니다. 의형제의 결의는 무의미하며 경찰은 야쿠자 간의 반목에 편승해 돈과 출세를 노립니다.

2001년 작 ‘브라더’ 이후 9년 만의 기타노 다케시의 본격적인 야쿠자 영화인데, 전작 야쿠자 영화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하나비’, ‘소나티네’가 기타노 다케시의 비중이 절대적인 1인 주연 영화였다면, ‘아웃레이지’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관객의 감정 이입이 불가능한 사악한 조연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늙고 지친 표정의 기타노 다케시보다는 강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미즈노 역의 시이나 킷페이와 야쿠자답지 않은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이시하라 역의 카세 료가 인상적입니다.

전작들이 야쿠자의 인간적인 면을 조명하고 인간성을 성찰하는 로망에 가까웠으나, ‘아웃레이지’는 신물 날 정도로 잔혹한 폭력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에 등장인물이 자아를 성찰할 시간적 여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뭔가를 생각하다보면 곧바로 습격을 당해 피 칠갑 혹은 벌집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에서 항상 충성스런 부하 노릇을 했던 오스기 렌과 테라지마 스스무도 등장하지 않으며, 형사 카타오카(코니히타 후미요 분)의 대사처럼 야쿠자의 의리는 사라진지 오래이기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갈등론적 세계관은 도드라집니다. 기타노 다케시가 쿠엔틴 타란티노에 영향을 준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아웃레이지’는 반대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기타노 다케시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비’와 ‘소나티네’의 결말을 장식했던 서정적인 성찰의 공간 바다가 ‘아웃레이지’에도 등장하지만 ‘아웃레이지’의 바다는 학살의 공간이 도시에서 바다로 연장된 것뿐입니다. 후반부 오자와(스기모토 텟타 분)의 ‘차렷 자세’ 죽음은 ‘소나티네’를 연상시키지만, 커터 나이프 단지(斷指) 시도와 치과 장면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혈 장면은 기타노 다케시가 독창적인 폭력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잔혹하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야쿠자 세계에서 유일하게 긴장을 풀어주는 캐릭터는 가상의 아프리카 소국 구바난 대사로, ‘브라더’의 대니(오마 엡스 분)을 연상시킵니다. 야쿠자의 총두목 세키우치(기타무라 소이치로 분)의 큼지막한 선글라스와 차이나 칼라 정장은 인민복을 입은 북한의 김정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성 캐릭터가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극단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남성적인 영화이지만, 기타노 다케시가 모처럼 연출한 야쿠자 영화이니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되풀이하기보다 새로운 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아웃레이지’는 의미가 있습니다. 원체 전개가 빠르고 많은 인물이 등장하기에 반복 관람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서울 시내에 개봉관이 다섯 개도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결말까지 살아남은 인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내년 일본 개봉을 앞두고 제작되는 ‘아웃레이지2’는 어떤 작품이 될지 기대됩니다.

그 남자 흉폭하다 - 웃음과 폭력의 오묘한 공존
'3-4X10월' -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서정적인, 너무나 서정적인
소나티네 - 돌발적인 폭력의 천진난만한 미학
모두 하고 있습니까! - 어처구니를 상실한 코미디
키즈 리턴 - 청춘의 방황과 좌절
기쿠지로의 여름 - 유사 부자(父子)의 경쾌한 로드 무비
브라더 - 야쿠자 기타노, 미국을 접수하다
돌스 - 질긴 인연, 사랑의 굴레
자토이치 - 즐길 수 있는 전통의 매력
다케시즈 - 기타노가 비웃는 기타노 월드


덧글

  • 레이지 2010/12/07 15:05 #

    야쿠저ㅏ ㅋㅋㅋ
  • 蘭忍 2010/12/07 16:13 #

    그 치과장면은 스크린으로 보기엔 참 여러가지로 괴로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죽고 죽이고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영화라는 느낌이었죠. 등장인물이 단독으로 밤길에 귀택하는 씬이나 동료들이랑 떨어져서 혼자가 되는 씬이 나온다 치면 "아 이번엔 이 아저씨가 죽는구나.."라는게 딱 알 수 있더군요. 사람 죽이는 방법도 이렇게 다양하구나 싶고(..
    야쿠자에 "멋지다"라는 비현실적 로망이 아니라 "무섭다"라는 초 리얼한 공포감을 심어주는 영화였습니다. 역시 야쿠자는 무서워요. 음음
  • 2010/12/07 16: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디제 2010/12/07 18:12 #

    '아웃레이지2'는 일본에서 내년 가을 개봉 예정이고 캐스팅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듯합니다.

    일본 기사들을 찾아보니 2편도 호화 캐스팅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 Dez 2010/12/07 21:10 #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봤는데 네러티브 자체가 너무 짜맞춘 듯한 느낌이 나는게 단점인 것 같더군요. 하지만 키타노 타케시식의 코미디는 수준급이죠.
    흥행에 성공해서 2편도 만든다는데 꽤나 기대중입니다.
    영화자체를 가장 잔인한 생각이라는 것에 영감받아 만들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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